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10대들의 우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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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10대들의 우정 이야기
  • 김종수 기자
  • 승인 2012.02.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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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 카나리아 제도로 들어오려는 불법 입국자 수는 2006년 1월부터 11월 사이에만 무려 28,167명에 달했다. 특히 8월부터 9월 사이에 이 수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두 달 동안 불법 입국자 수는 21,237명에 달했다.

국제적십자사에 따르면 이들 중 적어도 매년 3천 명 정도가 유럽으로 오는 도중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다. 그중 시체가 발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하니 목숨을 건 그들의 여정은 희망과 함께 눈물을 떠올리게 한다.

‘바르삭’(놀)은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처럼 살아보려고’ 불법 입국을 감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저자 시몬 스트레인저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가슴 아파했다. 그러나 무리하게 해피엔딩을 말하거나 현실 이상의 판타지를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다.

사무엘은 한 달 전쯤 짐을 쌌다. 엄마가 붙잡을 거라 예상했지만, 집을 떠나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오히려 그 말을 기다려온 것처럼 행동했다. 유럽에서 일자리를 구해 가나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주길 바라는 듯했다. 그의 사촌이 그러했듯이, 모든 이웃의 아들들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 소설 ‘바르삭’ 중에서

이 책에는 가족과 함께 그란카나리아 섬으로 여름휴가를 즐기러 온 에밀리에과 불법 입국한 아프리카 소년 사무엘이 등장한다. 사무엘은 학교를 다니거나 돈을 모으거나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는 단지 희망도 미래도 없는 참담한 아프리카를 벗어나기 위해 다른 나라의 불법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에밀리에는 다이어트가 인생 최대의 고민인 소녀다. 열두 살 때 같은 학교 남자아이한테 뚱보라고 놀림을 당한 후, 강박적으로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식사량을 조절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저자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던 두 아이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세상의 불평등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안도현 시인도 소설 ‘바르삭’에 대해 “자신의 상황에만 매몰된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의 현실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평했다.

여전히 그들은 불법 입국자였다. 꿈에 그리던 곳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숨어 지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감사할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수시로 감사해야 했다.- 소설 ‘바르삭’ 중에서

특히 에밀리에와 사무엘이 처한 환경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그란카나리아 섬이라는 배경 때문에 더 극명하게 도드라진다. 누군가에게는 여름휴가를 위한 휴양지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섯 명의 목숨을 내주고서라도 숨어들고 싶었던 곳이다. 그곳에서 전혀 다른 세상에 속한 두 아이들은 서로를 마주한다.

불안과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서로를 지켜보던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정과 애틋함이 담긴 시선으로 서로를 응시하게 되지만 그들을 둘러싼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오히려 이해와 배려만으로는 그들 앞에 당면한 거대한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다시 아프리카로 추방될, 운이 좋으면 불법 입국자로 살아갈 수 있을 소년과 그의 친구가 된 소녀.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두 아이들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시몬 스트레인저는 ‘불법 입국자 소년 사무엘’을 통해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일곱 살 때부터 거리로 나가 물건을 팔아야 하는 아이들, 평생 졸업장이라고는 손에 쥐어본 적도 없는 아이들, 최저 임금 하지만 그나마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 나아질 거라고 누구도 말할 수 없는 상황.
 
결국 그들은 다른 나라의 불법 노동자가 되기 위해, 불법 인생으로 살아야 하는 그 미래를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다. 달리는 기차 지붕위에 몸을 묶거나 연료도 식량도 부족한 허름한 나무배에 올라탄 채 자신의 운명을 신에게 내건다.

저자는 아프리카 소년 사무엘을 통해 세계의 모든 사무엘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특히 그들의 목숨을 건 여정을 과장되지 않게 그려냈다. 그와 동시에 에밀리에의 눈을 통해 우리들에게 무언의 호소를 하고 있다. 그들이 우리와 함께 이 지구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그들을 다시 한 번 돌아봐달라고. 그것이 짧고도 가슴 아픈 두 소년 소녀의 우정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다.

좋은 책의 발견 북스커버리 cbci 서하나 jindalae@cb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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