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겨울에 피어난 연꽃 산, 진안 구봉산
[박은철 기자] ‘북쪽에는 개마고원, 남쪽에는 진안고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높은 지대에 위치한 진안. 진안은 평균 고도 400~500m로 구봉산, 운장산, 덕태산 등 1,000m급 산이 여럿 자리하고, 2,000㎢가 넘는 넓은 면적을 지녀 ‘호남의 지붕’이라는 별명도 지녔다. 그중 구봉산은 뾰족하게 솟아오른 아홉 개의 봉우리가 독특한 산세를 자랑하고, 봉우리에 올라서면 호남의 명산이 두루 조망되는 산군의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9봉에서 바라본 여덟 봉우리의 모습이 연꽃의 형상을 한 구봉산으로 숲길등산지도사 송찬석, 금융인 김경범 씨가 여정을 떠난다.
상고대가 피고 신비로운 물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겨울이면 더욱 운치가 느껴지는 주천생태공원. 주천생태공원은 계절별로 서로 다른 꽃과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이른 아침의 물안개가 아름다워,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물안개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호수를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인다. 걸음을 이어 구봉산 아래에 자리한 상양명마을을 들머리로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정겨운 마을에 흐르는 실개천의 물소리가 두 선후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학창 시절에 함께 노래했던 시,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읊으며 구봉산의 품으로 들어선다.
예로부터 일광선조(日光鮮朝)라는 천하명당이 있다고 전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산세를 지닌 구봉산. 운장산과 마이산의 명성에 가려져 있다가, 2015년에 4봉과 5봉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가 설치되면서 많은 산행객이 방문했다. 겨울이 내려앉아 새하얗게 덮인 산에 조릿대가 초록빛을 더한다. 잎을 모두 떨궈 속살을 내보인 나무 사이로는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와 추위를 조금씩 녹여준다. 일행은 겨울 산행의 묘미 중 하나인 눈꽃을 구경하고 쌓인 눈을 만져보며 이 계절을 만끽한다.
산 중턱을 지나자 점차 기온이 낮아지고 곳곳에 얼음이 덮인 곳이 나와, 결빙 구간을 조심하며 오른다. 이어지는 험준한 오르막은 거친 숨을 내뱉게 한다. 경치가 트인 곳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앞으로 펼쳐진 너른 풍경을 감상한다. 전체 면적의 80%가 산지인 진안답게 너울대는 산줄기 너머로 덕유산과 남덕유산 그리고 전북의 젖줄, 용담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해발 890m 바랑재에 닿는다. 여러 소나무가 자리한 길 아래로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지고 앞으로는 선명한 여덟 봉우리가 연꽃처럼 피어있다.
용의 비늘을 두른 듯 화려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바위를 지나 마침내 해발 1,002m 구봉산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을 지나 아래 여덟 봉우리를 건너는 것도 녹록지 않은 길. 미끄러운 길을 유의하며 비탈진 바윗길을 천천히 넘어선다. 4봉과 5봉 사이, 바람 따라 출렁이는 100m의 구름다리를 건너니 아찔한 풍광에 짜릿한 전율이 느껴진다. 구봉산으로 새해의 첫 산행을 함께하며 변하지 않는 산의 모습처럼 변함없는 두 사람의 우정은 더욱 두터워진다. 하나의 산을 오르지만 마치 여러 산을 타는 듯, 다채로운 즐거움을 가진 구봉산을 <영상앨범 산>과 함께 만나본다. 28일 오전 7시 10분 KBS 2TV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