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稅 모를稅] 현금거래는 `독`

2019-05-31     박영범 세무칼럼

국세청은 지난 1999년부터 자영업자의 과세표준 양성화를 위한 과세자료 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했다.

그러나 일부 업종과 소액거래는 신용카드보다 현금 결제를 선호한다. 수수료 부과 문제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권장에도 한계가 있어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금 거래는 현재 민간소비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3년 이용섭 현 광주광역시장은 국세청장 시절 의욕적으로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을 신설 추진해 2005년 1월 1일부터 현금영수증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다.

현금영수증은 거래건 당 10만 원 이상 현금 거래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거래 대금의 50%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은 2010년 기준 30개 업종의 전문직을 시작으로 유흥주점 등 4개 업종이 추가됐다. 

2013년에는 학원·미용 관련 10개 업종이, 2015년에는 자동차 관련 4개 업종, 2016년에는 가구 소매업 등 5개 업종, 지난해는 운동용품 소매 등 5개 업종이 추가되고 도선사업이 제외됐다. 

57개 업종을 지정했지만 사실상 호황을 누릴 수 있고 탈세 여부가 있을 수 있는 업종에 거진 다 적용된 셈이다.

사실 현금영수증 제도는 국세청의 지속적인 홍보와 납세의식 변화, 발급 의무제도 확대 등으로 안정적으로 정착돼 발급금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영사업자 과세표준 양성화와 국가 세수 증대에 크게 기여하는 선진 세금제도다.

그러나 현금영수증 제도가 취지도 좋고 성과도 좋은 제도이지만 그 위반에 대해 처벌이 가혹해 국세행정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잠재적으로 국가에 대한 조세저항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부작용이 꾸준히 지적된다. 

즉 현금영수증 미발급 금액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과도한 과태료 부과에 대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현금영수증 제도의 대표 부작용으로 지목되는 주요 사례에는 △거래 상대방이 발급을 원치 않는 등 어떤 사정으로 인해 발급하지는 못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공급한 용역에 대해 하자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수년 후 대금을 받아서 이미 발급할 방법이 없는 경우 △연간 몇 건에 불과한 용역제공에 대한 발급을 방치했다가 매출로 신고, 거래 금액이 10만 원을 넘어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 △매출을 빠트려 조세를 포탈했지만 그에 대해 가산세, 가산금 등 과실에 대한 충분한 벌을 받았음에도 행위 목적과 부담능력에 상관없이 과도한 부과 처분으로 결국 폐업에 이르거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단 한 번의 실수라도 인정사정없이 세금과 과태료로 처벌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동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일정 범위의 사업자를 적용 대상으로 보고 과태료를 부과하게 한 것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고 그 대금을 현금을 받는 즉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다.

설령 신고했거나 사업용 계좌에 입금돼 충분히 매출 누락을 찾아낼 수 있는 정황이 있더라도. 의무위반에 대한 과태료는 조세회피 목적 방지와 상관없이 별도로 규정했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태료 조항은 과세표준 양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맞다. 다만 납세자 부담능력과 평등원칙 등 여러 사정도 고려하지 않고 걸리면 ‘법대로 죽는다’는 과도한 벌칙은 중소상인의 반발감을 크게 늘릴 뿐이다. 

중소상인들은 겉으로 공감하고 순응하는 척하지만 속으론 억울해 하면서 조세 저항 심리가 커져가는 실정이다.

조세당국은 현금영수증 제도가 이미 안정적으로 정착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발급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수준의 적정성부터 미발급의 사유에 대한 실태 파악, 과태료 부과 후 실제 사업자의 현황과 문제점 등을 정확히 파악해 개선해야만 한다. 불만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한꺼번에 폭발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입법부인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 번의 실수로 사업을 접는 수많은 영세중소사업자를 위해 과태료 부과율의 완화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박영범>

ㆍ현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ㆍ국세청 32년 근무, 국세청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 2, 3, 4국 16년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