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극의 얼음 밑 깊은 호수에서 발견된 생물체가 극한 환경에서도 거뜬히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과학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생물의 생존력 이유를 규명하게 된다면 향후 우주와 심해 탐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입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미국 네브래스카대 고생물학자인 데이비드 하우드 교수 연구팀의 이같은 연구 활동 결과를 실었습니다. 이달 초 남극 아래 얼음 호수인 ‘메르세르’(Mercer)를 지하 1068m까지 시추한 결과 완보동물의 일종인 물곰 사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완보동물은 보통 크기가 약 1㎜ 미만의 매우 작은 동물로 8개의 발을 가지고 천천히 이동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계는 곤충과 거미, 갑각류 등을 포함한 절지동물류로도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물곰은 크기가 1.5㎜에 8개의 다리를 가졌으며, 플랑크톤을 먹고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곰으로 불리는 것은 물속을 헤엄치는 곰처럼 생겼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물곰이 최소 1만 년 전에서 최대 12만 년 전 얼음 아래 강에서 서식했지만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호수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특히 영하 273도의 극한 환경은 물론 섭씨 151도의 고열에도 생명력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수십 년 동안 물과 음식이 없어도 살 수 있고 방사선에 노출돼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다수 동물들은 10~20Gy(그레이)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목숨을 잃지만 물곰은 5700Gy에도 견뎌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가장 깊은 심해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보다 6배 높은 수압에도 견딜 수 있습니다. 마리아나 해구는 지상의 기압보다 1000배 이상의 수압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메르세르 호수의 환경이 워낙 혹독하기 때문에 어떠한 생명체도 살 수 없을 것으로 봤습니다. 극히 낮은 온도와 함께 두꺼운 빙하로 둘러싸여 빛이 전혀 도달하지 못해 먹이사슬 가장 아래에 있는 생물마저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을 이끈 데이비드 하우드 교수는 “물곰을 우주 공간에 두는 실험을 통해 과연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물곰처럼 극한 환경에 사는 생물을 파헤치면 인류의 우주 탐사는 물론 여러 미스테리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