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최한빛 “여자가 되기로 한 이유는…”
상태바
트랜스젠더 최한빛 “여자가 되기로 한 이유는…”
  • 서하나
  • 승인 2011.10.18 11: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기자 최한빛(뉴시스)

[CBC뉴스|CBC NEWS] 삶은 찰나에 결정됐다. 스무살 되던 해, 원피스를 입고 화장도 곱게 하고 전신거울 앞에 섰을 때다. 환하게 웃고 있는 행복한 내가 보였다. 나는 신을 거역키로 했다. 현대의학의 힘을 빌렸고, 마침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첫번째 숫자 '1'을 '2'로 바꿨다. '최한진'에서 '최한빛'으로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환한 한줄기 빛…. '환하게 빛나라'라는 뜻의 한글 이름이에요. 수술하고 마취에서 깨어나 눈을 떠보니 엄마가 웃으면서 선물이라며 불러준 이름이지요. 저한테 아주 뜻 깊은 이름입니다."

연기자 최한빛(24·180㎝)에게 한줄기 빛이 내려왔다. 이달 초 막을 내린 KBS 2TV '공주의 남자'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정극 연기는 처음인 최한빛은 빙옥관 기생 '무영'을 맡았다. 몸은 남자지만 정신은 여자인 조선판 트랜스젠더다. 뛰어난 미모로 손님을 유혹하는가 하면, 부상을 입고 누워있는 '김승유'(박시후)에게 연정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무대 연기는 했었지만 카메라 앞에는 처음 서다보니 무서웠어요. 또 감독님이 처음부터 저를 염두에 두고 만든 캐릭터였거든요. 그래서 실망시켜 드리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커서 연기에 모든 걸 집중했죠. 힘들긴 했지만 매번 즐거웠던 것 같아요. 선배님들이 많아서 얻어가는 게 많았거든요. 연기자로서의 삶에 필요한 조언이나 가르침도 많이 받고."

연기자로 본격적인 첫 걸음을 내딛기까지 굴곡이 많았다. 먼저, 성정체성부터 찾아야했다.

"여자가 되기 전에는 항상 거짓말로 저를 숨기며 살았어요. 가슴 속으로는 '저는 여자에요!'라고 울부짖었지만 들키면 안 되니까 철저히 포장했죠. 솔직하게 털어놓고 끄집어내기까지 20년이 걸렸어요. 용기를 내서 삶을 찾자고 생각한 뒤 여자처럼 치장하고 다닌 지 일주일이 지나서 전신거울 앞에 섰죠. 순간 밝고 행복한 내가 보이는 거에요. '이게 나구나' 싶어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치자고 결심했어요."

바로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부모의 충격이 특히 컸다. "어려서부터 인형놀이에 소꿉장난을 좋아하고 핑크색 가방을 메고 다녀서 걱정이 많으셨거든요. 설마설마 하셨다가 우려가 현실이 되니 반대가 심하더라구요. 엄마아빠는 매일 밤마다 우시고, 저도 눈물 밖에 안 나더라구요. 그러다가 며칠 뒤에 진지한 얘기가 오갔고 끝내는 허락해 주셨어요."

당시 아버지가 방 구석에서 엉엉 울던 자신에게 다가와 "사랑한다, 셋째딸"이라고 말한 것을 잊을 수 없다. 어머니는 "'딸로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해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니까 '정말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야 하겠구나', '행복한 모습을 보여야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수술을 결심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 교수님께 말씀을 드리니까 '힘들겠지만 삶을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찾아내라'고 용기를 주시더라구요.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수술을 하고 나서는 그 믿음을 배반하지 않으려고 많이 부딪쳤어요."

2009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가 첫 번째 시험무대다. 대회 참가자들과 같은 위치에서 경쟁해 본선 진출자를 가리는 최종예선까지 올랐지만 트랜스젠더임을 공개하자 논란이 됐다. 사람들의 이목은 '끼'와 재능이 아닌 트랜스젠더로만 집중됐다.?

"인위적으로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가 모델 대회에 출전하다니 말도 안 된다는 등 굉장히 말이 많았어요. 당시 너무 힘들고 억울했어요. 남들과 과거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 슬펐어요. 그래도 현실의 벽을 깨고 싶었어요. 포기하면 '트랜스젠더는 정말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힘을 내서 앞으로 나갔죠."

그 뒤 본선 진출자 32명 중 하나로 슈퍼모델 타이틀을 달고 활동했다. 시트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방송활동이 주춤하던 지난해에는 '톡식', '러브' 등 뮤지컬 무대에서 내공을 쌓았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 이어 종합편성채널 TV조선 '고봉실 여사 구하기'에도 캐스팅됐다. 이번에도 트랜스젠더 역이다.

"물론 다른 역도 맡고 싶죠. 일반 여배우로서 작품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악역이든 착한 역이든 상관없이. 그런데 처음부터 일반 배역을 맡는 것은 욕심인 것 같구요. '공주의 남자'때 미처 보여드리지 못한 저만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구요. 비중도 더 커지고 트랜스젠더로서의 삶과 애환, 부모와의 갈등, 남녀 문제 등을 많이 다룰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처음에 트랜스젠더 역이 주어졌을 때는 내심 걱정도 됐다. "트랜스젠더라는 이름 안에 갇혀서 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트랜스젠더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오히려 더 많이 저를 보여드리고 진심어린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 보는 모습이 천상 여자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결혼하고 싶어요. 순수하면서 짙은 눈썹에 쌍꺼풀이 없는 사람한테 끌리는 것 같아요. 아직 남자친구는 없는데 마음은 항상 열려있어요. 공개구혼이라도 해야할까봐요. 호호호."

'거울공주' 최한빛의 꿈은 크게 두 가지다. "한 여성으로서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거구요. 직업적인 목표는 지금도 한발 한발 나아가고는 있는데요, 트랜스젠더라는 수식어보다는 저의 열정과 재능을 느낄 수 있는 분들이 좀 더 생겨나도 정말 성공한 게 아닐까 싶어요."

스포츠엔 장영석 기자 press@cbci.co.kr
<스포츠,연예 ⓒ 스포츠엔 (http://sports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리플쑈] 플렉스 소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리플쑈] 2020년 버킷리스트 1호는?
[리플쑈] '국위선양' 방탄소년단(BTS), 군면제에 대한 의견은?
[리플쑈] 반려동물 보유세, 논쟁의 추는 어디에
[리플쑈] 봉준호 감독, 아카데미 4관왕 … "다음 작품 더 기대돼요"
공군 벙커파괴폭탄 위력을 살펴보면? … 지하요새 쑥대밭으로
강철비를 뿌리는 다련장 로켓, M270 MLRS
'타우러스' 미사일, 정밀함의 '끝판왕' … 위력 살펴보니
높은 기동성, 수상 주행 차륜형 장갑차 'New Black Fox'
대한민국 천라지망 최첨단 미사일 천궁 개발
대한민국 해군의 주력 구축함, 충무공 이순신함
[리플쑈] 코로나 19 집단 감염 지역 봉쇄, 부정적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 블루타워 8층 CBC뉴스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623-12 블루타워 8층)
  • 대표전화 : 02-508-7818
  • 팩스 : 02-585-8782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오성
  • 명칭 : CBC뉴스
  • 제호 : CBC뉴스
  • 등록일 : 2011-06-13
  • 발행일 : 2011-04-11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59
  • 사업자번호 : 220-88-19469
  • 발행인 : 김영곤
  • 편집인 : 심우일
  • CBC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CBC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cbci.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