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 국내 렌터카 기업 인수…11년 만에 독립

롯데, 매각 대금으로 재무구조 개선 및 호텔 사업 투자 계획 TPG, 전액 자기자본으로 인수해 신용등급 하락 방지 전략 공정위 승인 후 거래 완료 예정, 롯데는 핵심 사업 집중 강화

2026-08-11     권오성 기자
롯데렌탈
롯데렌터카
롯데렌탈

미국계 글로벌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약 1조3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렌터카 업계 1위인 롯데렌탈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롯데그룹의 유동성 개선과 재무구조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으로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확보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과 호텔 사업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며, 롯데그룹은 핵심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롯데렌탈 매각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5월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어피니티와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 여러 원매자와 협상을 진행했으며, 기업가치, 인수 구조, 고용 안정, 자금 조달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TPG를 최종 인수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61.18%로, 주당 5만9000원 기준 총 1조3105억원에 달한다.

이번 거래로 롯데렌탈은 11년 만에 롯데그룹 산하에서 독립하게 된다. 롯데그룹은 2010년 금호렌터카 인수를 시작으로 렌터카 사업에 진출했으며, 2015년에는 롯데렌터카의 전신인 KT렌탈을 인수해 업계 선두에 올랐다. 롯데렌탈이 매각 시장에 나온 배경에는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으로 인한 롯데그룹의 재무적 부담이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합산 차입금은 29조9330억원에 이르며, 올해와 내년 롯데지주를 포함한 상장 계열사 11곳의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도 3조3430억원에 달한다.

TPG는 이번 인수에서 은행 차입 없이 전액 자기자본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롯데 소속에서 사모펀드 소속으로 변경되며 신용등급 하락이나 조달금리 상승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홈플러스 사태 이후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차입매수(LBO) 방식 대신 안전성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TPG는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 인수 후 롯데렌탈의 잔여 유통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도 계획하고 있다.

TPG는 글로벌 시장에서 약 46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대형 투자사로, 렌터카 사업체를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과정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적다. 과거 업계 2위 SK렌터카를 보유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롯데렌탈 인수를 시도했으나, 경쟁 제한 문제로 공정위 승인을 받지 못해 거래가 무산된 전례가 있다. TPG는 외환위기 당시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털의 모회사로, 2016년 이상훈 대표를 중심으로 한국 시장에 재진출했다. 우버,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등 혁신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 경험도 풍부하다.

TPG는 미국의 엘리멘트 플릿 메니지먼트를 롯데렌탈이 벤치마킹할 모델로 보고 있다. 엘리멘트는 법인 및 정부 대상 차량 리스, 리스 차량의 수리와 관리에 주력해 실적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호텔롯데는 이번 매각 대금을 롯데건설과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계열사의 주요 투자 재원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지난해 2144억원을 출자했으며, 올해와 내년 추가 투자 계획 규모는 4644억원에 달한다.

롯데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수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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