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피아] 방탄소년단의 세계에는 국경이 있는가…국가와 세계시민 사이, 그리고 외교관 없는 시대의 소프트파워

2026-09-10     심우일 기자
방탄소년단.

[CBC뉴스] 지난 3월 20일, 방탄소년단은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을 발매하며 3년 9개월 만에 일곱 명 전원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인 21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대형 무대가 세워졌다. 병역이라는 국민국가의 의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이들이 택한 컴백 앨범의 이름은 영어 슬로건이 아닌 한국의 대표 민요 ‘아리랑’에서 가져왔다.

무대 배경에는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형상화한 로고가 걸렸다. 이날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세계 각국의 언어로 쓰인 응원 문구가 타임라인을 채우는 동안 한국적 상징과 정서가 무대 전반에 배치됐다. 이 장면은 우연한 연출이 아니라, 지금 이 그룹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언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선언은 한 그룹의 음악적 방향을 넘어, 지금 세계가 문화적 영향력을 주고받는 방식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의 제목으로 '아리랑'을 택한 배경은 소속사 빅히트뮤직의 설명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오랜 공백 끝에 다시 모인 멤버들이 가장 먼저 돌아본 것은 자신들이 출발한 자리, 즉 한국에서 시작한 그룹이라는 뿌리였다는 것이다. 

리더 RM은 일곱 멤버를 하나로 묶는 중요한 키워드로 ‘한국적인 요소’를 꼽으며, 그것이 자신들이 출발한 곳이자 뿌리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제이홉 역시 일곱 명이 함께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과정에서 “다시 돌아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은 결국 뿌리에서 시작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에게 ‘아리랑’은 단순히 전통적 이미지를 빌려오는 작업이라기보다, 다시 모인 방탄소년단이 자신들의 출발점과 정체성을 현재의 방식으로 되짚는 과정에 가까웠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것은 '아리랑'이라는 소재 자체가 지닌 이중성이다. 아리랑은 한국이 2012년, 북한이 2014년 각각 별도의 항목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한 민요이며, 오랫동안 지역과 세대에 따라 수없이 변주되어 온 노래이기도 하다. 정선아리랑만 전승되는 가사가 3천여 수에 이를 만큼 하나의 고정된 가사나 선율로 묶이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방탄소년단의 '아리랑'은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에 발표됐다. 100년 전의 영화가 그랬듯, 이별과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담는 그릇으로 계속 다시 쓰이고 있는 셈이다. 방탄소년단이 이번 앨범에 '아리랑'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며 전하고자 한 정서 역시 특정한 국가의 경험이라기보다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국적과 무관하게 통하는 감정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상징을 고름으로써 가장 보편적인 정서에 도달하려 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선택은 케이팝이라는 산업이 오래전부터 놓여 있던 위치와 맞닿아 있다. 케이팝은 처음부터 하나의 국내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었다. 여러 언어로 번역되는 가사, 국경을 가리지 않는 스트리밍과 팬플랫폼, 실시간으로 번역되는 위버스의 글이 이 음악의 유통 방식 자체를 구성해 왔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 역시 특정 국가나 언어권에 묶이지 않는 집단으로 성장해 왔다. 

이들은 태어난 나라의 언어로 소통하면서도, 하나의 그룹을 매개로 국경을 넘어선 정체성을 공유한다. 자신을 한국인, 미국인, 브라질인이기 이전에 '아미'로 먼저 설명하는 팬들의 존재는, 팬덤이라는 단위가 국가라는 단위와 다른 층위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 팬덤을 하나로 묶는 매개는 역설적으로 매우 구체적인 국가의 언어와 문화다. 아미들은 한국어 가사를 원어로 따라 부르고, 한국 예능과 실시간 방송을 지켜보며, 한글 자체를 배우기도 한다. 세계시민적인 팬덤이 오히려 한 국가의 언어와 정서를 학습하는 통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국경을 넘어선 연결이 국가색을 지우는 방향이 아니라, 특정 국가의 문화를 세계 각지로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이 현상을 단순한 탈국가화로만 설명할 수 없게 만든다.

여기서 질문을 한 단계 더 밀고 나가 볼 필요가 있다. 국경을 넘어 한 나라의 언어와 정서를 세계 각지에 퍼뜨리는 이 작업은, 원래는 누구의 몫이었을까. 근대 국제관계에서 한 나라의 이미지와 매력을 다른 나라 국민에게 전달하는 일은 전통적으로 외교관의 업무였다. 

대사관과 문화원을 통해 공식 채널로 전달되는 언어, 정부가 편성한 예산으로 만들어지는 홍보 영상, 국가 간 정상회담의 의전 속에서 다듬어지는 이미지가 그 주된 통로였다. 그런데 지금 세계 곳곳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과 궁금증을 만들어 내는 데는 외교관 못지않게 한 아이돌 그룹과 그 팬들의 몫이 크다. 공식 채널 바깥에서 이런 힘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의 문화적 국경 논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방탄소년단과 국가의 관계가 이 지점에서 특히 상징적인 것은, 이들이 실제로 공식 외교의 영역에 편입된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7월 방탄소년단은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임명됐고, 같은 해 9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임명장과 외교관 여권을 전달받았다. 

엿새 뒤인 9월 20일, 이들은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행사(SDG 모멘트)에 특사 자격으로 참석해 연설했고, 유엔본부에서 촬영한 '퍼미션 투 댄스' 공연 영상도 공개됐다. 

같은 해 방한한 미국 국무부 고위 관료가 방탄소년단의 노래 제목을 빌려 한미 관계를 설명하는 발언을 남긴 일도 있었다. 정부 관료가 외교적 수사에 대중음악의 언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장면은, 이제 대중문화가 외교적 소통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어휘 체계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보다 앞서 2018년 9월 리더 알엠이 유엔 본부에서 유니세프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 행사 연단에 올라 자신을 사랑하고 목소리를 내라는 메시지를 전했을 때는, 방탄소년단이 아직 정부 특사 신분이 아니었다는 점도 짚어 둘 필요가 있다. 

이 연설은 정부가 부여한 공식 외교 자격이 아니라 유니세프와의 활동 및 이미 형성된 대중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제기구의 연단에 선 사례였다. 특정 국가의 청년을 대표한다기보다 국적과 상관없이 자기 자신을 긍정하기 어려운 세대 전반을 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2021년 정부가 이들을 공식 특사로 임명한 흐름은 민간에서 먼저 형성된 문화적 영향력이 이후 공식 외교의 영역과 결합한 순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가가 처음부터 문화적 영향력을 만들어 외부로 내보냈다기보다, 이미 세계적 영향력을 갖고 있던 존재와 국가 외교가 접점을 만들어낸 사례에 가깝다.

국제정치학에서는 이런 힘을 흔히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군사력이나 경제 제재처럼 상대를 강제하는 경성권력과 달리, 소프트파워는 한 국가의 문화와 가치, 정책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호감과 동의를 불러일으키는 힘을 가리킨다. 

국내외 연구에서도 방탄소년단과 한류를 소프트파워의 관점에서 분석해 왔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힘을 만들어 내는 주체가 더 이상 국가 그 자체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방탄소년단.

관련 연구에서는 방탄소년단 같은 존재를 국가가 아니면서도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국가 행위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국가의 이름으로 파견되지 않았는데도, 국가의 이미지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등장한 셈이다.

물론 이 흐름이 정부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한류를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이미 정부 차원의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정부는 문화산업을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 투입으로도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규정했고, 이후 콘텐츠 제작 지원, 해외 진출을 위한 인프라 조성, 저작권 보호 체계 정비 등으로 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맡아 왔다. 

다만 그 기반 위에서 실제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를 만들고, 세계 각지의 언어로 그것을 퍼뜨리는 실행의 영역은 민간 기획사와 아티스트,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팬들의 몫으로 넘어갔다. 정부가 메시지의 발신자에서 무대의 조성자로 위치를 옮긴 셈이다.

전통적인 공공외교는 국가가 예산을 편성하고 메시지를 설계해 상대국 국민에게 전달하는 하향식 구조를 취했다. 그러나 지금 한 나라에 대한 호감을 형성하는 실질적인 접점은, 정부가 설계하지 않은 곳에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 

특정 국가의 언어를 몰라도 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표정과 어조로 감정을 읽어 내는 해외 팬, 자발적으로 가사를 번역해 공유하는 이름 없는 번역가,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 한국 음식이나 명절 풍습을 소개하는 일반 이용자들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 활발하게 움직이는 문화 전달자들이다. 

이들 중 누구도 정부로부터 임명장을 받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외교'라는 이름이 붙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들이 만들어 내는 누적된 호감과 관심이 한 국가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고리즘 기반 플랫폼의 등장은 이 구조를 한층 더 가속했다. 과거에는 한 나라의 문화가 해외에 소개되려면 방송사의 편성이나 정부 문화원의 행사처럼 제한된 통로를 거쳐야 했다. 지금은 한 명의 이용자가 올린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여러 국가 이용자의 화면에 동시에 노출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기관이나 공식 문화 사절의 개입 없이도 문화적 영향력이 생산되고 유통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하나의 구심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구심점을 중심으로 실제 확산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국경 너머의 수많은 개인들이다.

이 모든 흐름은 결국 지금의 젊은 세대가 자신의 소속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온라인 플랫폼과 글로벌 팬덤 문화에 익숙한 세대에서는 국가 외에도 팬덤과 커뮤니티, 취향 집단을 중요한 소속 단위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들은 출생지의 국적을 유지한 채로도, 온라인에서는 특정 팬덤을 통해 국경 너머의 소속감을 함께 느낀다. 

국경을 넘나드는 스트리밍과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에게 '어느 나라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더 이상 유일한 자기소개의 기준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이런 흐름을 음악 산업이라는 구체적인 영역에서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다만 이런 현상을 국경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식으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방탄소년단이 가장 세계적인 위치에 올라선 순간마다 오히려 한국이라는 출발점을 더 뚜렷하게 강조해 온 점은, 국가 정체성이 세계시민 정체성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병역이라는, 국가가 개인에게 부과하는 가장 물리적인 의무를 마친 직후 이들이 내놓은 결과물이 '아리랑'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이다. 국가라는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자유로운 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를 통과한 뒤에도 자신의 뿌리를 다시 선택한 이들의 모습은 지금 세대가 국가를 버리기보다 다시 해석하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깝다. 

외교관이라는 공식 직함 없이도 국가의 이미지를 대신 짊어지는 존재가 있다면, 그 힘의 근원은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 아니라 국경 너머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부여한 신뢰와 애정이라는 점 역시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4월 경기 고양에서 'BTS WORLD TOUR ARIRANG'의 막을 올린 뒤 월드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이 투어의 공식 명칭 자체가 앨범과 같은 'BTS WORLD TOUR ARIRANG'이라는 점은, '아리랑'이라는 이름이 단순한 앨범명을 넘어 이번 완전체 활동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국적과 언어가 다른 관객들 앞에서 이 상징이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이를 계기로 아리랑이라는 한국 민요가 국제적인 콘텐츠 시장 안에서 어떤 위치를 얻게 되는지는 앞으로 지켜볼 지점이다. 

아울러 정부가 주도하지 않는 방식으로 확산되는 이 소프트파워를 정책 차원에서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 그리고 알고리즘과 개인 이용자들이 주도하는 문화 확산이 전통적인 공공외교의 틀과 어떻게 공존하거나 충돌할 것인지도 계속 지켜볼 만한 지점이다. 

국경이 흐려지는 동시에 특정 문화의 원산지가 더 선명하게 각인되는 이번 사례는, 세계화가 반드시 균질화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국가의 영향력이 국가 기관만을 통해 행사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해당 콘텐츠는 네티즌 어워즈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스타들을 조명한 기사입니다. 네티즌 어워즈는 투표권을 판매하지 않고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투표 기회를 제공하는 온라인 팬 투표 플랫폼입니다. 자본이 아닌 팬들의 자발적이고 꾸준한 참여로 순위가 결정되며, 누적 7700만표는 팬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쌓아 올린 순수 팬심의 기록입니다. AI가 일부 조력한 기사입니다. 본문은 방탄소년단의 활동을 토대로 평화와 문화의 의미를 해석한 문화비평으로, 방탄소년단 또는 소속사의 공식적인 정치·사회적 입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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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심우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