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家] 삶의 가장 깊은 순간을 비추는 주목할 만한 신간 소설 3권
2026년 7월 10일
줌파 라히리를 잇는 신예…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를 향한 세계 문단의 찬사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헤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그의 곁에 머무는 일만이 아니라, 그가 없는 세계를 단단하게 살아내는 일을 포함하는지도 모른다.”
소설가 정이현은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을 읽은 뒤 이렇게 평했다. 짧은 분량 안에 사랑과 이별, 성장과 독립을 모두 담아낸 이 작품은 출간 직후 해외 문단의 찬사를 받으며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를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눈부신 데뷔작으로 문학계의 빛나는 스타가 탄생했다”고 평가했고, 『라이브러리 저널』은 “문장과 서사 어디에도 낭비가 없다”고 극찬했다.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번역가와 소설가로 활동하며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두 언어와 두 문화 사이를 오가며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을 완성했다. 작가는 “이중언어를 구사한다는 사실이 나를 작가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번역하는 일이 결국 서로 다른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그의 믿음은, 이 작품 속 모녀의 관계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추천사 역시 작품이 지닌 힘을 증명한다. 『날씨』의 작가 제니 오필은 “그리움과 사랑으로 가득 찬 놀랍도록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평했고,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 테스 건티는 “거리감과 친밀감, 붙잡음과 놓아줌에 관한 찬란한 명상록”이라고 극찬했다. 『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는 “가족과 고독, 집이라는 감각을 아름답게 탐구한 작품”이라 평가했으며, 『클리블랜드 리뷰 오브 북스』는 “줌파 라히리와 견줄 만한 문학적 감각”이라고 호평했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모녀를 그린 소설이면서도, 떠남과 남겨짐, 언어와 정체성, 사랑과 독립을 함께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던 이별의 시간을 가장 조용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낸 이 소설은, 오늘날 세계 문단이 왜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를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로 꼽는지 충분히 증명해 보인다.
2026년 7월 10일
“엄마가 없는 이곳을 집이라 부를 수 있을까”… 6,500km 떨어진 모녀의 가장 다정한 사랑 이야기
브라질의 해안 도시 나타우와 미국 버몬트주를 잇는 거리는 약 6,500킬로미터.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그 먼 거리를 스카이프 화면 하나로 견뎌내는 엄마와 딸의 시간을 담은 소설이다. 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떠난 딸은 매일 밤 파란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고향의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둘은 함께 위스키를 마시고, 창밖의 눈을 보여주고, 잠이 들 때까지 화면을 끄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본다. 특별한 사건은 없다. 그러나 그 평범한 대화 속에서 사랑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자라난다.
이 소설은 헤어짐을 비극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딸은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질수록 자신이 변하고 있음을 느끼고, 그 변화가 기쁘면서도 엄마를 두고 혼자 행복해지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낀다. 반대로 엄마는 딸의 빈자리를 견디며 홀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더 이상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는 두 사람.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가장 가까운 관계가 조금씩 멀어지는 순간들을 놀라울 만큼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가는 화려한 사건 대신 작은 일상을 쌓아 올린다. 화면 너머에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 엄마가 언제나 노트북 앞에서 전화를 기다리는 풍경, 새로운 나라에서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딸의 흔들림. 그 조용한 순간들이 쌓일수록 독자는 사랑이란 곁에 머무는 일만이 아니라, 서로의 부재를 견디며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모녀 이야기인 동시에,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떨어져 살아본 모든 이들의 이야기다. 부모 곁을 떠난 적 있는 사람, 새로운 도시에서 홀로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시간을 발견하게 된다. 책장을 덮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오래 남는 소설이다.
2026년 07월 07일
“다시 태어나봤자 또….” 저승 학교에서 시작되는 가장 특별한 성장 판타지
죽었는데도 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어떨까. 게다가 다시 태어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면. 범유진 장편소설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는 저승 한가운데 세워진 ‘삼도천 고등학교’라는 독창적인 공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어진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환생을 준비하는 학교. 하지만 주인공 문이철, 서지유, 이하록은 누구보다 환생을 거부하는 문제아들이다. “다시 태어나봤자 또 공부 지옥이잖아?”라는 투덜거림으로 시작된 이들의 반항은, 저승 깊숙이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거대한 모험으로 이어진다.
소설은 탈의파, 삼도천, 저승사자, 서천꽃밭, 할락궁이 등 우리 신화 속 존재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여기에 환생꽃, 기억돌 같은 새로운 설정을 더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저승 세계를 완성했다. 환생을 앞둔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수행평가 대신 보물찾기를 하며, 잊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은 판타지 특유의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현실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비춘다.
세 아이가 환생을 거부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경쟁에 지친 아이, 가정폭력의 상처를 품은 아이,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던 아이.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환생이 아니라 같은 고통을 또다시 살아야 하는 삶이었다. 그러나 이승으로 돌아가는 보물찾기를 통해 잊고 있었던 따뜻한 기억과 마주하면서, 아이들은 상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죽음 이후를 그린 이야기지만 결국 가장 생생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살아가는 용기’다.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는 저승 판타지의 외형을 빌려 아이들의 성장과 치유를 그린 작품이다. 죽음보다 삶을, 환생보다 오늘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결국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누군가를 기억해 주는 마음과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다정함임을 보여준다.
2026년 07월 03일
한국 신화를 가장 따뜻하게 재해석한 판타지… 범유진이 그려낸 ‘저승’의 새로운 얼굴
삼도천과 저승사자, 지장보살, 탈의파, 서천꽃밭. 익숙한 한국 신화 속 존재들이 청소년 판타지로 다시 태어났다.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는 우리 신화가 품고 있는 저승 세계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범유진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죽음을 공포의 공간이 아닌 상처 입은 아이들이 다시 살아갈 용기를 배우는 장소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기존 판타지와 결을 달리한다.
범유진은 신화적 상상력 위에 오늘의 청소년들이 겪는 현실을 촘촘히 겹쳐 놓는다. 입시 경쟁, 학교폭력, 가정폭력, 소외와 외로움 같은 문제들이 저승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 안에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환생을 거부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다시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독자는 판타지를 읽다가 어느새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화려한 세계관보다 사람을 향한 시선이다.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는 친구들, 끝내 손을 놓지 않는 아이들, 그리고 죽음조차 끊어낼 수 없는 다정함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나는 잊지 않을 거야. 마음은 남으니까.”라는 마지막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결국 사람을 구하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누군가를 끝까지 기억하려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는 한국 신화를 새롭게 해석한 K-판타지인 동시에,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익숙한 신화와 현실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판타지가 오늘의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으로 완성됐다.
2026년 06월 29일
"죽기 직전까지 원고를 놓지 않았다" 데니스 존슨이 남긴 마지막 소설
“그 무엇도 건드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2017년 간암 투병 중이던 데니스 존슨은 병상에서 마지막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며 짧은 메모 한 장을 남겼다. 평생 한 문장을 수없이 고쳐 쓰기로 유명했던 그는 마지막 순간에만큼은 자신의 언어를 더 이상 손대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 원고는 그의 사후 출간된 마지막 소설집 『바다 여인의 선물』이 되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번 작품은 『예수의 아들』 이후 25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이자 마지막 소설집으로, 한 시대를 대표한 작가가 죽음의 문턱에서 완성한 문학적 유언과도 같은 작품이다.
『바다 여인의 선물』에는 삶의 내리막길에 선 인물들이 등장한다. 기억을 잃어가는 중년 남자, 알코올 중독 재활시설에서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 환자, 죽음을 예감하는 노작가, 엘비스의 무덤을 파헤치는 시인까지. 데니스 존슨은 이들의 삶을 설명하거나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기묘한 순간들을 담담하게 응시한다. 절망은 쉽게 구원으로 바뀌지 않고, 허무는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균열 사이로 번쩍이는 유머와 신비는 삶이 끝내 포기할 수 없는 선물임을 조용히 증명한다.
평생 인간의 고독과 방황을 탐구해온 존슨은 이 마지막 작품에서 삶을 이전보다 훨씬 담담하게 바라본다. “이제는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문장은 죽음을 앞둔 작가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모든 인간에게 건네는 질문처럼 읽힌다. 삶의 의미를 애써 붙잡기보다, 스쳐 지나가는 찰나와 기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그의 문장 곳곳에 배어 있다.
『바다 여인의 선물』은 한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유작이라는 수식어에 머물지 않는다.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본 사람이 끝내 발견한 삶의 본질을 가장 아름답고도 치열한 문장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데니스 존슨은 떠났지만, 그의 마지막 문장은 여전히 독자들에게 삶을 견디는 또 하나의 이유를 건네고 있다.
2026년 06월 24일
‘작가들의 작가’ 데니스 존슨 마지막 유산 『바다 여인의 선물』
“그처럼 쓴 사람은 없었다. 아니, 근접한 사람조차 없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이 기적 같은 마지막 유산뿐이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데니스 존슨의 마지막 소설집 『바다 여인의 선물』을 이렇게 평가했다. 생전 “헤밍웨이 이후 가장 시적인 문장을 쓰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는 필립 로스와 돈 드릴로를 비롯한 동시대 거장들이 존경을 표했던 ‘작가들의 작가’였다. 그의 대표작 『예수의 아들』은 출간 이후 지금까지도 미국의 글쓰기 워크숍에서 반드시 읽는 텍스트로 손꼽히며, 『기차의 꿈』과 『Tree of Smoke』는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등을 통해 미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이번에 국내 출간된 『바다 여인의 선물』은 그런 데니스 존슨 문학의 마지막 도착점이다. 『예수의 아들』 이후 25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소설집이자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비평가 선정 최고의 책에 이름을 올렸으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물론, 《뉴욕타임스》, 뉴스데이, NPR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일제히 올해의 책으로 꼽으며 그의 마지막 작품에 경의를 표했다.
데니스 존슨 문학의 힘은 인간을 함부로 해석하지 않는 데 있다. 그는 절망에 빠진 인물을 연민으로 포장하지 않고, 희망을 값싼 위로로 소비하지도 않는다. 방황과 중독, 상실과 죽음을 통과하는 인물들을 끝까지 응시하며 삶 자체가 품고 있는 신비를 드러낸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거칠면서도 시적이고, 잔혹하면서도 아름답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피로 써라. 한 글자도 낭비할 수 없을 것처럼”이라는 자신의 글쓰기 원칙을 지켜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다 여인의 선물』은 거장의 마지막 작품을 넘어, 데니스 존슨이라는 문학 세계를 완성하는 결정판이다. 한 문장, 한 단어까지 치열하게 다듬은 그의 언어는 죽음 이후에도 살아남아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그것은 삶이 끝난 뒤에도 문학은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니스 존슨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