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효과’ 끝?…세계 증시 혼조세

2011-08-11     fugoo

 

[CBC뉴스|CBC NEWS] '버냉키 효과'의 생명력은 '하루'에 불과했을까? 시장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2년간 제로금리'라는 대안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미온적'인 처방으로는 현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와 유럽 증시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폭락했다.

11일 여파는 아시아로 이어지며 아시아 국가들의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일본 도쿄증시에서 니케이평균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6.80포인트(0.63%) 내린 8981.94, 토픽스지수는 5.85포인트(0.75%) 하락한 770.88로 거래를 마쳤다.

오후 4시 현재 홍콩 항셍지수는 0.8% 이상 하락 중이고 대만지수와 싱가포르지수도 0.2%씩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중국 증시는 변동성이 큰 장세에도 상승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1733포인트까지 무너지며 출발이 불안했지만 결국 전 거래일(1806.24)보다 11.20포인트(0.62%) 오른 1817.44로 장을 마쳤다. 중국도 상하이종합지수가 전날보다 1.3% 상승한 2581.51으로 마감하는 등 일제히 상승했다.

이 같은 아시아 증시의 혼조세는 버냉키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고 있는 시장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버냉키는 2013년까지 금리를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민간 부문의 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구체적인 경기 정책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었던만큼 실망감도 컸다.

신영증권 김재홍 연구원은 "미국이 언제 금리를 올리면서 긴축에 나설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저금리만으로는 지금의 사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하지만 미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시장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3차 양적완화다. 이 때문에 시장은 이달 26일 열리는 세계중앙은행 총재 연찬회에 참석하는 버냉키 의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지난해 8월 같은 장소에서 2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가 현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동안 미 정부에서 해오던 것이기 때문에 시장의 반향을 이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김형렬 투자전략팀장은 "정부에서 부양책이 나오게 되면 시장의 반응이 중요하다"며 "현 상황에서 상식적인 수준의 부양카드는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중국 등이 유럽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의 국채를 매입해서 시장을 안정시키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모여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공조 방안을 마련한다면 이번 미국발 악재가 해소될 수 있다.

그러려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조에 대한 논의를 주도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버냉키 의장의 '소극성'에서 보듯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국가들의 정책적 대응이 피동적인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대안이 되기 힘든 상황이다.

김 팀장은 "지금 상황에서 급한 것은 미국"이라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미국이 중국이나 일본 등에 국채 매입을 지원요청하는 것 이상의 파격적인 경기부양 카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BC뉴스 김기철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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