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이구아나의 미스터리한 여정...3천400만년 전 북미에서 태평양 8천㎞ 횡단

미국 연구진, 피지 이구아나의 북미 사막 이구아나 기원 확정 피지 이구아나, 멸종 위기 속에서 진화의 놀라운 증거 제공

2025-03-19     한종구 기자
피지

[CBC뉴스] 피지 이구아나가 어떻게 남태평양의 외딴 섬에 자리 잡게 됐는지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피지 이구아나는 3천400만 년 전 북미 사막 이구아나로부터 갈라져 나온 후, 태평양을 8천㎞ 횡단하여 피지에 도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는 과학 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연구를 주도한 사이먼 스카페타 교수는 "이는 육상 척추동물의 수상이동으로는 지금까지 가장 긴 거리로, 북미 서부 사막 이구아나가 형성된 지 얼마 안 된 화산섬 피지에 도착하여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박물관에 소장된 200여 개의 이구아나 표본과 4천여 개의 유전자 DNA를 분석하여 이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피지 이구아나는 현재 피지와 통가에 서식하며, 서식지 소실, 쥐와 같은 포식자 침입, 애완동물 거래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피지 이구아나의 기원을 둘러싼 여러 가설을 정리하고, 북미 사막 이구아나와의 유전적 연관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했다.

특히 연구 결과, 피지 이구아나인 브라킬로푸스와 북미 사막 이구아나인 딥소사우루스 도르살리스가 3천400만~3천100만 년 전에 갈라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스카페타 교수는 "이 시기는 화산활동으로 피지섬이 형성된 시기와 일치하거나 그 이후로 추정된다"며 "이는 북미 사막 이구아나 일부가 이때 태평양 8천㎞를 건너 피지에 정착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지미 맥과이어 교수는 "북미 사막 이구아나가 직접 피지에 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유전적 갈라짐이 3천400만 년 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인접 지역에서 이주했을 가능성은 시간적 범위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스카페타 교수는 "이구아나 무리와 알이 있는 나무가 사이클론에 쓰러진 뒤 해류에 떠내려가는 상상을 할 수 있다"며 "초식성이고 먹이와 물 없이도 오래 지낼 수 있는 이구아나에게 뿌리째 뽑힌 나무는 그 자체가 먹이가 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육상 척추동물의 수상이동과 진화의 놀라운 사례로, 멸종 위기에 처한 피지 이구아나가 지구 역사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피지 이구아나의 생존과 보호를 위한 새로운 관심과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함께 인류가 지켜야 할 생태적 책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 출처 : PNAS, Simon G. Scarpetta et al., 'Iguanas rafted more than 8,000km from North America to Fi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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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