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이전, 혁신도시 고용 늘렸지만 수도권 집중 완화엔 한계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 20년간 지속되며 심화 거점도시 집중 전략과 산학연 집적 필요성 제기
지난 20여 년간 수도권에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서울과 경기도가 전국 인구와 경제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산업연구원이 9일 발표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파급효과와 혁신도시 거점화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00년 46%에서 2024년 51%로, 청년층(19~34세)의 경우 2001년 48.4%에서 2025년 56.0%까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력과 부가가치 역시 50%를 넘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자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세종시와 전국 10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했다. 2014~2017년에는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인구가 상당히 순유입됐으나, 그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2023년부터는 오히려 수도권으로의 순유출이 이어지고, 2025년 이후에는 동일 권역 내에서도 인구 유입이 순유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직업을 사유로 한 인구 순유입은 2016년 이후 빠르게 줄었고, 2022년부터는 순유출로 돌아섰다. 주택이나 가족·교육·주거환경 등 기타 사유로 인한 순유입도 최근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이 혁신도시의 고용과 임금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은 것은 사실이다. 2010~2024년 자료 분석 결과, 혁신도시가 위치한 지역의 고용과 임금은 유사한 비수도권 지역이나 수도권보다 더 크게 늘었다. 특히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분야에서 고용과 임금 상승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혁신도시 내부, 그것도 서비스업 등 비교역재 부문에 집중됐고, 제조업 고용 증가는 이전 후 6~7년이 지나서야 완만히 나타나는 등 규모가 제한적이었다. 혁신도시 반경 10~15㎞ 이내에서만 제조업 고용이 소폭 증가했으며, 그 외 지역에서는 파급효과가 미미했다.
보고서는 공공기관 이전 정책의 한계로 '자원의 분산'과 '지속적인 성장동력의 부재'를 지적했다. 10개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을 나눠 이전하면서 산업적·공간적으로 효과가 분산됐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공공기관 이전이 생산성 향상이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공공부문의 생산유발계수(1.41)는 제조업(1.97)이나 서비스업(1.70)보다 낮아, 기업 유입 없이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보고서는 기존의 전국 분산형 이전에서 벗어나, 인프라와 접근성이 뛰어난 광역시나 대도시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에 공공기관을 집중하는 '거점도시' 전략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공공기관 이전 규모가 클수록 1인당 고용 파급효과가 커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공공기관 이전 인원 1명당 1~3.2명의 추가 고용이 창출되며, 이전 규모가 커질수록 효과도 확대된다.
또한 혁신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대학·연구기관이 모이는 산학연 집적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혁신도시가 보유한 공공기관과 고급 인력, 도시 인프라를 활용해 기업의 이전과 투자를 유도하고, 산업단지와 교통망 연계 등으로 생산활동이 활발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집적을 통해 전력·용수·교통 등 인프라 공유, 구직자와 일자리의 효율적 매칭, 지식 교류 활성화 등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책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체계 구축도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산업·과학기술·교육 등 여러 분야의 정책을 연계할 수 있는 범부처 거버넌스를 마련하고, 지방정부의 혁신도시 투자 효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인프라 조성뿐 아니라 기업·대학 유치, R&D 투자 지원 등 소프트웨어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백승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0개 혁신도시로 분산된 공공기관 이전이 파급효과를 약화시켰음을 언급하며, 인프라 접근성이 높은 대도시에 공공기관을 집중 이전하고 혁신도시의 물적·인적 자원을 집적경제로 연결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생산적인 기업 유입이 부족해 혁신도시의 생산성이 정체된 점을 지적하며, 일시적 지역 활성화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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