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나 경제 신문 등에서 ‘금리’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그 금리의 오르내림에 따라 시장의 표정은 수시로 바뀐다.
그렇다면 금리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그것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은 어떤 현상을 의미하는 것일까?
금리란 한마디로 돈의 가격, 혹은 이용료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돈을 빌렸을 때 지불해야 하는 대가를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하면 돈에도 가격이 있느냐고 의아해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엄격히 따지면 돈 또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상품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상품이 그러하듯 돈 역시 공급이 줄어들면 귀해지고 가치가 올라가며 공급이 넘쳐 많이 나돌게 되면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돈의 가격과 이용료도 돈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금리는 경제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고정적이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이 금리를 적절히 통제함으로써 경제 상황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려고 한다. 그렇다면 금리를 내리면 어떤 효과가 있고 올리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먼저 금리를 올리면 돈을 사용하고 지불하는 사용료, 즉 이자가 높아지므로 가급적 돈을 사용하지 않으려 하게 된다.
기업은 투자보다 저축을 많이 하게 되고 국민들 또한 은행을 찾게 되어 돈은 자연스레 은행에 집중된다. 이런 현상은 얼핏 바람직한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모든 경제 현상에는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당연히 돈을 많이 빌린 사람이나 기업들이 가장 힘들어진다. 늘어난 이자를 내는 것이 버거워지기 때문이다.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므로 특히 채무의 비중이 높고 경제적 기반이 허약한 서민들은 자칫 가계에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이자율이 오르면 금융비용이 오르는 반면 수익은 낮아진다. 미래의 이익에 민감한 주식의 특징을 감안한다면 미래의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현재 가치도 낮아지게 된다.
이것은 기업으로서도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금리가 낮아지는 경우를 짚어 보자. 돈의 사용료, 즉 이자가 낮아지면 돈을 빌려 쓰는 것이 수월해진다.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 그보다 훨씬 수익이 좋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를 할 수도 있다.
돈을 움켜쥐고 있거나 저축을 해서 이자를 받는 것보다 다른 곳에 투자를 해서 이익을 내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자율을 낮추면 시중에 유통되는 돈이 많아져 주식시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늘리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은행권에서 이탈해 갈 곳이 없는 돈은 주식시장으로 대거 몰리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이 감소하는 대신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금리 정책은 내수가 부진해 경제가 지나치게 침체국면에 있다고 판단될 때 시행하게 된다.
고금리 때와는 정반대로 이자율이 내려가면 기업의 금융비용이 절감되고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 가격은 올라간다.
기업의 수익성도 향상되어 주가도 덩달아 올라갈 확률이 높다. 또한 은행이 낮은 금리로 융자를 해 주면 기업의 투자가 늘어난다. 회사의 규모를 늘리거나 신입사원을 더 뽑을 수도 있다.
은행 이자가 낮다 보니 자금은 은행을 벗어나 민간경제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소비가 늘어나 기업은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저금리 정책이 정말 좋을 것 같지만 이것 역시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금리가 지나치게 낮으면 자칫 경기가 활성화되다 못해 과열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값싼 이자에 편승한 부동산 투기 등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상황이 심해지면 미국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런 조짐이 보이면 정부는 다시 금리를 올리는 등 금리 조정정책을 쓰게 된다.
이상에서 보듯이 금리는 소비자의 구매욕구와 기업의 투자의욕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에너지’라는 말은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단 빛과 그림자가 뚜렷한 양날의 칼이므로 금리의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