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스위스 여행기 ①] 취리히에서 베른까지, 기차 창밖으로 만난 여름

2026-07-28     심우일 기자

[CBC뉴스] 인천을 떠난 지 열두 시간 남짓, 비행기가 취리히 공항에 내려앉는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입국 절차를 마치고 짐을 찾아 나오면 바로 이어지는 것이 공항과 맞닿은 기차역이다. 스위스는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플랫폼으로 걸어 들어가 전국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구조라, 렌터카나 택시를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베른으로 가는 열차는 SBB, 스위스 연방철도가 운행한다. 이번 여정에서는 루체른 방면으로 향하는 IR13 열차를 이용했는데, 취리히 오얼리콘과 취리히 중앙역을 거쳐 추크까지 안내하는 전광판 표기를 그대로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플랫폼 번호와 목적지가 노란색 도트 매트릭스로 표시되는 방식은 스위스 철도 특유의 정취를 보여준다.

2등석 객차 입구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칸이 따로 마련돼 있다. 실제로 접이식 자전거를 끌고 탄 승객의 모습도 눈에 띄었는데, 스위스에서는 열차와 자전거를 함께 이용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객차 유리문에 붙어 있는 자전거 표시 스티커 역시 이런 배려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열차가 취리히를 벗어나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창밖 풍경은 순식간에 바뀐다. 수확을 앞둔 밀밭과 초록빛 목초지가 번갈아 이어지고,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는 하늘은 옅은 주황빛과 회색 구름이 뒤섞이며 시시각각 달라진다. 창에 스친 빗방울 자국조차 여행의 한 장면처럼 남는 순간이었다.

취리히에서 베른까지는 순수 이동 시간만 한 시간 남짓이지만, 창밖으로 펼쳐지는 스위스 중부의 전형적인 농촌 풍경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낮은 구릉과 듬성듬성 자리한 마을,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송전선까지 스위스 시골 특유의 차분한 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베른 역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한 뒤 짐을 풀고 나서 찾은 곳은 로제가르텐 언덕이다. 이곳에 오르면 베른 구시가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레 강이 도시를 크게 휘감아 흐르고, 그 물줄기를 따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의 붉은 지붕들이 촘촘히 이어진다. 왼편으로는 베른 대성당의 첨탑이 도시에서 가장 높이 솟아 있어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점이 된다.

강물은 빙하가 녹아 흘러든 특유의 청록빛을 띠고 있어, 중세 도시의 갈색과 붉은색 지붕 사이에서 유독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언덕 아래로는 산책로와 벤치가 늘어서 있어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취리히 공항에서 시작해 기차로 베른까지, 그리고 로제가르텐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 전경까지가 이번 스위스 여행의 첫 번째 장면이다. 다음 편에서는 베른 구시가지를 직접 걸으며 만난 골목과 상점, 그리고 스위스 수도의 일상적인 풍경을 이어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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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심우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