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성원 변호사 “출금 막고 추가 입금 요구”…로맨스 스캠 수법 진화

2026-05-18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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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와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근한 뒤 가상자산이나 해외 투자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는 로맨스 스캠 피해가 빠르게 늘고 있다. 범죄 조직이 장기간 친밀감을 형성하며 심리를 파고드는 방식으로 움직이면서 피해 규모도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 마포구에서 관련 사건을 다수 상담하고 있는 법률사무소 장원의 장성원 대표변호사는 “예전 보이스피싱이 공공기관을 사칭해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 로맨스 스캠은 피해자와 감정적 관계를 만든 뒤 신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범죄 조직은 주로 SNS나 소개팅 앱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일상 이야기와 안부를 주고받으며 친밀감을 쌓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자 이야기를 꺼낸다. “나만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 “같이 투자해서 수익을 보고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장성원 대표변호사 측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투자 권유가 아니라 가까워졌다고 느낀 상대의 조언처럼 받아들이게 된다”며 “범죄자들이 시간을 들여 관계를 만들기 때문에 의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른바 출금 제한 방식의 피해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투자 플랫폼 화면에는 수익이 크게 난 것처럼 표시되지만 실제 출금을 요청하면 세금이나 보증금, 인증 비용 등을 이유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장성원 변호사는 “처음에는 소액 입금만 요구하다가 피해자가 신뢰하게 되면 금액이 커진다”며 “한 번 돈을 보내면 계속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 추가 송금을 유도하는 패턴이 반복된다”고 전했다.

상담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으로는 피해자들의 심리 상태를 꼽았다. 그는 “많은 피해자들이 ‘왜 이런 걸 믿었을까’라는 자책을 심하게 한다”며 “전문직 종사자나 사회적으로 안정된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보다 믿었던 상대에게 속았다는 충격을 더 크게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다가 상황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초기 대응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범행에 사용된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를 시도해야 하고, 상대방과 주고받은 메시지와 사진, 음성 파일, 송금 기록 등을 그대로 보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사기관에서는 단순 투자 실패와 계획된 사기를 구분해 본다”며 “처음부터 기망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정리해 고소를 진행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행 제도에 대한 아쉬움도 언급했다. 그는 “가상자산과 해외 플랫폼을 이용한 범죄는 자금 흐름 추적이 쉽지 않다”며 “관련 법 적용 범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거래소와 수사기관 간 협조 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이 고수익을 보장하며 투자를 권유한다면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면 송금 전에 가족이나 전문가에게 먼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