[CBC뉴스] 의천도룡기는 신필 김용의 역작이다. 김용은 지난 2018년 94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홍콩의 유력지인 명보를 이끈 김용은 유명한 언론인인 동시에 최고의 베스트셀러 무협작가이기도 했다.
김용은 1955년부터 72년까지 17년 동안 수준 높은 무협 소설 등을 출간했다. 의천도룡기는 사조 3부작에서 맨 마지막 권에 속한다.
김용의 무협세계는 격조가 있고 역사서에 견줄만큼 방대해 김학(金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이다. 중국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문체가 격조가 있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김용의 소설에 대한 인기는 중화권에서 뿐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매우 높다. 당대의 문장가이며 최고의 지식인인 김용의 진가는 프랑스에서도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영국에서도 김용에게 훈장을 수여할 정도로 그의 문학 세계는 무협지를 넘어섰다.
김용은 아쉽게도 그의 나이 40대 후반에 무협작품을 절필을 했지만 그가 쓴 명작들은 여전히 베스트셀러이다. 김용을 넘어서는 무협작가는 아직 존재하지 않고 있고 당시(唐詩) 등 고급스러운 문장으로 무협세계를 채워나갈 박학다식한 격조 높은 작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학절기의 구결을 중국의 고전에서 찾아내는 번뜩이는 혜안은 김용이 아니면 구사할 수 없는 장기이다. 그의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통찰력에서 빚어낸 필살기라고 할 수 있다.
김용 작품세계에 매료된 무협 팬들은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에 비유하기도 한다.
탄탄한 서사구조, 정도 없고 사도 없는 호방한 세계관, 뛰어난 인물 심리 등은 무협 장르를 오늘날까지 인기있는 장르로 유지케 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무협의 큰틀을 만든 고수중에 고수라고 할 수 있다.
의천도룡기는 한국의 춘향전이나 홍길동처럼 재해석되면서 장편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 연도를 붙여서 버전을 달리할 정도로 의천도룡기는 식지않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2019 의천도룡기는 화려한 출연진과 스토리로 많은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주지약을 맡은 중국배우 축서단은 국내에서도 큰 인기몰이를 했다. 김희철은 현실 연애는 못하고 TV속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면서 축서단의 매력을 극찬했었다.
이 인연은 실제 만남으로 이루어져 인증샷을 찍고 축서단이 감사인사까지 한 관계로 발전되기도 했다. 김희철은 진정한 축서단 성덕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의천도룡기는 의천검과 도룡도라는 신검을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의천검과 도룡도를 가진 무사는 무림지존이 되고 많은 보물을 갖게 된다는 전설 때문에 많은 무사들이 뛰어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의천검과 도룡도는 절대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의천도룡기는 이 칼로 인해 고난의 인생을 살아온 한 소년의 성장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의천도룡기는 강호에서의 의리와 은원이 얼마나 중요한 계기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무협의 진수가 무에 있지않고 협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의리와 신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는 무사들이 있는가 하면 스승을 기만하고 사문을 밥 먹듯이 배신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배신이나 욕망에는 이유가 있다. 의천도룡기가 매력을 끄는 지점은 각각의 납득할 만한 이유나 동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은소소같은 경우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일가를 도륙을 하는 냉혈한의 표상이기도 하지만 아들 앞에서 눈을 감을 때는 “아들아 예쁜여자 거짓말을 조심해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모성애가 강하다.
정과 사라는 것은 형식이나 껍데기 불과하며 진정한 정의는 정사를 뛰어넘는 것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 주기도 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장취산과 은소소의 ‘서사’는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순수한 사랑의 절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 서사에 배어 있는 ‘핏방울’은 사랑이 얼마나 위험스러운 행위인가를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