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지구 반대편 북유럽 교육은 입시 경쟁과 학교 폭력에 빛바랜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비춰봤을 때 선망의 대상이요, 꿈꿔왔던 표본이다. ‘남’을 이기기 위해 애쓰는 경쟁 대신 ‘우리’를 위해 나아가는 협동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곳,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북유럽 교실은 우리의 교실과 참 대조적이다.
‘북유럽에서 날아온 행복한 교육이야기’(다산에듀)는 평범한 아시아 엄마와 두 딸이 북유럽의 풍경 속에서 배운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담고 있다.
타이완의 여러 잡지와 핀란드 영문 잡지 등에서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첸즈화는 말 많고 열정 가득한 두 딸과 남편과 함께 핀란드에서 6년 동안 살면서 북유럽 교육의 저력을 확인했다.
그는 처음에는 딸의 숙제를 돕거나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더 앞서 선생님에게 칭찬받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평범한 아시아 엄마였다. 하지만 북유럽에서 두 딸을 키우고 많은 교육 전문가들을 만나며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안심하고 기를 수 있고 일류학교에 보내려고 걱정할 필요도 없으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점수 몇 점에 목매달지 않는 교육’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모의고사 등급과 성적, 학교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교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극심한 경쟁에 뒤처져 자신을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여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우리의 교실은 슬픔으로 가득 차있다.
고3 수험생 기간을 힘겹게 견뎌내고 수능 전쟁까지 끝냈으면서 수능 시험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매스컴에서는 스스로 세상을 저버린 10대들에 대한 뉴스가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는 이런 슬픔을 이겨내는 법을 가르치는 교실이 있었다. 우리가 바라던 진정한 교육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 건너 북유럽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사건을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주지 않으면서 사실을 알릴 방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라면 신속하게,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북유럽에서 날아온 행복한 교육이야기’ 중에서
지난 2007년 11월 핀란드 한 고등학교에서 교내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학교 근방 곳곳에는 조기가 걸렸고 학생도 학부모도 침울했다.
하지만 마냥 슬퍼하지는 않았다. 당시 9살이었던 저자의 딸은 학교에서 다 같이 희생자를 위해 3분간 묵념을 했고, 교실 안에서 교사와 학생이 총격 사건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해 저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놀랍게도 10살도 안된 딸은 토론을 통해 사건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고, 슬퍼했고, 훗날 자신이 놀림을 받거나 그런 장면을 목격했을 때 가슴에 담아두지 않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달았다. 심리적인 격동과 함께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과 극한 슬픔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배운 것이다.
공포심을 조장하지 않기 위해, 아니 이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 침묵하는 우리네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렇게 아이들과 토론의 시간을 가진 뒤 핀란드 학교는 각 가정에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교사는 아이들의 질문에 정직하게 답해줬으며 가정에서도 이 문제(총격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부모는 가정에서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나누고 가르쳐주고 함께 되새긴다.
논쟁으로 충격과 슬픔을 가라앉힐 수는 없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살피는 계기로 삼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때 인생은 한층 무르익을 것입니다. -‘북유럽에서 날아온 행복한 교육이야기’ 중에서
좋은 책의 발견 북스커버리 cbci 서하나 jindalae@cb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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