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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법의 풍경'

법들이 싸우고 있다. 법치국가에서 제일 헤매고 있는 것은 법인 듯하다. 사실 인간이 착하다면 헌법이면 충분하다. 헌법은 신의 법이다.

인간이 헌법만 지킨다면 세상은 지상낙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법대로 살면 사고가 난다. 헌법은 충분히 훌륭하지만 법대로 행하면 흉흉한 세상이 된다. 이 세상 논리 중 가장 비루한 논리가 법대로 이기 때문이다.

법을 지켜야 옳은 사람이 되고 법을 안 지키면 그른 사람이 된다는 이분법적인 적용이 법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처벌의 근거 역시 법 테두리 안에서 정해지지만 인간의 감정이 형량과 형구를 결정한다는 것에서 자유로운 법관은 없을 것이다.

법은 ‘머피의 법칙’과 닮아 있다. 적어도 피형자에게 법은 머피의 법칙이다. 법은 기질적이고 선택적으로 머피의 법칙을 채택한다. 가령 우산을 샀을 때 비가 온다든가 하는 것들, 집안에 아무도 없고 나 홀로 화장실에 있을 때 누군가가 집안을 찾아올 때처럼 구리다.

머피의 법칙이란 실패할 가능성 있는 것은 실패한다는 것이다. 머피의 법칙의 발전형은 ‘자연은 늘 숨겨져 있는 결함의 편을 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실패학과 재수없는 우연을 늘어놓는 이유는 우리의 법이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느껴질 만큼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실패의 주관화가 머피의 법칙이다. 사실 실패나 불운이 나에게만 오는 것은 아닐진대 우리는 흔히 자신에게만 기회가 박탈되고 온갖 재수없는 일들이 닥치는 것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논리로 본다면 법이 나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할 수 있다.

법의 범위는 사실 내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데 법이 나에게만 유독 불리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법은 참 외로울 것 같다. 왕따가 된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찾아가면 소외시키고 더 멀리 떨어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법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은 법의 시야에서 멀어지길 원한다. 물론 경찰력과 검찰력 같은 공권력은 환영하고 수용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개는 법이 무섭고 두렵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대법원이나 대검찰청의 인터넷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의외로 친절하고 겸손하다. 하지만 그 겸손함이나 배꼽인사보다 더 고개 숙였다는 머슴 같은 문구가 더 큰 스트레스로 느껴진다. 이것은 일반인들의 감정일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겸손함 속에서 저들이 내게 줄 머피의 법칙을 느낀다는 것이다. 만약 비가 오고 있다면 위에 언급한 기관들이 장대비를 만들고 홍수를 만드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낙관주의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체제 내에 있다는 점을 그 겸손함과 정중함이 항시 일깨워 준다. 법이 안온함을 국민에게 제대로 주었다면 이런 감정은 생기지 않았을 터이다. 검찰이 인간의 감정을 가진 따뜻한 법을 적용했다면 국민들은 이런 무서움을 갖지 않았을 터이다.

검찰은 누구나를 잡아갈 수 있고 검찰은 누구나를 풀어줄 수 있다. 이런 거대한 권력이 어디 존재하겠는가.

경찰은 어떠한가. 경찰청 역시 포돌이가 다정스럽게 우리를 맞고 있다. 국민의 지킴이인 경찰이 이 나라 국민들을 세세만년 보호해 줄 것 같은 착한 표정이다. 독수리도 무서움을 느낄까 봐 안 무섭게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경찰에 대한 국민의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국가가 괴물이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 폭압 속에서 무수히 희생당한 과거를 잊기 어렵다. 국가가 괴물화 된다면 그 구성원들도 괴물이다. 

소수가 괴물이 아니라 전부가 괴물이 되는 것이다. 좀비나 뱀파이어들이 감염시키는 것처럼 세상을 자신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

경찰청과 대검찰청, 대법원의 겸손함과 정중함, 그 순종적인 문구들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특권의 내면화가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동시접속’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최근 여러 가지 풍경을 봐야 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투쟁, 구속과 불구속, 유죄와 무죄를 통해 판사들이 법을 수호한다는 장면, 법관들의 자의적 법집행을 질타하는 부러진 화살을 통한 최고 법집행 기관인 대법원에 대한 모독, 헌법 재판관을 이념 검증으로 떨어뜨린 국회, 이미 봉인된 사건을 끄집어 내 부관참시하는 법, 법을 사사로이 집행할 것을 청탁했다는 법관, 그에 대해 양심선언 하며 사의를 표시한 검사 등을 말이다.

그야말로 법의 풍경이 하수상하다. 변호사, 판사, 검사, 경찰이 서로 위법을 들이대며 싸우고 있다.

국민들은 이들 엘리트 싸움, 또 하나의 고래싸움에 낀 새우에 불과하다. 1등들의 싸우는 모습이 그런데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이른바 ‘법의 전쟁’에서 서민들은 어디로 피난가야할지 묻고만 싶을 뿐이다.

심우일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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