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추천도서] 인간성 변화를 경고하는 디지털 의존의 부작용'유비쿼터스 기술'…신간 '경험의 멸종'

2025-05-19     한종구 기자
[연합뉴스

[CBC뉴스] 최근 출간된 '경험의 멸종'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며, 기술의 편리함이 인간의 본래적 능력을 어떻게 약화시키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크리스틴 로젠은 이 책에서 현대 문명이 속도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 변화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1990년대 중반, 사람들은 친구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지도에 의존해 길을 찾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보기술(IT)은 우리의 생활 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 우버와 같은 기술의 보편화는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은 더 이상 스스로 정보를 기억하거나 길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경험을 '매개 경험'으로 전환시켰다.

로젠은 기술이 인간에게 간접 체험을 주입하는 매개 경험을 촉진한다고 비판한다. 기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지만, 사람들은 직접 체험 대신 타인의 경험을 소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예를 들어, 요리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도 실제로는 간편식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사용은 대면 소통을 대체하면서 사회적 기술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매개 경험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2010년 한국에서는 온라인 게임에 몰두한 부부가 실제 아이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에서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캐릭터와 결혼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술이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변형시키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인간은 원래 대면 접촉을 통해 소통하도록 진화했다. 표정, 자세, 몸짓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대면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로젠은 이러한 대면 상호작용이 줄어들면 인간의 생물학적 능력도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경험보다 매개된 경험에 더 의존하게 되면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팬데믹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했다. 비대면 근무와 온라인 상호작용이 일상화되면서 대면 접촉의 기회는 더욱 줄어들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사무실에서의 비공식적 대화와 우연한 만남은 생산성을 높이고 연구의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로젠은 "기술을 완전히 거부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기술 자본 종사자들이 온라인에서의 생활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기술이 인간의 확장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대체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질문을 던진다.

'경험의 멸종'은 현대인이 매개 기술에 젖어들면서 상실하고 있는 사고 능력과 존재 방식을 되찾도록 독자를 독려한다. 저자는 신기술이 제공하는 전망과 위험성을 인식하고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권장한다. 이는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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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