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家] 부커상 수상 작가이자 살아 있는 영문학의 전설, 줄리언 반스 40년 문학의 궤적

2026-01-27     다산북스

2026.01.22

영국 현대문학의 거장이 보내는 마지막 인사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나는 공식적으로 떠나고, 이 책은 나와 당신의 마지막 대화가 될 것이다.”

세계 문학사의 한 장을 써 내려온 소설가, 줄리언 반스가 독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가 담긴 작품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가 2026년 1월 출간된다. 이 작품은 반스가 생애 마지막 소설임을 직접 밝힌 책으로, 단순한 신작을 넘어 작가와 독자 사이의 긴 관계를 정리하는 작별의 형식으로 읽힌다. 한국어판은 다산책방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어판에는 반스가 직접 작성한 한국 독자에게 전하는 특별 메시지가 수록된다. 그는 “우리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여기와 거기, 그 중간쯤에서 우리의 마음이 만난다고 생각한다”며 세계의 반대편에 있는 독자를 향해 조용한 인사를 건넨다. 이 짧은 편지는 반세기 동안 ‘관찰자’로 살아온 작가가 독자에게 남기는 감사와 작별의 말이자,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문학적 대화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픽션과 논픽션, 에세이와 자서전의 경계를 넘나드는 반스 특유의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쓰였다. 노년의 소설가를 화자로 내세워 기억과 죽음, 타인을 이해한다는 환상과 그 필연적 실패를 되짚는다.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남기는 방식, 독자의 사고를 끝까지 신뢰하는 태도는 반스 문학의 정수라 할 만하다.

 

이 작품에 대해 소설가 김연수는 “줄리언 반스 자신이 쓴 ‘이것은 나의 마지막 책’이라는 문장만큼 이 책을 잘 소개하는 말은 없을 것”이라며, 긴 작별의 글이 지닌 울림을 강조했다. 정영목 번역가 역시 “죽음을 앞둔 자의 절박함과 초연함이 공존하는, 반스의 책 가운데 가장 재치 있고 통렬한 작품”이라고 평하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 거장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사실은 이미 한국 서점가와 독자들 사이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줄리언 반스가 평생 던져온 질문을 가장 조용하면서도 단단하게 완성하는 작품으로, 그의 문학을 사랑해 온 독자들에게 오래 남을 작별 인사가 될 것이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자세히 보기

 
 

2026.01.12

줄리언 반스 생애 마지막 소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1월 출간 전 세계 동시 출간 예정

줄리언

부커상, 페미나상, 메디치상 등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지난 40여 년간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해 온 소설가 줄리언 반스가 자신의 생애 마지막 소설을 발표한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2026년 1월 22일, 영국과 미국,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8개국에서 동시에 출간된다. 한국어판은 다산책방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반스가 직접 “이것이 나의 마지막 책이 될 것이다”라고 밝힌 소설로, 단순한 신작을 넘어 한 시대를 대표해 온 작가가 선택한 문학적 퇴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줄리언 반스는 『플로베르의 앵무새』,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등을 통해 사랑과 상실, 기억과 진실, 역사와 해석의 불확실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다. 특히 2011년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로 부커상을 수상하며 그의 문학적 성취는 세계적으로 공인되었다. 명료하고 절제된 문장, 아이러니와 지적 유머가 결합된 그의 소설은 늘 독자에게 ‘생각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요구해 왔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러한 반스 문학의 궤적이 도달한 종착역이다. 노년의 소설가를 화자로 내세운 이 작품은 죽음과 유한성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애도나 회한에 머무르지 않는다. 반스는 여전히 관찰하고 질문하며, 소설이라는 형식 자체를 되묻는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믿음은 가능한가, 기억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삶을 이야기로 만드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왜곡하는가. 반세기 동안 그가 천착해 온 질문들이 가장 응축된 형태로 제시된다.

 

이번 출간이 특별한 이유는 작품의 내용뿐 아니라, 작가가 직접 선택한 ‘마지막’이라는 선언에 있다. 반스는 사후 출간이 아닌 생전의 작별을 택했고, 이는 독자와의 관계를 끝까지 의식한 결정이기도 하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화려한 결산이 아닌, 가장 반스다운 방식으로 건네는 감사와 작별의 인사다. 2026년 1월, 세계 독자들은 한 거장의 마지막 목소리를 동시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2025.01.06

왜 줄리언 반스의 신작은 언제나 사건이 되는가

―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로 다시 읽는 영국 문학의 전설

‘이동진의

신작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를 발표한 줄리언 반스는 여전히 문학계의 중심에 서 있다. 명실상부 살아 있는 영국 현대문학의 전설인 그의 신작은 언제나 하나의 문학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소설과 에세이, 전기, 평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작가로서 반스의 글은 평단의 단골 연구 주제가 되어 왔고, 그 평가의 결론은 늘 비슷하다. “반스의 소설이 뛰어난 작품이 아니라고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가디언), “줄리언 반스를 읽는다는 건 하나의 특권”(타임스)이라는 찬사는 그의 이름과 거의 관용구처럼 함께 인용된다.

 

반스의 문학 여정은 찬사만큼이나 긴 시간의 긴장과 기다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1984년 『플로베르의 앵무새』로 처음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니타 브루크너의 『호텔 뒤 라크』에 밀려 수상하지 못했다. 이후 『잉글랜드, 잉글랜드』(1998), 『아서와 조지』(2005)로 두 차례 더 후보에 올랐으나 각각 이언 매큐언과 존 밴빌에게 상을 내주며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가디언의 문학 기자 클레어 아미스테드는 “그날 시상식장에서 줄리언 반스만큼 긴장한 사람은 없었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그리고 마침내 2011년, 그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긴 기다림의 끝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 수상은 하나의 도착점이라기보다, 반스 문학이 이미 도달해 있던 깊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순간에 가까웠다. 기억의 불확실성, 진실의 파편성, 타인을 이해한다는 환상에 대한 의심은 이후 작품들에서도 더욱 치밀하고 단단한 사유로 확장되었다.

 

최근작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는 이러한 반스 문학의 핵심을 다시 한번 정제해 보여준다. 관계와 기억, 해석과 오독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로운 서사적 실험 속에 배치하며, 그는 여전히 “생각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독자”를 신뢰한다. 수십 년에 걸쳐 반복되어 온 질문이 결코 낡지 않는 이유는, 반스가 매번 다른 각도에서 그 질문을 다시 던지기 때문이다. 신작을 낼 때마다 문학계가 다시 주목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2024.12. 23

줄리언 반스를 부커상 작가로 만든 작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예감은

2011년 맨부커상 수상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되었다. 영어권 최고의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 수상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줄리언 반스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이다. 기억과 윤리를 정교하게 결합한 이 작품은 “짧지만 압도적인 울림을 남기는 소설”이라는 평과 함께 출간 직후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반스는 이 작품으로 오랜 시간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던 부커상과 마침내 조우하며, 자신의 문학적 성취를 확고히 증명했다.

 

소설은 19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온 남자 토니 웹스터의 회고로 시작된다. 대학 시절 친구 에이드리언 핀, 연인이었던 베로니카와의 관계는 어느새 희미한 기억 속 장면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에이드리언의 갑작스러운 자살 이후, 40년이 흐른 뒤 도착한 한 통의 편지는 토니가 애써 외면해 온 과거를 다시 현재로 끌어온다. 그는 자신이 보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던 편지 한 통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촉발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기억과 윤리의 문제를 다루는 심리 스릴러로 평가받는다. 소설은 불완전하고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의 시점에 의존해 전개되며,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믿고 있는 기억은 과연 진실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반스는 인간이 기억을 선택적으로 편집하고, 자기합리화를 통해 과거를 재구성하는 방식을 냉정하게 해부한다. 그리고 그 왜곡된 기억이 개인의 삶뿐 아니라 타인의 운명까지 어떻게 좌우하는지를 서늘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단순한 반전이나 사건의 충격 때문이 아니다.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독자는 주인공과 함께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선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섬세하고 정교한 구성력, 몰아치는 서스펜스, 지적인 위트와 도덕적 불편함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긴 여운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단순한 문제작이 아닌 동시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줄리언 반스는 이 소설을 통해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의 회고”라는 통찰을 문학적으로 구현한다. 기억을 의심하는 이 짧은 소설은, 오히려 독자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질문을 남긴다.

 

 

2024.09.12

줄리언 반스 40년 사유가 도달한 소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맨부커상

살아 있는 영국 문학의 전설, 줄리언 반스의 신작 장편소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가 국내 출간됐다. 이번 작품은 소설과 에세이, 전기와 비평을 넘나들며 40여 년간 인간의 기억과 진실, 역사와 우연을 탐구해온 줄리언 반스 문학의 정수가 응축된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이 평생 천착해온 질문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 ‘관계의 역학’ 속에서 밀도 높게 펼쳐 보인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는 두 번의 이혼을 겪고 삶의 공백을 느끼던 남자 닐이 성인 강좌에서 만난 교수 엘리자베스 핀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핀치는 학생들의 사고를 자극하며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닐은 졸업 후에도 약 20년에 걸쳐 그녀와 점심 모임을 이어간다. 그러나 핀치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닐은 그녀의 유품과 기록을 통해 한 사람을 ‘이해했다’고 믿는 기억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그리고 우연이 삶에 남기는 균열이 무엇인지를 마주하게 된다. 소설은 역사와 철학, 개인적 회상을 교차시키며 “우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무력한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되묻는다.

 

이번 작품은 평단과 동료 작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출간 전부터 주목을 모았다. 소설가 김연수는 이 작품을 “소설이자 인생 지침서로 다시 읽게 되는 책”이라 평했고, 김겨울 작가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쉽게 실패하는지, 그 실패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하는 소설”이라고 말했다. 이동진 평론가 역시 “실패 속에서 인간다움을 발견하는 이야기”라며 이 작품이 지닌 사유의 깊이를 짚었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는 줄리언 반스 특유의 정제된 문장과 아이러니, 그리고 지적 긴장을 통해 독자에게 단순한 이해가 아닌 ‘다시 읽기’를 요구한다. 단언컨대 이 소설은 줄리언 반스 문학의 결정판이자,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독자들을 위한 가장 매혹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2023.11.20

영문학의 거장, 줄리언 반스의 가장 솔직한 에세이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웃으면서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현대 영국 문학의 거장 줄리언 반스가 죽음이라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공포를 정면으로 응시한 에세이다. 평생 기억과 시간, 상실의 문제를 탐구해 온 반스는 이 책에서만큼은 작가의 뒤에 숨지 않는다. 죽음을 둘러싼 자신의 불안과 공포,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가족사와 지적 탐구를 솔직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어떻게 죽음을 생각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확장한다.

 

이 책에서 반스는 불가지론자로서 내세에 대한 어떠한 위안도 기대할 수 없는 인간의 입장에 선다. 신을 믿지 않는 태도, 철학과 교수였던 형과의 논쟁, 병마와 싸우다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의 마지막까지, 그는 죽음을 둘러싼 경험들을 회피하지 않고 언어로 붙잡는다. 동시에 필립 라킨, 서머싯 몸, 라벨, 플로베르, 쇼스타코비치 등 자신이 사랑해 온 예술가들의 죽음을 불러와, 아무리 위대한 이들이라 해도 죽음 앞에서는 예외가 없다는 사실을 담담히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반스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와 지적인 거리두기는, 죽음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를 공포에 빠뜨리지 않는 균형을 만들어낸다.

 

소설가 장강명은 이 책을 두고 “입담이 아주 예술이라서 독자도 여러 번 웃게 된다”고 평한다. 설교가 아닌 푸념에 가깝기에 더 신뢰가 가고, 웃음을 통해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드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죽음을 직시하면서도 삶을 비관하지 않으며, 오히려 타인과 이 주제를 나눌 수 있게 만드는 드문 책이다.

 

이번 개정증보판에서는 최세희 번역가가 새롭게 다듬은 번역과 함께 번역 후기를 수록해, 반스 특유의 건조한 유머와 미묘한 어조를 한층 정확하게 전달한다. 문학적 문장과 사유의 결을 섬세하게 살린 번역은, 이 책이 단순한 철학 에세이가 아니라 ‘읽는 경험’으로 완성되는 작품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시대의 소음』 등과 함께 『줄리언 반스 베스트 컬렉션: 기억의 파노라마』를 구성하는 다섯 권 가운데 한 권이다. 이 컬렉션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기억의 한 형태로 자리한다. 우리는 살고, 죽고, 기억되고, 잊힌다. 반스는 이 피할 수 없는 순환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사유해 온 작가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그 사유의 가장 인간적인 얼굴을 보여주는 책으로, 기억의 파노라마 속에서 가장 솔직하고도 용감한 한 장면을 차지한다.

 

 

2023.11.13

‘사별의 경험에 관한 자전적 에세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베스트 컬렉션으로 재탄생

『사랑은

줄리언 반스가 아내의 죽음 이후 5년 만에 침묵을 깨고 세상에 내놓은 책,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가 개역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된다. 이 책은 반스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사적인 상실을 정면으로 마주한 유일한 작품으로, 회고록이자 에세이이며 동시에 사랑에 관한 깊은 사유의 기록이다. 소설과 에세이, 역사적 에피소드가 교차하는 이 독특한 형식의 책은 한 인간이 사랑을 잃은 이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2008년, 반스는 평생의 동반자이자 영국 문단에서 전설적인 영향력을 지닌 문학 에이전트 팻 캐바나를 잃었다. 그녀의 죽음 이후 그는 모든 인터뷰를 거절한 채 침묵을 선택했고, 오랜 시간 공적인 언어로만 작품을 써왔다. 그러다 5년이 흐른 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상실과 슬픔을 직접적인 언어로 기록했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아내와의 결혼 생활, 갑작스러운 이별, 그리고 남겨진 자로서 견뎌야 했던 감정의 파편들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문장으로 풀어낸 책이다. 반스는 애도를 미화하거나 극복의 서사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사랑이 남긴 공백을 ‘끝나지 않는 상태’로서 정직하게 응시한다.

 

정이현 소설가는 이 책을 두고 “사별의 경험에 관한 자전적 에세이라는 경계를 넘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인생의 층위를 탐구하는 작품이다”고 평했다. 사랑은 상실 이후에도 다른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으며, 그 과정은 개념이나 언어로 단순화될 수 없다는 점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증명한다.

 

이번 개역개정판은 『줄리언 반스 베스트 컬렉션: 기억의 파노라마』의 한 권으로 선보인다. 기억을 반스 문학의 핵심 테마로 엮은 이 컬렉션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시대의 소음』, 『연애의 기억』,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과 함께, 사랑과 상실을 기억하는 가장 개인적인 방식으로서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자리매김한다. 사랑을 기억하는 일은 곧 살아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오래도록 증명해 보인다.

 
 

2023.10.30

왜 줄리언 반스는 평생 ‘기억’을 써왔는가

베스트 컬렉션 『기억의 파노라마』로 만나는 그의 문학 세계

줄리언

줄리언 반스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기억’이다. 줄리언 반스는 데뷔 이래 개인의 회상에서부터 집단의 역사, 사랑과 상실, 죽음 이후에 남는 감정까지 기억이 작동하는 모든 층위를 집요하게 탐색해 온 작가다. 『줄리언 반스 베스트 컬렉션: 기억의 파노라마』는 이러한 그의 문학적 집요함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된 특별한 기획이다.

 

반스에게 기억은 결코 신뢰 가능한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기억은 시간이 덧입혀 만든 이야기이며, 개인의 욕망과 두려움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되고 왜곡되는 서사다. 그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는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라는 급진적인 질문을 던지며, 기억을 둘러싼 인간의 자기기만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시대의 소음』에서는 한 예술가의 삶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오독되고 재구성되는지를 통해, 기억이 개인을 넘어 사회적 장치로 기능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번 컬렉션에 포함된 다섯 권은 서로 다른 장르와 형식을 취하지만, 기억이라는 공통된 축을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떠난 이를 애도하는 언어, 죽음을 앞두고 남기고 싶은 단 하나의 장면까지, 반스는 기억이 인간을 구원하기도 하고 배반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차분하지만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 다층적인 기억의 얼굴들을 하나의 ‘파노라마’로 묶은 이번 컬렉션은, 반스 문학의 본질을 가장 응축된 형태로 제시한다.

 

특히 국내 작가 다섯 명이 참여한 히든북은 기억이라는 테마를 독자의 자리로 확장한다. 김중혁, 송은혜, 정이현, 남궁인, 김연덕이 각자의 삶과 독서 경험 속에서 반스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풀어낸 이 에세이들은, 기억이란 결국 개인의 삶과 만날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는 반스의 문학이 동시대 한국 독자와 작가들에게 어떻게 수용되고 재해석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이기도 하다.

 

『줄리언 반스 베스트 컬렉션: 기억의 파노라마』는 한 작가의 대표작을 모은 세트에 그치지 않는다. 기억이라는 불완전한 재료로 인간을 이해하려 했던 한 소설가의 일생일대의 질문을 따라가는 여정이며, 독자 각자가 자신의 기억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문학적 장치다. 반스가 평생에 걸쳐 던져온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며 살아가는가.

 

2023.10.25

줄리언 반스 대표작 5종을 하나의 컬렉션으로!

『줄리언 반스 베스트 컬렉션: 기억의 파노라마』 출간

줄리언

“줄리언 반스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다.”

_《타임스》

현대 영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줄리언 반스의 주요 작품 다섯 권을 하나의 테마로 묶은 특별한 컬렉션, 『줄리언 반스 베스트 컬렉션: 기억의 파노라마』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컬렉션은 반스 문학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인 ‘기억’을 중심으로 그의 대표 소설과 에세이를 다시 읽는 기획으로,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들을 개정증보판으로 선보인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시대의 소음』, 『연애의 기억』,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까지, 이번 컬렉션에 포함된 다섯 권은 서로 다른 형식과 서사를 취하고 있지만 모두 기억의 불확실성, 왜곡, 그리고 남겨진 자의 해석이라는 문제를 공유한다. 반스는 기억을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이야기로 바라보며, 개인의 삶과 역사, 사랑과 상실을 집요하게 탐문해 왔다.

 

이번 베스트 컬렉션은 작품 구성뿐 아니라 물성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을 활용한 표지는 다섯 권을 나란히 놓았을 때 하나의 파노라마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기억’이라는 테마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또한 베테랑 번역가 최세희, 송은주, 정영목의 개역과 번역 후기를 수록해 텍스트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이번 컬렉션을 위해 별도로 제작된 ‘히든북’에는 김중혁, 송은혜, 정이현, 남궁인, 김연덕 등 국내 작가 다섯 명이 참여한 헌정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각자의 삶과 독서 경험 속에서 줄리언 반스를 어떻게 기억해 왔는지를 담은 이 글들은, 반스의 문학이 동시대 한국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기록이다.

 

『줄리언 반스 베스트 컬렉션: 기억의 파노라마』는 단순한 작품 묶음이 아니라, 한 작가가 평생에 걸쳐 탐구해 온 질문들을 한 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학적 지도에 가깝다. 기억은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우리는 과거를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며 살아가는가. 반스의 문학이 던져온 이 오래된 질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2023.07.18

드가에서 고흐까지, 반스가 들려주는 명화의 뒷이야기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개정판 출간

줄리언

부커상 수상 작가이자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줄리언 반스의 미술 에세이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개정증보판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반스는 소설에 머무르지 않고 요리, 죽음, 예술 등 삶의 다양한 영역을 사유하는 에세이를 꾸준히 발표해 왔다. 이 책은 그가 지난 30여 년간 《뉴욕 리뷰 오브 북스》, 《현대 화가》 등 주요 매체에 기고한 미술 에세이를 묶은 작품으로, 출간 당시 “경이로운 것들에 관한 놀라운 컬렉션”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다.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기존 판본에 더해 열일곱 점의 도판과 일곱 편의 에세이가 새롭게 수록되었다. 특히 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 화가 베르트 모리조와 메리 커샛, 그리고 여성혐오자로 오해받아 온 드가의 이면을 재조명하며, 예술가를 둘러싼 통념을 반스 특유의 시선으로 해체한다. 반스는 화가와 문인, 후원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던 19세기 말 유럽 예술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예술이 고립된 천재의 산물이 아니라 관계와 시대 속에서 태어난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미술 해설서’와는 다른 접근 방식에 있다. 반스는 연대기나 양식 분석 대신, 한 점의 그림을 둘러싼 사건과 화가의 성격, 당대의 분위기를 소설처럼 풀어낸다.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을 설명하며 난파 사건의 참혹함과 화가의 집요한 집착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고흐와 피카소, 마그리트에 이르기까지 명화의 이면을 유머와 아이러니로 파고든다. 그의 문장은 지적이면서도 친근해, 독자를 엄숙한 미술관이 아닌 ‘함께 그림을 보며 수다를 떠는 자리’로 이끈다.

 

도시의 찰나적 감성을 담아낸 설동주 작가의 표지 일러스트와 함께 새롭게 태어난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은 예술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명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그리고 예술을 어렵게 느껴왔던 이들에게 이 책은 가장 지적이면서도 즐거운 입문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