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연 북칼럼] '작가의 추억 속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이야기'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소설 <초원의 집>은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져 소위 ‘국민드라마’가 되었다.

2014-06-15     CBC뉴스

 
 

아이멘토의  <로라 잉걸스>


[CBC뉴스|CBC NEWS] 편집자의 역할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역량 있는 작가의 발굴이다. 유명한 작가를 섭외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아직 빛을 발휘하지 못한 재능 있는 작가를 찾아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도 편집자로서 무척 보람 있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게일 (버니)맥크리드’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게일 맥크리드는 여러 면에서 무척 흥미 있는 사람이었다. 로라 잉걸스의 가까운 친척이라는 점과 마틴 루서 킹의 부인과 절친한 사이라는 점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이 그러했다.

그녀에게 있어 많은 나이와 불편한 몸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당시 게일은 어린이 목회자로서의 활동과 함께 작가 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이 나이에 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로라 할머니 덕분이야. 할머니가 어린 시절 내내 나에게 작가로서의 꿈을 심어 주었거든.”
 
 로라 잉걸스는 어린 게일의 멘토로서 그녀의 삶을 이끌어 주었다고 한다. 덕분에 걷는 게 불편한 여자아이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의기소침함이나 소극적인 자세를 갖지 않아도 되었단다.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모든 일들을 계획했고, 큰 사고를 당해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되었을 때조차 그녀는 절망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로라 할머니와의 많은 추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편집자로서 <아이멘토>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당연히 게일 맥크리드였다. 로라 잉걸스라는 멘토를 통해 그녀는 예순이 넘는 나이에 작가로서의 새로운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경험과 추억은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나는 미국에서 막 작가로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게일에게 ‘로라 잉걸스’에 대한 원고를 부탁했다.
 
 게일 맥크리드는 로라 잉걸스를 통해 어린 독자들에게 꿈을 꾸게 해준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졌고, 어린아이의 사소한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소소한 일상에서도 기쁨과 희망을 볼 수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아이멘토의 <로라 잉걸스>가 게일 맥크리드의 추억 이야기라면, <초원의 집>은 로라 잉걸스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추억의 보따리다. <초원의 집>은 로라가 네 살 때부터 결혼 후 한 아이의 엄마가 될 때까지의 성장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로라, 언니 메리, 동생 캐리와 그레이스, 이 네 자매가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광활한 서부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 이야기는 친근하면서도 매혹적이다. 작가 자신이자 작중 화자인 로라는 서부에서의 생활을 참으로 세세하고 따뜻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19세기 후반의 미국 사회사를 풍부하게 그려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손꼽히며, 미국도서관 협회는 1954년 '로라 잉걸스 와일더 상'을 제정하여 그녀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을 1932년 65세의 나이에 처음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작가로 활동하던 로라 잉걸스의 딸의 권유로 쓰게 된 첫 번째 작품인 <큰 숲 속의 작은 집 Little house in the big woods>이 출판되자마자 찬사와 인기를 얻자 후속 작품이 잇달아 출간되어 1970년에 마직 연재소설이 출판되었다.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소설 <초원의 집>은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져 소위 ‘국민드라마’가 되었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했던 이 드라마는 1980년대 우리나라에도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또한 <초원의 집>은 ‘한국 슈타이너’의 전신인 ‘학원 출판공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번역하여 발간한 작품이기도 하다. 1993년, 영문학자 장왕록 교수(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주임교수이며 영문학자인 고 장영희 교수의 부친)가 번역한 <큰 숲 작은 집>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멘토를 읽으며 로라 잉걸스라는 작가를 알게 된 아이가 조금 더 자라 부모님과 함께 <초원의 집>을 읽는다면 그 느낌은 남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조주연 한국 슈타이너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