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이나에 720조 원 요구… 영구적 경제적 종속 논란

2025-02-19     하영수 기자

[CBC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국이 지금까지 제공한 지원의 대가로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갚으라"고 요구하며, 이를 통해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영구적으로 경제적 종속 상태에 놓이게 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재건투자기금'(Reconstruction Investment Fund) 협정 초안을 입수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초안은 우크라이나에 부과되는 재정적 부담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DP 대비 비율로 보면, 이는 제1차 세계대전 후 베르사유 조약이 독일에 부과했던 배상금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2025년 2월 7일 작성된 협정 초안에는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 자원, 석유와 가스를 비롯한 자원 및 항만과 같은 인프라 분야까지 폭넓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의 재건으로 적대적 당사자들이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한다'는 명목하에 재건투자기금을 설립하기로 되어 있다.

이 기금은 우크라이나의 자연자원 관련 프로젝트와 신규 허가에 대해 절대적인 우선권과 권한을 부여받게 되며, 미국은 우크라이나 자원 활용 수익의 50%, 제3자와 진행되는 신규 허가의 경제적 가치 50%를 가져가게 된다. 또한, 미국은 이 자원들에 대해 '유치권'(lien)을 보유하게 되며, 이는 자원과 사업권을 담보로 채권 회수를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다.

텔레그래프는 해당 조항들이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경제적 식민지로 고정시키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이 협정은 ‘우리에게 빚을 갚고, 남는 돈으로 나머지를 써라’는 의미와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협정에서 주권 국가로서 면제를 포기해야 하며, 법적 분쟁 발생 시 뉴욕 주의 법이 무조건 적용되도록 되어 있다.

중재 과정은 국제상공회의소(ICC) 규정에 따라 진행되며, 위원회는 양측이 각각 1인을 지명하고 합의로 한 명을 추가 지명해 총 3명으로 구성된다. 공식 언어는 영어로 지정되며 중재 장소 또한 뉴욕으로 고정돼 있다.

미국이 협정을 제안했을 때 우크라이나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측이 사실상 요구사항을 수락했다고 주장하면서, 5,000억 달러 상당의 희토류 광물을 제공받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텔레그래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은 트럼프의 주장보다 훨씬 적다고 밝혔다. 5차례에 걸쳐 미국 의회가 승인한 지원 금액은 총 1,750억 달러(약 252조 원) 수준이며, 이 중 700억 달러(약 100조 원)는 미국 내 무기 생산에 사용됐다. 또한 대부분의 지원은 무상 공여가 아닌, 우크라이나가 장기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무기대여법'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리튬, 티타늄, 흑연 등 첨단 기술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이 풍부하지만, 많은 자원이 러시아 점령 지역이나 러시아와 가까운 동부 전선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전쟁 후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 이러한 자원 채굴은 국가 재정 회복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번 협정 초안을 두고 우크라이나는 독립성과 경제적 자주권을 훼손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트럼프는 전쟁 종식과 종전 협상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으며, 우크라이나 측도 종전 이후 러시아의 재침략을 방지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안전보장 협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현재 상황에서 협정안 수용 여부를 두고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국제사회가 미국의 정책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기사발신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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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