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家] 속삭이는 공포부터 우주를 뒤흔든 복수까지…화제의 장르소설 3
2026. 09. 04
박찬욱 감독이 영화 제목까지 바꿔가며 영감을 받은 소설, 앨프리드 베스터의 『파괴된 남자』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기억한다면, 그 제목보다 먼저 떠올려야 할 소설이 있다. 바로 앨프리드 베스터의 『파괴된 남자』다. 박찬욱 감독은 이 작품에서 큰 영감을 받아 〈복수는 나의 것〉의 가제를 ‘파괴된 사나이’로 정했을 정도로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베스터의 또 다른 대표작 『타이거! 타이거!』의 영화화 판권을 직접 수소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찬욱 감독을 사로잡은 『파괴된 남자』는 어떤 작품일까. 배경은 인류가 진화해 텔레파시와 정신 조작 능력을 가진 ‘에스퍼’가 활동하는 미래 사회다. 거대 기업의 총수 벤 라이히는 경쟁 기업의 회장을 살해하고 태양계를 지배하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 에스퍼 경찰들이 곳곳에서 그를 감시하고 있다. 무려 79년 동안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살인에 도전하는 남자와 그의 계획을 막으려는 에스퍼 경찰의 대결이 시작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단순한 미래 범죄소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베스터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세계라는 설정을 이용해 ‘생각이 모두 드러나는 세상에서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숨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천재적인 악당 벤 라이히와 그를 쫓는 심리분석가 링컨 파월의 지적 대결은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예상할 수 없는 반전과 폭주하는 서사가 독자를 몰아붙인다.
여기에 베스터 특유의 실험적인 문체가 더해진다. 만화와 라디오, 텔레비전 각본에서 익힌 짧고 민첩한 대사와 빠른 장면 전환, 타이포그래피 실험을 소설 안에 구현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속도감과 감각을 만들어낸다. 제1회 휴고상 수상작이자 사이버펑크와 뉴웨이브의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파괴된 남자』. 23년 만의 복간본에는 해도연의 새로운 번역과 듀나의 해설까지 더해져, 박찬욱 감독이 왜 이 작품에 매료됐는지를 직접 확인할 기회가 찾아왔다.
2026. 09. 01
아시모프부터 윌리엄 깁슨까지 매료시킨 ‘거장들의 거장’ 앨프리드 베스터 대표작 복간
SF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앨프리드 베스터는 특별한 이름으로 남는다. 아이작 아시모프, 스티븐 킹, 윌리엄 깁슨, 그렉 베어 등 수많은 작가에게 찬사를 받은 그는 제1회 휴고상 수상자이자 사이버펑크와 뉴웨이브의 선구자로 꼽힌다. ‘앨프리드 베스터에게 주기 위해 휴고상을 만들었다’는 풍문이 돌았을 만큼 당대부터 독보적인 상상력과 스타일을 인정받았다.
베스터의 특별함은 소설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DC 코믹스에서 〈슈퍼맨〉과 〈배트맨〉의 이야기를 집필했고, 라디오와 텔레비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소설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짧고 민첩한 대사와 빠른 장면 전환, 시각적인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실험은 전통적인 소설의 형식을 벗어나 독자의 감각을 직접 자극하는 베스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가 보여준 SF는 빠르고 현란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 거대한 미래 사회와 첨단 기술을 배경으로 인간의 사악함과 나약함, 무의식 속 선량함과 강인함을 파고들고, 개인의 욕망이 인류 전체의 미래와 어떻게 맞닿는지를 묻는다. 윌리엄 깁슨이 베스터를 두고 “고전적 스토리텔링에 화려하고 거친 상상력”을 결합한 작가라고 평가하고, 닐 게이먼이 그의 스타일 혁신이 독자의 마음을 뒤흔든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제1회 휴고상 수상작 『파괴된 남자』가 있다. 마음을 읽는 에스퍼가 존재하는 미래 사회에서 완전범죄를 시도하는 한 남자와 그를 쫓는 경찰의 대결을 그린 이 작품은 베스터 특유의 폭주하는 서사와 실험적인 문체를 한껏 보여준다. 이번 복간본에는 SF 작가·번역가 해도연의 새로운 번역과 듀나의 해설이 더해졌다. 23년 만에 돌아온 『파괴된 남자』는 한 시대를 앞서간 작가의 상상력이 왜 지금까지도 수많은 SF 작가들에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한다.
2026. 08. 28
사이버펑크와 뉴웨이브의 유전자를 만든 앨프리드 베스터의 대표작, 20여 년 만의 복간
SF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제1회 휴고상 수상 작가 앨프리드 베스터다. 아이작 아시모프, 윌리엄 깁슨, 칼 세이건, 닐 게이먼 등 수많은 SF 거장에게 영향을 준 그의 대표작 『타이거! 타이거!』가 국내에서 20여 년 만에 다시 출간됐다. 1956년 발표된 이 작품은 사이버펑크와 뉴웨이브를 비롯한 후대 SF가 반복해서 변주한 기술과 자본, 계급, 인간의 욕망을 일찌감치 한 작품 안에 펼쳐 보였다.
베스터가 그려낸 25세기는 상상력의 폭부터 남다르다. 인간은 생각만으로 공간을 이동하는 ‘존트’를 터득했고, 그로 인해 교통과 주거, 노동과 경제의 구조가 재편된다. 국가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진 거대 기업과 재벌 가문이 존재하고, 정보와 기술의 불균형은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낸다. 인간은 신체 개조를 통해 육체의 한계까지 넘어선다. 베스터는 새로운 기술 하나가 사회 전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밀어붙인다.
혁신은 세계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짧고 빠른 대사와 현란한 장면 전환으로 서사의 속도를 끌어올리는가 하면, 활자의 크기와 배치를 바꾸고 문자와 기호를 활용해 인물의 감각을 지면 위에 구현한다. 독자는 이야기를 눈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활자의 변화까지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실험적인 문체와 압도적인 속도감은 베스터를 ‘SF계의 재즈 거장’, ‘즉흥 연주의 천재’로 불리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절판됐던 『타이거! 타이거!』의 이번 복간은 작품의 귀환을 기다려온 독자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SF 작가이자 번역가 해도연이 새롭게 번역하고 SF 작가·평론가 듀나가 해설을 더했다. 영화감독 박찬욱이 영화화를 위해 판권을 수소문한 작품으로도 알려진 이 소설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낡지 않은 상상력으로 왜 앨프리드 베스터가 ‘거장들의 거장’으로 불리는지를 보여준다.
2026. 08. 26
순간이동부터 신체 개조, 거대 기업의 음모까지… 현대 SF의 원형을 품은 『타이거! 타이거!』
25세기, 우주선 노마드호의 삼등 항해사 걸리버 포일은 파괴된 우주선에 홀로 남겨진다. 170일 동안 우주를 표류하던 그의 앞에 마침내 자매선 보르가호가 나타나지만, 구조 신호를 확인하고도 그를 외면한 채 지나쳐버린다.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포일은 자신을 버린 보르가호를 찾아 파괴하겠다는 복수심 하나로 살아남는다. 그리고 야수 같은 호랑이 문신을 얼굴에 새긴 채 우주 한복판으로 다시 뛰어든다.
『타이거! 타이거!』는 한 남자의 복수극에서 출발하지만 곧 거대한 우주 모험으로 규모를 확장한다. 포일은 붙잡히고 탈출하고 쫓기며 태양계를 가로지르고, 개인적인 복수는 거대 기업의 암투와 행성 간 전쟁으로 번져간다. 순간이동 능력 ‘존트’가 일상화된 미래 사회, 거대 기업과 재벌 가문이 지배하는 세계, 인간의 신체 개조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상상력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특히 이 작품의 속도감은 오늘날의 블록버스터를 떠올리게 한다. 짧고 민첩한 대사와 빠른 장면 전환, 블랙 유머와 기상천외한 사건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활자의 크기와 배열까지 서사의 일부로 활용한다. 인물의 감각이 뒤섞이는 장면에서는 글자의 형태와 기호를 직접 변화시켜 독자가 혼란스러운 감각을 눈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소설의 내용을 넘어 소설을 읽는 방식 자체를 실험한 작품인 셈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포일의 변화다. 아무런 야망도 목적도 없이 살아가던 인간이 복수심을 삶의 동력으로 삼고, 배우고 생각하고 육체와 정신을 단련하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존재로 변해간다. 분노가 그를 야수로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아니었던 인간을 스스로를 구원하는 존재로 이끈다. 1956년 발표된 이 작품이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현대 SF의 중요한 고전으로 남은 이유다.
2026. 08. 24
출간 전부터 할리우드가 주목했다… 8년 만에 넷플릭스로 돌아온 『위스퍼맨』
2018년, 아직 출판사 로고조차 찍히지 않은 한 신인 작가의 원고가 할리우드에 퍼졌다. 정식 출간작 하나 없던 작가의 데뷔작이었지만 영화 제작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치열한 판권 경쟁 끝에 원고를 손에 넣은 이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였다. 출간도 되지 않은 신인 작가의 원고가 세계적인 감독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로부터 1년 뒤 출간된 『위스퍼맨』은 이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영국 출판권을 두고 다섯 곳의 출판사가 경쟁했고, 최종적으로 펭귄북스가 판권을 가져갔다. 이후 《뉴욕타임스》와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전 세계 30개국에서 출간됐다. 영국 추리작가협회 이언 플레밍 스틸 대거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굿리즈 초이스 어워즈 미스터리·스릴러 부문 후보에 선정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화려한 판권 기록이 아니다. 『위스퍼맨』은 어린아이에게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속삭임에서 시작해 20년 전 연쇄살인 사건과 현재의 실종 사건을 연결하며 독자를 서서히 공포 속으로 끌어들인다. 잔혹한 장면을 앞세우기보다 인물의 심리와 시선의 전환, 연이어 등장하는 반전을 통해 긴장감을 만들어낸다는 점도 작품의 특징이다.
특히 작가 알렉스 노스는 어린 아들의 한마디에서 작품의 출발점을 얻었다. 아이가 무심코 던진 말을 계기로 부모와 아이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스릴러에 담아냈고, 그 결과 『위스퍼맨』은 범죄의 공포와 부자 관계의 이야기를 동시에 품게 됐다. 2026년 8월 28일 넷플릭스 영화 공개와 함께 다시 한국 독자를 찾은 『위스퍼맨』은, 출간 전부터 할리우드를 움직였던 이야기가 왜 오랜 시간 사랑받았는지를 확인하게 한다.
2026. 08. 24
20년 전 연쇄살인마가 돌아왔다… “이번엔 네 아이를 노린다”
집은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다. 하지만 어린 제이크에게 새집의 창가는 공포의 시작이 된다. 어느 날 밤, 제이크가 “창가에서 누군가 속삭이고 있었다”고 말하면서부터다. 문제는 그 속삭임이 20년 전 아이들을 유인해 살해했던 연쇄살인마 ‘위스퍼맨’의 범행과 놀랍도록 닮았다는 것. 범인은 이미 체포돼 감옥에 갇혀 있는데, 대체 누가 다시 아이에게 속삭이고 있는 것일까.
『위스퍼맨』은 아내를 잃은 뒤 어린 아들 제이크와 함께 새로운 마을로 이사한 작가 톰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평온한 새출발의 기대도 잠시, 또래 아이가 실종되고 과거의 연쇄살인 사건과 동일한 수법이 등장하면서 마을 전체가 공포에 휩싸인다. 20년 전 범인을 잡았던 형사 피트와 현재 수사를 맡은 어맨다까지 사건에 뛰어들며 이야기는 네 인물의 시선을 따라 진실에 가까워진다.
작품의 긴장감은 잔혹한 범죄 장면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는 불안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데서 나온다. 작가는 어린아이의 순진한 말과 평범한 일상에 스며든 불길함,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쌓아 올린다. 범인을 짐작했다고 생각하는 순간마다 예측을 뒤집는 반전이 이어지며, 독자는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그러나 『위스퍼맨』의 공포는 범죄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작품은 톰과 제이크의 관계를 통해 부모가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원초적인 두려움과 대물림되는 상처를 함께 들여다본다. 사랑하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이의 이야기가 서스펜스와 맞물리면서, 『위스퍼맨』은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를 넘어 ‘우리는 무엇을 물려받고, 무엇을 물려주지 않을 것인가’를 묻는 작품으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