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네, 1달러에 미국법인 매각 … 한국인 매입

2018-09-20     이기호 기자

카페베네의 미국법인이 단돈 1달러에 매각됐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페베네의 미국법인 Caffebene Inc.는 1달러에 매각을 추진한 결과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됐고 인수 절차가 끝나면 카페베네 미국 법인을 사들인 한국인은 미국 내에서 카페베네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1달러에 매각한 이유는?

카페베네의 이번 미국 법인 매각은 최근 국내 법인의 회생절차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 법인을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인데다 미국 법인에 투자할 여력도 없는 상태다.

미국 법인을 계속 가지고 있는 부담스러운 상태보다는 매각을 통해 짐을 덜어내자는 차원인 것이다. 미국 법인을 사들인 새 주인이 앞으로 카페베네 브랜드를 가지고 미국 내에서 사업에 나설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카페베네 미국 법인은 지난 2012년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로 잘 알려진 타임스스퀘어에 무려 200평 규모의 첫 번째 매장을 냈다.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출점을 이어가며 한때 50여 개 매장을 오픈할 정도였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내리막길을 타는 것과 동시에 미국 사업도 침체일로가 이어졌다. 현재 10개 매장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며 올 초에는 뉴욕 K-타운 가맹점주로부터 본사 지원이 전혀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현재 카페베네 상황은?

카페베네는 서울회생법원에서 법인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월 이사회를 통해 법인회생을 신청했으며 5월 인가를 받았다.

당시 실사 결과 청산가치인 161억 원보다 두 배가 넘는 415억 원의 존속가치를 인정받으면서 기사회생했다.

한때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다 매장 보유를 자랑했던 카페베네는 지금은 약 450개 매장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법인회생절차를 밟으면서 올 상반기 3년 만에 적자행진을 마감하는 등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카페베네 몰락의 주된 이유는?

업계 다수 전문가들은 카페베네의 주된 실패 이유로 사업 초기 성공에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시장의 안정화를 우선하지 않고 해외 시장부터 무리하게 투자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설립 4년 만에 전 세계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뉴욕시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해외 1호점을 냈다. 유럽과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에 2020년까지 카페베네 매장 1만개를 열겠다는 도전은 결국 과유불급으로 끝이 난 것이다.

또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와 제과점 ‘마인츠돔’ 등 이른 사업다각화도 카페베네 안정화에 큰 걸림돌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메뉴 R&D와 인력 안정화, 가맹점과의 유대관계 구축 등 프랜차이즈 사업의 탄탄한 초석 쌓기에 소홀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국내 프랜차이즈 역사에서 카페베네의 발자취는 많은 교훈을 주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