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이츠·딜리버루 ‘인신매매’ 고발…배달 플랫폼, 정말 ‘현대판 노예제’인가?

2026-04-24     하영수 기자

[CBC뉴스] 프랑스에서 배달 플랫폼을 둘러싼 노동 착취 논란이 형사 사건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단순한 근로 조건 문제를 넘어 ‘인신매매’라는 강도 높은 혐의가 적용되면서 플랫폼 경제 전반에 대한 근본적 논쟁이 불붙는 양상이다.

23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배달 노동자 지원 단체 4곳은 파리 검찰청에 우버이츠와 딜리버루를 상대로 형사 고발장을 제출했다. 적용된 혐의는 다름 아닌 ‘인신매매’다.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형사 고발은 사실상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고발을 대리한 변호인은 현행 플랫폼 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이민자 중심의 취약 노동력을 비인간적인 환경에 놓고 최소 생계비만 지급하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사실상 현대판 노예제와 다름없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단순한 저임금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착취라는 프레임을 씌운 셈이다.

실제 조사 결과는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다. 프랑스 내 배달 노동자는 약 7만~1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대다수가 외국 출신이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8%가 이민자였고, 64%는 체류 허가증조차 없는 상태였다. 불안정한 신분이 노동 조건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근로 환경 역시 열악하다. 배달원들은 주당 평균 63시간을 일하지만 월 수입은 약 1천480유로 수준에 그친다. 시간당 세전 소득으로 환산하면 6유로에도 못 미쳐, 프랑스 최저임금(12.02유로)의 절반 수준이다. 플랫폼 측이 제시한 ‘시간당 최소 수입’ 보장 역시 대기 시간이 제외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의 사례는 더욱 극단적이다. 일부 배달원들은 낮은 보수를 이유로 주문을 거절하려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우려로 결국 일을 수락하는 상황에 놓인다. 3.86유로를 벌기 위해 10km를 이동하는 사례까지 거론되며,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노동 구조가 드러난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겉으로는 첨단 플랫폼이지만 실상은 19세기식 용역 노동을 재현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기술 기반 산업이 오히려 과거형 노동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역설적 지적이다.

반면 기업 측은 전면 반박에 나섰다. 우버는 “어떠한 근거도 없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고, 딜리버루 역시 자사의 모델을 착취나 인신매매와 동일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발인 측은 향후 30일 내 만족할 만한 개선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집단 소송까지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두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노동 전반의 지속 가능성과 윤리성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연한 노동’이라는 이름 아래 성장해온 플랫폼 경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시스템인지, 그리고 그 이면의 비용을 누가 감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다시 던져지고 있다.

★ 네티즌 어워즈 투표하러 가기 ▶
★ 실시간 뉴스속보 - CBC뉴스 텔레그램 ▶

▮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