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착] 비트코인 1000만 원 돌파, ‘안정 자산’ 도장 찍나

2019-05-27     강희영 기자

비트코인 시세가 1000만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지난 4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비트코인은 27일 1000만원을 넘어서면서 근 2개월 만에 300%에 가까운 폭등세를 보였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같은 급등세가 반짝 현상일지도 모른다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지만 미국 시장이 상승장을 이끌면서 지난 2017년 때와 사뭇 다른 패턴입니다.

비트코인이 1000만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해 5월 10일 이후 1년 만입니다. 비트코인은 그해 1월 6일 2888만 원 정점에 달한 이후 급속한 냉각 기류를 탔습니다. 당시 하락세의 1000만원대와 현재 상승세의 1000만원대는 큰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 암호화폐 도입 분주

27일 기준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 1061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비트코인은 올 1월까지 300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별다른 반등 기미가 없어보였습니다.

그러나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주요 IT 기업들의 잇따른 암호화폐 시장 진입과 미중 무역전쟁 심화를 비롯한 영국의 ‘브렉시트’ 논쟁에서 촉발된 테레사 메이 총리의 사퇴 소식 등 글로벌 정세의 불안전함이 비트코인 수요를 높인 영향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먼저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과 함께 암호화폐의 활용을 내세운 점이 거론됩니다. 최근 페이스북은 가치 변동이 거의 없는 스테이블코인의 특징을 지닌 ‘리브라’ 프로젝트 추진 소식을 전했습니다.

스위스에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할 법인을 세우고 올해 안에 암호화폐 리브라 사용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입니다. 세계 최대 SNS라는 점에서 리브라가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스타그램, 왓츠앱에 쓰이게 된다면 암호화폐 상용화 흐름에 크게 일조할 것이란 기대입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는 매장의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 구축 소식을 전했고 아마존의 홀푸드마켓도 암호화폐 결제를 가능케 할 것이란 소식이 들렸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신모델에 암호화폐 지갑 탑재에 이어 다른 모델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발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도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을 내세워 금융권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비트코인 기반의 분산 신원확인(DID) 네트워크 백서를 공개했고최근에는 ‘아이덴티티 오버레이 네트워크’(ION)를 비트코인 메인넷에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 거래의 인증 절차 간소화는 물론 더욱 안전한 인증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코인플러그 등을 비롯한 여러 블록체인 기업들이 관련 기술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금융권 ‘큰손’ 움직이다

지난해부터 큰 관심을 모은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의 백트(Bakkt) 설립 소식이 구체화된 것도 호재입니다. 암호화폐 선물거래소를 내세운 백트는 오는 7월부터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함께 비트코인 선물계약 시범 운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백트는 비트코인의 실물 경제 진입의 신호탄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비트코인 선물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거래만 비트코인으로 하는 방식입니다. 백트는 이에 머물지 않고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실질적인 자산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가치를 인정하면서 비트코인 활용 폭을 크게 넓혀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16일에는 스위스 UBS를 비롯해 뉴욕 멜론 은행, HSBC,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유틸리티 결제 코인’(USC) 시스템 구축에 뜻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5000만 달러(약 595억원) 투자에 나섰습니다. 해당 시스템은 투자은행들이 결제와 청산에 이용할 수 있는 코인을 만들고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원장 기술을 활용해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사용되는 코인은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의 영향력까지 가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형태의 JPM코인을 개발 소식을 전한 바 있습니다.

美中 무역전쟁부터 美日 제도권 정착

미국과 중국의 격화되는 무역 전쟁도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이끄는 요인입니다. 무역 전쟁으로 기축통화 환율이 오르내림을 반복하는데다 국제 유가마저 치솟고 있습니다. 더욱이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는 전통적 안정 자산으로 불리는 금 수요를 높이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금값이 단기간에 폭등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수요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이 안정자산의 한 부류로 인정받은 지표가 아니냐는 평가입니다.

오는 2020년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앤드류 양이 암호화폐 시장을 적극 지지하는 발언도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암호화폐 상승장이 끝나지 않았다며 매수에 나서길 독려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정치 후원금을 암호화폐로 받는 등 그간 친암호화폐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미국 국세청(IRS)은 암호화폐 과세 기준 수립에 나서며 암호화폐 납세신고 기준을 빠른 시일 내 내놓을 방침입니다. 지난달 20여 명의 미국 하원 의원은 IRS에 암호화폐 과세 기준을 요구했습니다. 암호화폐의 안전 자산을 인정하고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일본은 아베 신조 내각이 승인한 금융상품거래법·결제서비스법 개정안이 지난 21일 중의원을 통과해 참의원 승인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참의원에서 승인될 경우 내년 4월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개정안은 여러 명칭으로 쪼개진 암호화폐를 ‘암호자산’이란 용어로 통일하는 것부터 암호화폐 마진 거래를 허용하는 것부터 암호화폐 거래소 및 중개인들의 일본 금융청 관리 감독을 받게 하는 등 제도권 진입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