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앵커가 극찬한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 칼럼, JTBC 이동해 '활화산' 예고
칼날 같은 분석과 송곳 같은 찌름으로 명성이 자자한 칼럼니스트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JTBC 보도국장에 임명돼 손석희 앵커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특히 손석희 앵커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권석천 신임 보도국장의 칼럼을 존경한다고 밝혀 두 사람의 콤비네이션이 어떠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중앙일보는 29일자 인사발령을 통해 권석천 보도국장 임명을 위시로 남윤호 중앙일보 편집국장대리를 편집국장으로, 최훈 편집국장을 중앙일보 논설위원실장으로 발령됐다. 또한 홍승일 실장은 중앙일보 논설위원에, 표재용 중앙일보 이노베이션랩장은 JTBC 취재담당 겸 경제산업부장으로, 김상우 JTBC 취재담당 부국장은 JTBC 행정국장에 임명됐다.
권석천 보도국장은 1967년 서울 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1990년 경향신문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디뎠다. 2007년 중앙일보로 자리를 옮겨 법조팀장, 논설위원 등을 지내는 등 25년 차의 베테랑 기자로 그의 칼럼은 대중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권석천 보도국장은 '정의를 부탁해'란 저서를 통해 "법학을 전공했지만 법에 애착을 느끼지 못해 대학 졸업 후 신문사에 들어갔다"며 "다른 삶을 꿈꾸기엔 이미 늦었다. 이번 생에는 글 쓰는 일에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란 말을 남겼다.
손석희 앵커도 이 책에 서평을 남기며 "나는 이 책을 지금 처음 손에 쥔 사람들에게 그냥 서문만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며 "서문에는 어떤 뭉클함이 함께한 독자라면 그 다음 본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내가 권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해도 글은 그 본질을 추구하며 권석천은 어떤 허장성세도 없이 그 본질로 들어간 글쟁이다"라고 극찬을 했다.
손석희 앵커는 지난해 1월 26일 JTBC 뉴스룸에서도 권석천 보도국장을 언급했다.
그는 "글을 쓴 사람은 중앙일보 권석천 사회부장입니다. 중앙일보 칼럼이라 고른 게 아닙니다. 저의 판단이기는 합니다만 근래 들어 읽은 칼럼 중 가장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 그의 칼럼 중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글들을 모았습니다"라고 권석천 보도국장의 칼럼을 소개했다.
당시 손석희 앵커가 소개한 권석천 보도국장의 칼럼은 이번 최순실게이트를 암시한 것처럼 세월호 참사 등 박근혜정부의 어설픈 시스템 체계와 도덕적 결함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다음은 권석천 보도국장 칼럼의 일부분을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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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의 세상 - 2015.01.26.(중앙일보 '권석천의 시시각각')
"나도 피해자다. 막내딸 죽을 때 경찰이 나를 흥분시켰다."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이다. 폭행은 아니었다." "그 여자가 (뇌성마비인) 내 아들을 두고 욕설을 했다."
눈앞의 이런 일들이 지난해 세월호 문제를 넘어서지 못한 업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세월호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2015년의 사건들은 세월호와 인과(因果)의 끈으로 묶여 있진 않더라도 최소한 겹쳐져 있다. 부끄러움의 자정(自淨) 능력을 상실한 사회에서 항용 나타나는 현상이요, 징후들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우리를 배신했다 - 2014.06.25.(중앙일보 '권석천의 시시각각')
"6월이 되면 악몽이 반복됨, 총소리 나는 영화를 보지 못함, 비릿한 냄새를 맡지 못함."
사건 후 4년이 지났을 때까지도 생존자들은 고통의 터널에 갇혀 있었다. 19명 중 12명에게서 심각한 PTSD 증상이 확인됐다. 사건 당시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부대원들의 심정을 배려하지 않는 가운데 진상 조사가 진행된다면, 그리하여 그들이 나라에 배신감을 갖게 된다면 '또 하나의 세월호'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으라"는 청와대 소송 - 2014.06.18.(중앙일보 '권석천의 시시각각')
"'쇼크 상태'였던 아이가 왜 박 대통령 현장 방문에?"란 제목의 기사를 보면 네티즌들의 의혹 제기와 "아이가 많이 안정이 됐다"는 친척 언급이 나란히 제시돼 있다. 보기에 따라선 악의적이란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다만 손해배상 소송까지 낼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우려되는 건 눈앞에 어른거리는 데자뷰(기시감)다. 2008년 광우병 파동 후 언론사와 네티즌에 대한 민·형사 소송이 이어졌다. 결과는 줄줄이 무죄였다. 한국 사회는 공론의 장(場)에서 진실을 확인하고 토론할 기회를 놓친 채 인권 후퇴 국가의 오명만 뒤집어쓰고 말았다.
시스템이 우릴 구한다고? - 2014.05.14.(중앙일보 '권석천의 시시각각')
시스템은 중요하다. 다만 시스템이 우릴 구조해줄 것이라 믿는 건 오산이다. 착각이다. 우리를, 우리 아이들을 위기에서 구해줄 수 있는 건 선장, 해경, 장관, 총리, 대통령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몸과 마음을 바쳐 움직여줘야 생명을 건질 수 있다. 스펙이 화려하다고, 신망이 높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진정성과 용기, 열정과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대통령이 사과하는 법 - 2014.04.30.(중앙일보 '권석천의 시시각각')
집단사고는 마약이다. 내부 논리에 포획되 면 사회가 자신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망각한 채 착시와 오만에 빠지게 된다. ‘법피아(법조 마피아)’란 말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그제 논평에서 밝혔듯 “국가가 입혀준 옷을 벗을 때에는 그 옷을 국가에 돌려줘야 한다”는 게 요즘 국민들의 가치관이다.
더욱 무서운 건 세월호 참사 이후 지겹도록 지적돼온 소통 부재, 공감 부족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관피아(관료 마피아)와의 전쟁에 나서겠다면서 안 후보자가 재산 환원의 이유로 밝힌 ‘국민 정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배임죄' 사용설명서 - 2014.02.05(중앙일보 '권석천의 시시각각')
여기 형법 제355조 2항이 있다. 배임죄다. 기업 수사의 흙바람이 일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한다. 오늘은 이 법 조항의 기능과 사용법을 익혀보도록 하자.
1. 기본 사양 : 배임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손해를 가한 때' 처벌하는 것이다. 임무 위배? 대법원 판례는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적용 범위가 '광대역'이란 뜻이다. 법정형은 일반 배임 징역 5년 이하, 업무상 배임 징역 10년 이하다.
15번째 '설마' 채동욱 정보유출 - 2013.12.04.(중앙일보 '권석천의 시시각각')
(1)대선 직전 국정원 직원이 선거 댓글 달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첫 번째 설마요, (2)불과 닷새 만에 경찰이 "후보 관련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중간 수사 발표를 한 것이 두 번째 설마요, (3)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서 수사과장이 돌연 다른 경찰서로 전보됨이 세 번째 설마요, (4)경찰 윗선에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 네 번째 설마요, (5)경찰이 국정원 직원 등 세 사람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이 다섯 번째 설마요,
한두 개의 설마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이었건만, 우리는 '설마…' '설마…'만 내뱉다 한 해를 보내고 말았으니, 그 귀한 시간을 허송한 것이 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남의 허물로 나의 허물을 덮을 수 없고 오늘의 부끄러움으로 어제의 부끄러움을 가릴 수 없는 법이거늘, 어찌 자기 허물을 탓하고 부끄러움을 토(吐)하는 자 보이지 않는가. 얼마나 더 많은 '설마'가 나와야 진실을 고백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