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 사건을 감찰 중이던 정진기 감찰부장이 사직의사를 밝혔다.
정 감찰부장은 31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를 통해서 사퇴의 변을 밝혔다.
정 감찰부장은 지난 27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정 부장은 "평소 글쓰는 것을 즐기지 않아 조용히 떠나려 하였으나 떠나는 마당에 인사는 드려야 도의에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아 몇 자 적어 올립니다.저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아 제가 법조인의 길을 걸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1995년도에 운좋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 수료 후 검사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 동안 평탄한 길도 걸었고 험난한 고개를 넘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한 여름밤의 꿈’과 같이 느껴집니다. 거친 대양의 수 많은 파도를 넘어 이제 항구에 이르렀다면 앞으로는 수 많은 고갯길을 넘어야하는 인생의 행로가 남아 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어차피 그마저도 세월이 지나면 한낱 뜬 구름과 같겠으나 하루 하루 초심을 유지하면서 생활한다면 또 다른 의미있는 일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꿈과 같은 시간이라는 소회를 털어놨다.
정 부장은 "옛 경전에 ‘모든 현상의 실상을 정확히 보아야 바른 견해가 나온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올바른 판단이 이뤄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부작용과 더불어 국민들에게 피해를 안겨줍니다. 우리 검찰이 어떠한 사안이라도 치밀한 증거수집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한 후 올바른 법리를 적용하여 사안에 맞는 결론을 내려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고, 피해를 입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라면서 증거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장은 인사에서 "또한 공자님께서는 ‘恕’(서, 오로지 남을 나와 같이 여기는 마음)를 강조하시면서 ‘施諸己而不願 亦勿施於人’(시제기이불원 역물시어인, 내가 원치 않는 일을 당하기 싫거든 다른 사람에게 원치 않은 일을 가하지 말라)이라 하셨습니다. 즉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이 여기면서 내가 당해서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라면서 공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또 “이와 같이 우리 검찰 가족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직분에 충실하면서 올바른 실체판단에 따라 법을 적용하고,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이 여기는 마음으로 사건관계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신뢰받는 검찰상이 구현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인사발표 후 정순신(54·27기)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 박길배(51·29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 이재승(46·30기)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 김우석(46·31기) 전주지검 정읍지청장 등이 사의를 표명했다. 또 박길배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금까지 한 두건의 폼나는 특수사건으로 소수에게만 승진과 발탁의 기회와 영광이 집중되어 왔다면 이제는 법률가인 검사 모두가 고른 희망 속에 자긍심을 가지고 정의를 구하는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인사를 바꾸어 나갈 것입니다.이번 인사에서 저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형사 공판부에 전념해온 우수 검사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드리고자 노력했습니다. 조직의 공정과 정의가 있어야 하는 일에도 공정과 정의에 매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면서 형사 공판 전념해온 검사를 고려했다는 인사의 기준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