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썰의 전당’ 벨라스케스 ‘시녀들’, 진짜 주인공은?
[CBC뉴스] 31일 방송되는 KBS 1TV ‘예썰의 전당’ 열세 번째 주제는 수수께끼 같은 그림,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다.
17세기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그림’이라고 불린다. 그림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시녀들>에는 화가 벨라스케스를 포함해 마르가리타 공주와 시녀들, 궁중광대, 펠리페 4세 국왕 부부 등 총 11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과연 이 많은 인물 중 <시녀들>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우리는 모두 이 작품(시녀들) 앞에서 무지하다" -프란시스코 고야-
예썰 하나. <시녀들>의 주인공은 마르가리타 공주? 근친혼으로 얼룩진 합스부르크가의 비극
<시녀들> 한가운데에서 홀로 빛을 받고 있는 어여쁜 소녀, 언뜻 봐도 그림의 주인공처럼 보이는 아이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르가리타 공주다. 당시 합스부르크가는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 대부분의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럽의 패권을 휘어잡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했던 합스부르크가는 충격적인 선택까지 하고 만다. 그것은 바로 근친혼. 하지만 거듭되는 근친혼은 열성유전자를 강하게 만들었고, 합스부르크가는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린다. 마르가리타 공주의 아버지였던 펠리페 4세는 13명의 자식을 낳았지만 그중 7명이 근친혼의 부작용으로 한 살을 넘지 못했다. 또한 역대 합스부르크가 사람들의 초상화를 보면 턱이 심하게 돌출돼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역시 부작용 중 하나였다. 근친혼으로 얼룩진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태어난 마르가리타 공주는 과연 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까?
예썰 둘. <시녀들>의 주인공을 찾는 비밀의 열쇠? 그림 속 ‘거울’과 ‘빨간 십자가’의 의미!
<시녀들>의 주인공이 작은 ‘거울’ 안에 그려진 펠리페 4세 국왕 부부라는 주장도 있다. 그 근거는 <시녀들> 속 벨라스케스 앞에 놓인 캔버스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가려진 캔버스에는 국왕 부부가 그려지고 있고, 캔버스의 그림은 뒤에 있는 거울에 비쳤다는 것. <시녀들> 그림 한가운데에 있는 마르가리타 공주는 그저 부모의 초상화 작업을 보러 온 구경꾼일 뿐이라는 말이다. 만약 펠리페 4세가 <시녀들>의 주인공이라면, 화가 벨라스케스는 왜 왕을 작은 거울 안에 그렸을까. 또한 펠리페 4세는 이 그림을 마음에 들어 했을까?
반면, 국왕 부부와 달리 화가인 벨라스케스 자신은 그림에서 가장 크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건 그의 가슴팍에 그려진 빨간 십자가! 이 문장은 귀족만 들어갈 수 있다는 산티아고 기사단의 상징이다. 벨라스케스는 순수한 귀족 출신은 아니었지만, <시녀들>을 완성하고 3년이 지난 후 기사단에 입단한다. 그렇다면 <시녀들>이 처음 그려질 당시에는 십자가가 없었다는 의미인데…. <시녀들>이 완성된 후에 뒤늦게 추가된 빨간 십자가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예썰 셋. <시녀들>은 모두를 위한 그림? 신분차별 없이 있는 그대로를 그려낸 화가 벨라스케스
<시녀들>에는 왕가 사람들 외에도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바로 궁중광대다. 벨라스케스가 그린 광대는 다른 화가들이 그린 것과 달랐다. 당시 여러 유럽왕실에는 왜소증인 광대를 마치 왕실의 장신구처럼 그리는 전통이 있었다. 하지만 벨라스케스는 이 틀에서 벗어나 광대를 하나의 인격체로 그렸다. 신체적 특징이 부각되지 않게 앉은 자세를 그렸고, 얼굴과 시선에 집중해 그들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표현한 것이다. 약자를 동등한 피사체로 그렸던 벨라스케스의 특징은 다른 그림에도 나타난다. 왕과 같이 당당한 자세를 하고 있는 초상화 속 한 남자. 사실 이 남자의 신분은 노예로, 벨라스케스는 그를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주기까지 한다. 신분의 높고 낮음이 극에 달했던 절대왕정의 시대, 다양한 신분의 사람이 등장하는 <시녀들>을 통해 화가 벨라스케스가 그리고자 했던 인간상을 알아본다.
KBS 1TV ‘예썰의 전당’ <누구를 위하여 붓을 들었나 – 벨라스케스 '시녀들'> 편은 31일 밤 10시 3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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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