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땅콩] ‘오토경영을 아시나요?’

2019-10-15     김민철 기자

[CBCNEWSㅣ씨비씨뉴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코엔 남매가 감독한 영화가 있습니다. 노인들의 매우 지루하고 다채롭지 못한 삶을 잘 다루고 있습니다. 젊은이를 위한 나라가 없는데 노인에게 돌아가 몫이 없다는 말이 제법 옳게 들립니다.

또 하나 심금을 울리며 가슴을 후벼 파는 영화가 있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어려지는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인데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어려집니다. 행동반경이 줄어들고 반사 신경이 둔해지고 잘 노여워하고 쉽게 좌절합니다. 벤자민 버튼은 노인은 인생에서 가장 어린 아기가 되는 시점이라는 점을 잘 포착한 듯합니다. 역설이 아니라 진실입니다.

노인의 얼굴에 비치는 장명등, 검은 상복, 흰 머리띠 그리고 조화 등입니다. 지금 열거해 봐도 하등의 희망이 없지 않나요?

그런 노인에게 밥이나 주고 또 밥이나 주고 잠이나 재워주고, 얼어 죽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또 보호해주고 , 그리고 우리는 그걸 ‘모신다’라고 합니다.

모시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토경영이라는 점포 운영방식이 있습니다. 오토경영이란 사업주나 가맹점 주가 영업장에서 직접 일을 하지 않고 알바생이나 점장을 내세워 영업을 하는 경영방식을 말합니다.

우리가 적은 돈으로 창업할 수 있는 소규모 커피점, 피시방, 빵집 같은 업종이 대표적인 업종입니다. 이런 가게에 가보면 대개가 젊은 사람들이 카운트에 앉아있습니다.

나이로 보아 가게를 경영하기에는 너무 연소한 사람들이 앉아 있습니다. 이들은 사장님이 아닙니다. 

대개 점포의 업주는 나이가 지긋한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업주는 보이지 않습니다. 업주가 없어도 돌아가기 때문에 오토경영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오토경영은 노인에 대한 위상을 말해주는 실례이기도 합니다. 노동 시장에서 노인의 존재감이 얼마나 무력하고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가를 단번에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주인 스스로 매장에 나타나는 것을 삼가는 실정이니 노인을 고용한다든가 늙은 사람을 점원으로 쓴다는 것은 있기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포개져 있습니다.

하다못해 주인이라 하더라도 노인이 점포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위축되는 이유는 노인의 출현 자체가 영업을 방해하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나이 많은 사람이 커피점이나 빵집 같은 데 서빙을 한다면 젊은이들은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런 젊은이들은 또래가 서빙하는 물 좋은 곳으로 옮기게 되고 이런 악순환은 결국 노인을 인력시장에서 쫓아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런 현실은 노동시장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관념이 일반 서비스업종으로도 옮겨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점포에 고개를 삐쭉 내밀고 돈지갑을 챙겨 황급히 가게를 빠져나오는 광경은 오토경영업체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진행ㅣCBC뉴스 = 권오성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