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식업에 내몰린 생존의 그늘, 그렇게 하루가 간다

2018-07-18     김석진 기자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대거 몰려있는 외식업종은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는 아우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시에만 식당이 12만 개가 넘는다. 이를 인구 대비 환산한다면 식당 한 개당 80여 명의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꼴이다. 나 먹고 살기 힘들어죽겠는데 종업원 임금마저 올라가면 대책이 없다. 그렇다고 종업원 다 내보내고 나홀로 일인이역을 하기엔 엄연한 한계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극한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찌 보면 자영업자들의 외식업 집중 현상도 이같은 심각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복합적으로는 우리 인식의 저변과 사회적 인프라, ‘사회악’이 맞물린 결과라 본다.

일찌감치 회사문을 나선 사오정 세대 아버지들은 재취업이 엄두가 안 난다. 그렇다고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뭔가를 해보고 싶지만 더더욱 엄두가 안 난다.

그나마 퇴직금 때려 붓고 식당 간판을 멋들어지게 달면 어느 정도 먹고는 살 것 같다. 몸은 힘들어도 부지런히 하다보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 것이며, 행여나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공 창업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진 않을까란 막연한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발을 담그는 순간 대표 레드업종인 외식업의 실감나는 총탄 세례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프랜차이즈 간판만 달면 ‘본사가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을 가진 ‘바보’들도 적잖다. 이런 경우 대부분 쫄딱 말아먹기 일쑤다. 시쳇말로 가맹본부에게 좋은 일만 시켜줬다.

이렇듯 외식업은 고생길을 자초하는 업종이다. 외식업으로 돈 좀 만졌다고 자랑하는 이들은 상위 1%도 안 되는 1등급 이야기다. 1등급에 올라서기 위해선 얼마만큼의 노력과 재능, 운이 뒤따라야하는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요즘엔 백종원 등 유명 방송인들 덕택에 청년들까지 외식업에 나선다. 셰프 유망주들의 집결지로 뜨는 망원동이나 연남동을 찾아가보면 젊은 패기가 지글지글 타오른다. 지금 하는 고생이 언젠가는 추억으로 안주 삼을 날이 올 것이란 신념이 넘쳐흐른다. 조기퇴직의 아버지 세대가 안고 있는 생존보다 외식업에 대한 자부심과 꿈이 더 크게 작용한다.

허나 오랫동안 문제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처럼 청년들을 물어뜯을 하이에나들이 우리 주변에 득시글거린다. 단순히 청년의 패기 하나만으로 이 장벽을 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정말 돈 없으면 하기 힘든 사업이 외식업일지도 모른다.

최근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란 제목의 로버트 H. 프랭크 코넬대 교수가 지은 책은 작금의 불행한 상황을 시원하게 비웃는듯하다. 저자는 현실에서 성공하려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운이 따라야 하나 그 운은 유전자와 환경이 버무려진 결과라고 강조한다.

미국에서 부모 소득과 자녀 소득 사이의 상관관계는 0.5로 부모 자식의 키 사이에서 나타나는 상관관계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법 제도와 교육 시스템,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 혹은 한창 성장기에 거머쥘 성공의 기회가 많은 나라에 태어난 것도 운 때문이라 저자는 주장한다. 

이에 보다 많은 사람이 행운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누진소득세 대신 누진소비세를 제안한다. 소비에 대한 한계세율이 올라가면 저축과 투자가 촉진되고 더 나은 사회기반시설을 위해 투자할 추가적인 세수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됐던 안타까운 현실의 연속이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아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영업 시장에 떠밀리는 청춘들, 그리고 가족의 부양을 짊어지고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둔중한 몸을 채찍질하는 아버지들.

국가에게 가족은 무슨 의미일까. 생존이 지상최대의 과제가 되면서 가족해체도 빠르게 이뤄지는 이 시대에 국가는 우리에게 어떠한 존재일까. 단지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기 전에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 지금도 통용되는 명언이라 위로해야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