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에 국방비 증액 압박 강화…안보전략 개정 변수 되나
[CBC뉴스] 미국이 아시아 주요 동맹국들을 향해 국방비 증액을 거듭 요구하면서 일본의 안보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연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방위비 확대 논의가 한층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언론과 외교·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연설에서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국방비 증액 계획을 밝힌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동맹국들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특히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이 안보 부담을 홀로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군함과 잠수함 확보 등 실질적인 군사력 증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언은 연내 안보 전략 개정을 추진 중인 일본에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이른바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도 방위비 추가 증액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2026회계연도 방위 관련 예산은 약 10조6000억 엔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는 국내총생산 대비 약 1.9% 수준으로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미국 요구에 따라 일방적으로 방위비를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헤그세스 장관과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이 방위비 문제를 언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금액이나 목표치를 요구하는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위비 증액 여부에 대해 "일본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하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논의의 배경에 중국의 군사력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해군력 증강과 남중국해·동중국해 활동 확대를 주요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이 보다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최근 방위력 강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번 샹그릴라 대화 기간 동안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들과 연쇄 회담을 진행하며 안보 협력 확대에 나섰다.
호주와 뉴질랜드와는 공동 훈련 및 상호 운용성 확대 방안을 논의했고, 필리핀과는 일본 해상자위대 장비 이전 문제를 협의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 개정을 통해 무기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퇴역 예정인 해상자위대 아부쿠마급 호위함이 일본의 첫 본격적인 살상무기 수출 사례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역시 일본의 방위력 강화와 방산 협력 확대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헤그세스 장관은 일본 측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중국 견제를 위한 미일 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가 단순한 예산 문제를 넘어 인도·태평양 안보 질서 재편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분석한다. 일본이 향후 안보 문서 개정을 통해 방위비 목표를 얼마나 높일지, 그리고 방산 수출과 군사력 확대 정책을 어느 수준까지 추진할지가 동북아 안보 환경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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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