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안심 '업' 불안 쏙 '비트' ... 127% 예금 확보

2018-08-20     김상우 기자

암호화폐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에 대한 검찰 조사가 사실상 끝난 것이 아니냔 업계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검찰은 암호화폐를 실제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장부상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 업비트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바 있다. 검찰은 관련 의혹이 사실일 경우 암호화폐 시장의 거래질서를 크게 흔드는 것으로 규정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그러나 수사 3개월이 넘은 가운데 검찰은 아직까지 수사 결과에 대한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예금 실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고객에게 지급할 암호화폐 대비 금액 기준 약 103%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고, 고객에게 지급할 금전 대비 127%의 예금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두나무는 이번 공개 보고서가 유진회계법인에 의뢰해 지난 6월 28일 오전 4시 기준으로 실사를 받은 내용이라고 밝혔다. 유진회계법인은 지난 6월 28일과 29일 이틀 간 두나무 본사에서 두나무가 개발한 내부 전자지갑과 전문업체가 제공하는 전자지갑의 실재성을 검증했다. 

또한 두나무가 보유한 예금명세서를 기초로 해당 금융기관에 조회해 예금 여부를 확인했다. 암호화폐 및 예금 실사 보고서는 업비트 홈페이지 고객센터 내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자산을 초과하는 암호화폐와 예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 지급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정기 실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선 업비트의 실사 공개가 검찰 조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시장에 퍼진 막연한 공포감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업비트는 그동안 자금세탁 및 불법 자금 조달 방지를 위해 월드 체크 솔루션을 도입하고 자금흐름 추적 시스템인 ‘체인널리시스’를 위시로 다단계 코인 최초 신고자에게 100만 원을 포상하는 ‘다단계 코인 신고제’ 등 암호화폐 거래소 신뢰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를 적발해 검거에 기여했으며,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 설립을 통해 1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이석우 대표를 신임대표의 내정이 업비트 투명성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하와이주립대 중국사 석사, 루이스앤드클라크대학교 법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중앙일보 기자, 한국IBM 고문변호사, NHN 법무 및 경영정책 담당 이사, NHN 미국법인 대표, 카카오 및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조인스 공동대표 등을 거쳤다.

이 대표는 2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국민 증권 애플리케이션 ‘카카오스탁’ 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 대표의 굵직한 성과와 대중적 신뢰도를 감안했을 때 업비트가 지속 발전을 위한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는 긍정적 해석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가 이렇다 할 규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무리한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가 글로벌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올 초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검토하겠다는 등 줄곧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며 “이번 업비트 수사도 일종의 시장 공포 심리 유발을 위한 목적이 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기술 고도화의 중심인 암호화폐를 차단하면서 블록체인 산업 양성을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며 “미국과 일본, 독일, 스위스 등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에 받아들이면서 일자리 양성은 물론 4차산업혁명시대에 적극 준비하는 타 국가들의 행보를 정부 당국이 유심히 관찰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