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만으론 부족하다”…캐나다, 韓·獨에 ‘자동차 공장’까지 요구

2026-02-10     하영수 기자

[CBC뉴스] 캐나다, 잠정 최대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둘러싼 수주전에서 한국과 독일을 상대로 ‘투자 경쟁’을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단순한 군함 도입을 넘어 자국 제조업 기반을 되살리고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자동차 공장 설립 등 민간 분야 대규모 투자를 사실상 입찰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캐나다 정부가 한국과 독일에 “잠수함 계약과 맞바꿀 수 있는 추가적인 경제 패키지를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의 관세 위협과 미·캐나다 간 무역 갈등 여파로 제조업이 큰 타격을 입었고, 지난달에만 2만4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고용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정치·경제 양면에서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잠수함 사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캐나다가 단행하는 최대 규모 국방 투자로 꼽힌다. 캐나다로서는 막대한 방산 지출을 지렛대로 삼아 민간 투자를 캐나다 영토 안으로 끌어들이고, 일자리와 첨단 제조업 생태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다. FT는 “오타와가 방산 조달을 통해 전례 없는 수준의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주전에는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맞붙어 있다. 캐나다는 한국 측에는 현대자동차 생산공장 설립을, 독일 측에는 폭스바겐의 추가 설비 투자 약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잠수함 기술력뿐 아니라 민간 제조업 투자 패키지까지 포함한 ‘통합 제안’을 주문한 셈이다.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은 지난 5일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잠수함 입찰 제안서에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해법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히며, 자동차 분야 투자를 명시적으로 거론했다. 앞서 잠수함 수주를 지원해 온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캐나다 측이 현대차 공장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이 캐나다 방산 특사단에 합류해 수주전 지원에 나서고 있음에도, 현재로서는 캐나다 현지에 완성차 생산시설을 짓는 구체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독일은 폭스바겐이 캐나다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어서, 캐나다가 요구하는 ‘제조업·녹색산업 투자’ 카드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캐나다 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캐나다와 독일은 나토 동맹국인 만큼 안보·외교적으로 이미 긴밀한 파트너”라며 “한국이 잠수함 계약을 따내려면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캐나다와의 관계를 전략적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 측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있다. 한 캐나다 군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생산 속도가 독일 경쟁사보다 빠르다고 언급하며 “잠수함을 더 신속히 인도할 수 있다. 어떤 잠수함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노후 전력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캐나다 해군 입장에선 인도 속도와 운용 효율성도 중요한 변수다.

한화오션은 수주전 막판 스퍼트를 위해 캐나다 내 산업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발 관세 여파로 직원 1천명을 해고했던 캐나다 철강업체 알고마 스틸과 강재 공장 건설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캐나다 철강산업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메시지를 앞세워, ‘경제 패키지’ 경쟁에서 열세를 만회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캐나다 국방협회 자비에르 델가도 연구원은 “카니 총리는 이번 입찰 경쟁이 캐나다에 제공한 전례 없는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이것이 카니 총리식의 ‘거래의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방산 조달을 단순한 무기 도입이 아니라, 장기적인 산업 전략과 연계해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퓨어 특임장관 역시 “최상의 경제적 기회를 제시하는 곳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잠수함의 성능과 가격 못지않게, 누가 캐나다에 더 많은 공장과 일자리, 기술 이전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가 최종 승자를 가를 핵심 기준이 되고 있음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한국과 독일의 ‘무기+투자’ 패키지 경쟁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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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