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잘 되는 기업이 사옥부터 사는 이유
– 시장의 불확실성 속, 부동산은 생존 전략이자 인재 전략이다
[CBC뉴스] "무신사는 부동산 기업이다."
이 짧은 한 문장이 오늘날 대한민국 기업 환경의 본질을 꿰뚫는다. 패션 플랫폼으로 시작한 무신사가 자산 규모 1조 원을 넘기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선택한 전략 중 하나는, 바로 '자기 건물 갖기'였다. 서울 성수동의 핵심 입지를 선점한 무신사는 이제 단순한 이커머스 기업이 아니라, 부동산 투자와 공간 브랜딩을 병행하는 입체적 사업체가 되었다.
이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시장은 급변하고, 위기는 일상이 되었다. 인플레이션, 고금리, 소비 위축,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사업가는 언제든 예기치 못한 유동성 위기를 맞닥뜨릴 수 있다. 유보금과 금융권 대출로 버텨보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안하다. 그런 상황에서 든든한 사옥 한 채는 단순한 자산 이상의 ‘생명줄’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잘되는 기업일수록 사옥부터 산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지금 시대의 전략적 선택이다.
위기의 순간, 사옥은 회사의 버팀목이 된다
사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시장성이 있어도, 한순간의 외부 충격으로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특히 최근 몇 년간 팬데믹과 금리 급등을 겪으며 많은 중소·중견 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몰렸다. 매출은 줄고, 대출은 늘고, 직원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이직을 고민한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인 자산은 무엇인가? 바로 부동산이다. 특히 기업이 보유한 자기 사옥은 위기 상황에서 담보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며, 무엇보다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정을 준다. 직원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회사가 자기 건물에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안정감’은 다르다는 것을.
실제로 사옥을 가진 기업은 위기 속에서도 버티는 힘이 다르다. 임대료 상승, 계약 해지, 이전 비용에 흔들리지 않고, 자산의 일부를 유동화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버티는 선택지를 갖는다. 이는 곧 경영 지속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인재 확보의 시대, 입지는 복지다
많은 사업가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좋은 입지의 사옥’이 인재 유치와 유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몇 년 전, 한 IT 기업이 사옥 이전을 고민하며 ‘최대한 저렴한 지역으로 가자’는 대표의 결정과 ‘직원 의견을 반영하자’는 HR 부서 간의 충돌이 있었다. 결국 설문조사를 통해 구로, 마곡, 성수, 판교, 강남 등의 후보지를 놓고 직원들의 선호도를 분석했고, 최종적으로는 성수가 선택되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퇴사율이 낮아지고, 채용 공고에 대한 지원율이 높아졌으며, 업무 몰입도가 향상되었다. 즉, 사옥의 위치는 단순한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기업 문화와 인재 전략의 핵심 축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MZ세대는 출퇴근 시간, 주변 문화, 생활 편의시설, 업무환경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직장을 선택한다. 좋은 위치의 사옥은 결국 인재를 끌어들이는 자석 역할을 한다.
부동산은 기업의 성장 자산이자 방어 자산이다
기업이 사옥을 갖는다는 것은 단순한 부동산 투자를 넘어, 성장과 방어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적 행위다.
첫째, 부동산은 자산가치 상승이라는 재무적 보상을 준다. 한국은 여전히 실물자산 중심 사회이며, 특히 서울과 수도권 핵심 입지의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부동산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헷지 수단이다. 통화가치가 떨어질 때, 실물자산은 그만큼의 가치를 보존하거나 오히려 증대시킨다.
셋째, 사옥은 임대수익과 자산 재평가를 통한 유동성 확보 수단이 된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사옥을 통해 임대사업을 병행하거나, 일부 층을 공유 오피스로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사옥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브랜드 가치와 고객 신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회사는 자기 땅에서 안정적으로 일한다"는 인식은 거래처와 투자자에게 신뢰를 준다.
서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 입지의 중심
서울은 더 이상 ‘국내 시장의 수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미 글로벌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낸 풍부한 인재 풀은 기업 활동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고급 기술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주목받는 인재 시장이다.
여기에 발달된 정보통신 인프라 역시 서울의 경쟁력을 떠받치는 축이다. 5G, 클라우드, 보안 기술 등 디지털 인프라가 일상에 깊이 스며든 서울은 AI 기반 산업과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오늘날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기반 시장에서 기업이 민첩하게 대응하고 확장할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이 된다.
또한 서울은 비교적 안정적인 치안 수준과 효율적인 공공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와 글로벌 인재들에게도 ‘안심할 수 있는 도시’라는 평판을 쌓아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과 가족의 생활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입지 요건이기도 하다.
서울의 도시는 단지 기능적인 인프라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한강을 중심으로 한 풍부한 자연환경과 경복궁, 창덕궁 같은 500년 역사의 문화유산은 서울이라는 도시만의 정체성과 매력을 더한다. 기업의 브랜딩과 공간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는 이 같은 도시 자산은, 뉴욕이나 파리처럼 도시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단계로 서울을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서울이 AI 시대를 준비하며 디지털 산업의 허브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성수, 마곡, 판교, 강남 등 주요 권역에는 스타트업과 테크기업이 밀집해 창조적 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가치 창출과 인재 유입의 선순환을 가능케 한다.
결국, 사옥을 확보하는 데 있어 서울은 단지 ‘중심부’라는 상징성만이 아니라, 실질적 기업 성장과 생존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다. 부동산 가치의 장기 상승 가능성은 물론, 인재 유입, 브랜드 구축, 위기 대응 유연성까지 갖춘 도시가 바로 서울이다.
이러한 도시의 자산을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인 기업이 결국 내일을 준비한 기업이다.
사업가의 현실, 그래서 더더욱 ‘자기 건물’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매출 500억 원의 기업이라고 하면 "잘나가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업을 해본 사람은 안다. 매출과 이익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500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이라도, 실제로 남는 이익률은 평균적으로 2~3% 수준에 불과하다. 즉, 연간 영업이익이 10억~15억 원 정도라는 뜻이다. 여기에 법인세를 납부하고, 대표이사 급여와 성과급, 직원 복지비, 4대 보험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실제로 사업가 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1년에 2억~3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온전히 저축할 수는 없다. 생활비, 교육비, 부모 부양, 사회활동, 품위유지비 등을 고려하면, 매년 수천만 원을 남기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결국 사업가는 매년 쳇바퀴처럼 운영자금을 돌리고, 수익을 내기 위해 끝없이 일하지만, 정작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남기는 자산은 미미할 수 있다.
게다가 사업은 언제든 외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금리 상승, 환율 불안, 정책 변화, 산업 재편 등으로 인해 사업 모델이 흔들리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사업가는 두 가지를 고민하게 된다.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버팀목은 무엇인가?"
"내가 평생 일한 결과를 어떻게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부동산이다.
자기 사옥, 즉 기업이 소유한 건물은 단순한 사무공간을 넘어서는 다층적인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도 사옥은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확실한 자산이다. 기업이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건물이라는 실물 자산은 남으며, 필요시 매각을 통해 큰 목돈을 확보하거나 은퇴 이후 임대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사옥은 위기 상황에서의 방어 수단으로 작동한다. 자산으로서의 담보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급하게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경우 신속하게 유동화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기업을 승계하거나 가업을 잇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동산은 상속 및 증여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한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사업의 물리적 거점이자 상징적 유산으로서 자녀에게 기업의 기반을 전해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옥은 조직 내부의 안정성과 직원 사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임대료에 대한 불안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직원에게 신뢰를 주며, 이는 곧 충성도와 장기 재직 의지로 이어진다. 구성원들이 "이 회사는 자기 건물이 있는 회사다"라는 자긍심을 갖게 되는 순간, 그것은 기업 문화와 생산성의 질을 바꾸는 촉매가 된다.
사옥은 경영의 종착지가 아니라, 시작점이다
많은 기업가들이 ‘이익이 남으면 건물 하나 사야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생각을 반대로 바꿔야 한다.
“사옥부터 갖춰야, 이익이 남는다.”
잘 되는 기업은 안다. 사옥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확실한 투자이자, 기업의 경쟁력을 지탱하는 인프라임을. 결국 기업의 성장은 사람에서 나오고, 좋은 사람은 좋은 환경에 모인다.
그 환경의 핵심은 ‘위치’이며, 그 위치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기업가의 전략적 선택이다. 사옥은 브랜딩이 되고, 복지가 되고, 유산이 되며, 위기의 순간 버팀목이 된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사옥 확보는 ‘도랑치고 가재잡는’ 일이 아니라, 생존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결정이다. 이것이 바로, 잘 되는 기업이 사옥부터 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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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이진석 지나인애셋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