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2위 자리까지 내줄까 … 잇따른 보안 리스크에 ‘휘청’

2018-08-24     김상우 기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양강체제에 균열이 가고 있다. 업비트와 함께 양강의 한축으로 굳건했던 빗썸이 23일 코인제스트에 거래량 기준으로 국내 2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23일 암호화폐 관련 전문 웹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일 거래량을 기준으로 빗썸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순위에서 세계 27위, 국내 3위를 차지했다. 이날 오전 1시 기준 빗썸의 거래량은 1만3114비트코인이었고 코인제스트는 동일 시간 1만8891비트코인의 거래량으로 세계 21위, 국내 2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지각변동에 국내 암호화폐 업계는 큰 변화라는 시각이다. 업비트와 빗썸의 양강 체제가 워낙 공고했던 탓에 3위 자리만 수시로 바뀌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코인제스트는 이달 6월 오픈한 신생 거래소다. 코스닥 상장사인 한빛소프트의 지분 투자를 등에 업고 철저한 보안과 사용자 편의성을 강조하면서 신규 회원을 무섭게 늘려갔다. 

빗썸은 한때 거래량 세계 1위를 기록할 만큼 암호화폐 열풍을 주도한 대표 거래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취약한 보안 문제로 해킹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회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더욱이 이러한 보안 문제로 농협은행과의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정부가 지난 1월 도입한 실명확인 가상계좌 제도로 인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의무적으로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해야만 한다.

빗썸과 계약을 맺고 있었던 농협은행은 빗썸의 보안 수준이 기준에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며 재계약 연장을 유예 조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빗썸은 신규 고객의 계좌 개설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규 고객 유입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최근 정부의 규제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빗썸의 거래량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빗썸의 악재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듯 코인제스트는 보안성 강화를 적극적으로 어필해나가며 신규 고객을 늘려나갔다. 또한 입출금이 빠르고 채굴형 거래소 토큰을 이용한 배당 등 새로운 거래 기법을 선보여 자연스레 입소문이 퍼졌다. 

국내 1위인 업비트는 국민증권앱으로 불리는 ‘카카오스탁’을 개발‧운영하는 두나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거래소 중 UX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판이 여전하다. 

특히 △평가 손익, 수익률, 총 평가 등 사용자가 일일이 계산해야 할 번거로움을 일목요연하게 자동 정리해주는 사용의 편의성 △북미 거래량 1위 거래소인 비트렉스(Bittrex)와의 독점 제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거래소 △원화 마켓 거래량 전 세계 1위 △버지, 레드코인, 골렘, 아인스타이늄, 버트코인, 웨이브 등 국내 거래소 중 알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하면서 거래량 부족 문제의 해결 △국민 SNS 카카오톡 계정 연동 가능 등의 각종 장점으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인제스트의 무서운 기세에도 불구하고 업비트가 경험과 기술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우위를 보이는지라 당분간 업계 1위는 쉽게 바뀌기 힘들다는 견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 등 보안성을 핵심으로 한 암호화폐의 특징상 보안이 취약하다는 인식은 고객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리스크”라며 “빗썸도 이번 계기를 통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후발 주자에 계속 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