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스의 '샤일록 작전',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가 사칭범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유대인 정체성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룬 정치적 소설
[CBC뉴스] 필립 로스는 뉴욕 맨해튼에 머물던 어느 날,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친척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TV에 네가 나오고 있다"는 말을 듣고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그 전화는 불길한 예감의 시작이었다. 나흘 후 이스라엘의 소설가 아하론 아펠펠드로부터 "조만간 예루살렘에서 강연한다고 신문에 실렸다"는 소식을 듣게 된 로스는 누군가 자신을 사칭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로스는 잘못된 수면제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불안과 우울 장애에 시달리고 있었고, 겨우 회복기에 접어들어 몸과 마음이 약해져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칭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그 사이 사칭범은 점점 대담해졌다. 그는 로스를 가장하여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대신 유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정치적 주장을 펼치고 다녔다.
로스는 결국 사칭범과 대면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떠났고, 그곳에서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된 첩보 작전, '샤일록 작전'에 가담하게 된다. 이 작전의 이름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악독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서 따온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소설 '샤일록 작전'에 담긴 픽션이다. 1993년 미국에서 처음 발표된 이 작품은 필립 로스가 50대 중반에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전해진다. 로스는 소설의 서문에서 "법적인 이유로 여러 사실을 변형해서 이 책에 쓸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며,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내가 겪은 일들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옮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일록 작전'은 1994년 펜/포크너상을 수상하며 유대인 국민국가 건설과 유대인의 유럽 회귀 사이의 정치적 갈등을 분열된 두 자아의 갈등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스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유대인 정체성과 그들의 역사적 고난, 그리고 현대 정치 상황을 깊이 있게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로스의 작품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소설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기사발신지=연합뉴스)
▮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