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꼼수다’라는 팟캐스트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무려 6백만 스트리밍을 받는 대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도 오를만한 수준이라고 한다.
‘나꼼수’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내곡동 땅 사건으로 대통령을 곤욕에 처하게 했고, 1억 피부 미용설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낙마시켰다.
또 대한민국의 석학인 김용옥 교수의 중용 강좌도 부활시켰다. 현재까지는 ‘3연타석 홈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호사다마랄까?최근 ‘눈 찢어진 아이’와 ‘에리카김 연루설’로 인해 진중권 교수와 세게 부딪혔다.너무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 진중권 교수의 지적이었다. 진 교수는 하드코어는 더 강한 하드코어를 낳게 한다며 즐겁게 가라고 충고했다. 아직 이것에 대해서는 뜨거운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나꼼수가 왜 인기를 끄는 것일까?
일단 진행자들의 구성이다.김용민 시사 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말지 기자를 지낸 정봉주 전 국회의원, 현역으로 몸담고 있는 시사인 리포터 주진우 등 4인방이다.
나꼼수는 이른바 ‘병맛 개념’을 토크쇼와 접목시킨 프로그램이다.병맛은 대한민국의 인터넷 유행어로, 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병신 같은 맛'의 줄임말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주로 대상에 대한 조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병맛을 가장 활용하는 장르는 웹툰이다.‘병맛문화’를 이해하는 의미에서 가장 알려진 병맛 웹툰인 이말년의 만화를 살펴보자.
꼴찌학생과 교사가 공부를 열심히 하자고 맹세한 후 달려가는 곳은 태양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석양을 향해 달려간다.바로 이것이 병맛문화의 핵심인 기승전병이다.
병맛문화는 루저문화이다. 승자가 못되는 자들이 넋두리처럼 되뇌이는 행태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이다.거기서 많은 패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철옹성과 그 밖의 사람들로 구분된 세상에서 놀라운 공감대를 느낀다.
모여서 낄낄거리며 대안없는 듯 싱거운 소리나 해대고 이런 코드이다.진중권 교수가 병맛코드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들의 스타일에 좀 더 관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교수의 의외의 엄숙주의는 나꼼수 신도들을 당황하게 했을 것 같다.병맛코드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나꼼수의 지금의 진행은 크게 이탈돼 있지 않다.비범하고 대단한 사람들을 상투적으로 까는 것을 목적으로 모인 나꼼수 멤버들에게 ‘성역’이란 있을 수 없다.
일등만이 대접받는 사회에서 꼴찌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역설적이지만 일등보다 꼴찌되기가 어렵다. 정확히 말하면 꼴찌로 살아남을 확률이 아주 적다는 것이다.
꼴찌는 무엇으로 사는가?
허세이다. ‘무한도전’이 1등에 대한 풍자라면 ‘나꼼수’는 1등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1등인 대통령이 맞수이다.
그렇다. 나꼼수는 1등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꼴찌들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수이다.꼴찌들은 낄낄거리며 언제까지 존재하려 한다. 하지만 꼴찌로 살게 세상은 놔두지 않는다.
사회 구조상 열등생들이 1등일 될 확률은 로또를 맞는 것보다 어렵다. 갈 수없는 나라에 대해 4명이 어렴풋이 그려낸 회화 ,그 그림 속으로 시청자는 초대되는 것이다.
‘나꼼수’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회화성이다. 음성으로 들리는 4명이 빚어낸 싱겁고 하찮고 무례한 목소리들이 어우러지다 보면 꽤 디테일한 그림이 그려진다. 시청자는 그들이 그린 프레임에 색깔을 칠한다.
나꼼수는 회화이다.
우리는 어렸을때 본이 떠진 그림에 색깔을 채운 적이 있다. 이런 것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의 색깔이 입혀지고 있는 그림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톤은 빨간색도 아니고 파란색도 아니다. 마음속에 있는 색깔들이다. 정의할 수 없고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한다. 아주 개성이 강한 마음속에 감춰진 색깔들이다.
프레임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너무 나가면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점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는 듯 하다.
병맛문화가 위안을 주는 만큼 상처도 줄 수 있다. 인격적 모독이나 무례함 같은 것들은 후유증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나꼼수’는 하드코어 장면이 센 그림이다.지루하게 들리겠지만?인간세에선 도덕과 기준이 필요하다.
‘나꼼수’ 가 빚어낸 ‘이후’인 넥스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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