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추천도서] 르네상스 문학의 보석, '광란의 오를란도' 새 번역본 출간
[CBC뉴스]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대서사시 '광란의 오를란도'(Orlando Furioso)가 12년 만에 새 번역본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출판사 휴머니스트는 이탈리아 시인 루도비코 아리오스토가 쓴 이 작품의 결정판을 2권으로 출간하며, 최근 온라인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이번 개정판은 오는 12일 공식 출고될 예정이다.
'광란의 오를란도'는 중세 유럽의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양 세력의 대립을 배경으로 한 기사 문학의 대표작으로, 주인공 오를란도는 전설적인 기사단 '샤를마뉴의 12 기사'의 우두머리다. 이탈리아에서 롤랑으로 알려진 오를란도는 마테오 마리아 보이아르도의 미완성 서사시 '사랑에 빠진 오를란도'의 후속작으로, 기사 문학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아리오스토의 작품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인물 간의 사랑과 갈등을 인간적인 시각으로 조명하며, 기사들이 인간적 약점과 감정에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중세의 기사도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인본주의로의 변화를 드러낸다. 오를란도가 절세 미녀 안젤리카에게 반하지만, 그녀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서 광기에 휩싸이는 이야기는 중세의 이상적인 영웅상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정과 실수를 담아낸다.
또한 '광란의 오를란도'는 한두 명의 주인공이 아닌 수백 명의 인물이 얽힌 복잡한 서사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오를란도의 이야기는 전체 서사 중 하나에 불과하며, 다양한 기사들의 사랑과 좌절, 그리고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세력 간의 다툼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프랑스군의 여기사 브라다만테와 이슬람교 진영 기사 루지에로의 사랑은 에스테 가문의 시조라는 설정 덕에 비중 있게 다뤄진다.
방대한 분량의 이 작품은 총 3만8천736행으로, 이는 '일리아스'나 '신곡'보다도 훨씬 많은 분량이다. 다양한 서사와 인본주의에 기반한 인물 묘사 덕분에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탈리아 현대 문학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와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도 이 작품의 팬이었다.
이번 번역은 김운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원서의 11음절 구조를 한국어로 온전히 옮기는 것은 어려웠지만, 의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길이를 조정했다. 각 칸토 앞에는 요약글과 2천254개의 각주가 첨부됐고, 지도와 인물 관계도가 수록됐다. 또한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 209점이 본문에 실려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광란의 오를란도'는 절판된 지 12년 만에 새로운 번역본으로 다시 빛을 보며, 독자들에게 르네상스 문학의 매력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이번 개정판은 이탈리아 문학과 인본주의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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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