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추천도서] 죽음이 시장이 된 시대, 인간성은 어디에?…'죽은 다음'
[CBC뉴스] 죽음이 상품화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장례의 본질적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가족과 함께 집에서 생을 마감하던 관습은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형태로 급변했다. 이제는 4명 중 3명이 병원에서 세상을 떠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죽음 이후의 절차는 상조회사와 장례식장이 주도하고 있다.
작가 희정은 최근 출간된 신간 '죽은 다음'을 통해 현대 장례식의 변화된 풍경을 조명한다. 장례지도자 실습생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책은 특히 염습과 입관 절차의 빡빡함을 강조하며, 충분한 애도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꼬집는다. "앞사람의 입관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차례 장례지도사가 문 앞을 서성이고, 앞 차례 사별자들이 문을 나서자마자 다음 팀은 안치대에 비닐을 깔며 분주하게 다음 입관을 준비한다"는 묘사는 오늘날 장례의 기계적인 속성을 드러낸다.
장례식의 중심에는 '엔딩 플래너'가 있다. 이들은 A패키지, B패키지, C패키지 등 다양한 장례 상품을 제안하며, 사별자에게 상품 선택을 권유한다. 장례식이 애도와 추모의 자리가 아닌, 상품 선택의 장으로 변질된 것이다. "울음과 회한 가득한 장례식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사별자가 해야 하는 일이 상품 선택과 문상객 맞이뿐이라는 것도 쉽게 수긍되진 않는다"는 작가의 지적은 장례의 시장화가 인간성을 소외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책은 이러한 비판적 시각과 함께, 예비 사별자와 예비 고인을 위한 실용적인 조언도 담고 있다. 삼일장의 절차와 상조회사, 장례식장에 대한 정보는 물론, '생전장례식', '무연고자 공영장례', '장례협동조합' 등 대안적인 장례 방식도 소개하고 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장례가 단순한 상품 거래가 아닌,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함을 시사한다.
죽음이 상품이 되는 시대, 장례가 상업화의 물결 속에서 본래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고인을 떠나보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장례가 인간의 마지막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장화된 장례 산업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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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