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한국에서 나는 성매매 여성이었습니다”
[CBC뉴스] "한국을 너무 좋아해요. 한국 연예인, 드라마, 음식, 패션, 심지어 메이크업도 따라 하고 싶어요."
태국에서 만난 한 마사지 교육생은 'KOREA'란 단어 한마디를 듣자마자 반색하며 이렇게 말했다. 안타깝게도 50살이 넘은 늦깎이 교육생이라며, 만약 좀 더 젊었다면 새로운 경험도 할 겸 한국에 취업했을 것이라는 농담을 건넸다. 그 교육생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그녀가 50살이라서 다행이라고, 그래서 한국에 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한국에서 나는 성매매 여성이었습니다"
여성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정보가 열악한 외진 지역에 살고, 가족을 위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었다. 한국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점도, 사람을 잘 믿고 따랐다는 점도 닮았다.
사람들은 그 마음을 이용했다. 그럴듯한 일자리를 소개해 주겠다며 거짓말로 속여 한국에 데려왔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여권, 휴대전화를 빼앗고 때로 남자들을 한 방에 두어 감시했다.
낯선 나라, 낯선 언어, 그리고 낯선 사람들은 여성들을 나약하게 만드는 좋은 장치였다. 여성들은 성매매에 동원됐다. 업주의 말을 듣지 않으면 협박을 당했다. 제대로 된 임금도 받지 못했다. 생리를 멈추게 하는 주사를 몸에 맞았다. 도구나 다름없는 삶을 살지만, 업소에서 가까스로 도망쳐도 희망은 없다.
■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아요"
경찰에 신고하거나 소송을 제기해도 돌아오는 결과는 대부분 '증거 불충분', 여성들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여성들이 왜 증거를 모을 수 없었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대부분 지쳐 떠나거나 숨어 버리지만, 누군가는 용기를 내기도 한다. 민사 소송을 준비하는 한 여성은 "업소 밖으로 나와보니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인생에서 한 번쯤 스스로를 위해 싸워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인터뷰가 끝난 뒤, 긴장이 풀린 듯 한참 울었다. 단단해 보였던 그녀의 나이, 올해 23살이다.
■ 20년 만의 '최악' 성적표…국제 사회의 경고
미 국무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을 최상위 등급인 1등급에서 2등급으로 강등 시켰다. 20년 만에 나온 최악의 성적표다. 우리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자를 계속 보고 받지만, 제대로 된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 태국에서는 한국행 마사지 취업에 대한 사회적 경고등이 커졌고, 현지 인력 송출 업체가 형사처벌을 받고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한국 경찰과의 협조는 이뤄지지 않고, 업소를 운영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이들은 처벌되지 않는다.
인신매매 피해자는 여성만이 아니다. 남성은 바다에서, 장애인은 논밭에서 죽도록 일하고 있다. 취약한 계층일수록 피해자가 되기 쉬운데, 취약한 계층이어서 주목 받지 못한다.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인신매매 수법은 점점 교묘한 방법으로 진화하며,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에 가장 나약한 사람들을 밀어 넣고 있다.
통계조차 파악되지 않는 숨겨진 사람들, 외면하거나 말하지 않는다고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 철저하게 소외받은 사람들의 사연을 16일 밤 10시 방송되는 KBS ‘시사기획 창’ <2022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꼼꼼히 기록했다.
▶한번에 끝 - 단박제보
▶비디오 글로 만드는 '비글톡'
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