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판문점에서 일어난 남북 병사간의 살인사건

2019-12-23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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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NEWSㅣ씨비씨뉴스]23일 밤 11시 30분 KBS 2TV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을 방영한다.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남/북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공동경비구역 JSA’는 거장 박찬욱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첫 번째 출세작이었다. 

당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신인 신하균은 북측 인민군사 정우진 역할로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등 기라성 같은 명배우들과의 호연으로 주목받았다. 그해 청룡영화상의 남우조연상 수상을 비롯해, 각종 국내 영화 시상식에서 올해의 신인으로 손꼽히며 이름을 알렸다. 

박찬욱 감독은 배우 이영애가 “군복과 잘 안 어울리는 배우”라서 소피 역에 어울렸다고 말한다. 한국계 스위스인이며 군 정보단 소령인 소피는 사건수사를 위해 파견되어 판문점에 온다. 진실을 끌어내기 위해 내키지 않은 일을 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데, 그 불편함이 ‘안 맞는 옷을 입혀놓은 것 같은’ 이영애의 모습과 어우러졌다.

“난 지금도 강호씨가 동생 같지 않고 형같이 느껴진다.” 박찬욱 감독은 배우 송강호가 천진한 장난기와 더불어 형처럼 기대고 싶은 믿음직스러움을 동시에 가진 배우라고 이야기한다.

“왜 이병헌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당시 영화계에서 흥행작이 없었던 이병헌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평범한 남자를 원했다. 난 이병헌이 평범하게 느껴졌다. 굉장한 미남이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건강한 느낌이 좋았다.”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이 ‘삼인조’ 때부터 함께하고 싶어 하던 배우였다. 이병헌이 신뢰한다는 PD에게 직접 찾아가기도 할 정도로 이병헌과의 작업이 성사되길 바랐다.

“매일 12시간씩 술을 마셨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많은 배우들이 한 화면에서 어우러져야 하는, 앙상블이 중요한 영화였다. 박찬욱 감독은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이 “배우들과 어울려서 주거니 받거니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재미를 처음으로 느낀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박찬욱 감독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판문점 세트에서 촬영한 ‘대질심문 장면’을 꼽았다. 북한군 중사 오경필로 분한 송강호가 ‘김정일 지도자 만세’, ‘노동당 만세’라고 외치는데, 정말 김정일을 찬양하는 게 아니니 굉장히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한국 상업영화에서 그런 대사가, 그것도 주인공 입에서 나오는 건 쇼킹한 일이었다.” 특히 침을 튀기며 절규하는 송강호의 연기는 빛이 났다. “‘사도’에서의 목 쉰 연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처음으로 숫자로 기록된 작품이었다. 2000년 9월9일, 개봉 이후 모든 날들이 기록의 연속이었다. 추석 시즌의 흥행은 가속이 붙어 무려 9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동원한 584만 관객은 개봉관이 단 120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지금의 1천만 관객을 능가하는 수치다. 기록되는 숫자만큼이나 기록해야 할 이야기도 많았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일어난 남북 병사간의 살인사건을 그린 ‘공동경비구역 JSA’는 미스터리 형식에 코믹과 감동을 적절히 배합해 분단에 대한 인식을 재고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