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 이번 주 ‘영상앨범 산’에서는 충북 보은 구병산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중심지에 자리한 충청북도 보은군은 백두대간에서 뻗어 내린 속리산과 낙동강, 보청천 등 금강수계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고장이다. 예로부터 보은 지방에는 ‘삼산’이 유명한데 속리산의 천황봉은 지아비 산, 구병산은 지어미 산, 금적산은 아들 산이라 해왔다. 아홉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구병산. 자연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끼며 걷고 글을 쓰는, 작가이자 트레일 러너인 오세진 씨가 구병산의 품속으로 향한다.
우선, 오랜 세월 보은의 살아있는 역사로 수많은 이들의 터전과 삶을 지켜준 삼년산성으로 향한다. 신라 자비왕 때 3년의 공사 끝에 완공돼 ‘삼년’산성이라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크고 작은 돌들로만 쌓아 올린 산성은 1500년을 너끈히 버티며 지금까지도 견고하고 그 웅장함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이어진 길을 편안하게 걸으며 치열했던 지난 세월을 가슴 깊이 새긴다. 전망대에 올라 담백한 멋을 주는 너른 들녘과 보은 시내 전경을 보면 평온함이 느껴진다.
속리산 명성에 가려져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덕분에 자연 그대로의 멋을 간직한 구병산. 그만큼 사람들의 방문을 쉽게 허락하지 않고 긴장하게 만드는 길들이 많다. 초입부터 가파르게 올라채는 길은 촘촘한 나무와 흙, 바위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야 해서 더욱 힘들다. 게다가 지난 밤 내린 눈으로 미끄럽기까지 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때때로 나무 틈 사이 빼꼼히 비추는 조망들에 기대를 하며 부단히 걸음을 옮긴다.
하얀 눈과 가파른 길로 발걸음은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숨은 점점 가쁘게 차오른다. 마침내, 신선들이 바둑을 두며 풍경을 즐겼다는 신선대에 오르면 그간의 노고는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손에 닿을 듯이 보이는 속리산과 구병산 능선들, 멋들어진 풍광은 가슴 속 깊이 맑은 기운을 퍼뜨린다. 신선대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바윗길이 시작된다. 로프를 잡고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온몸이 긴장하게 된다. 만만치 않은 산행 길에 체력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아찔한 순간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거칠기가 이를 데 없는 바윗길을 수없이 오르내린 끝에 드디어 정상에 다다른다. 턱까지 차오른 숨이 서서히 잠잠해지고 사위로 굽이굽이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쉽지 않은 걸음이었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벅찬 기쁨과 감동이 몰려온다.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깃든 천혜의 병풍, 구병산. 호락호락하지 않아 더 매력 있는 구병산을 ‘영상앨범 산’에서 함께 만나본다. 6일 오전 7시 10분 KBS 2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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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