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3.0' 자본보다 서사가 앞서는 시대…리센느가 보여준 시간의 힘

2026-09-11     심우일 기자
리센느.

[CBC뉴스] K팝에서 성공의 속도는 오랫동안 경쟁력의 일부였다. 데뷔하자마자 얼마나 많은 앨범을 파느냐, 신곡이 공개된 직후 음원차트 어디까지 올라가느냐, 얼마나 빨리 팬덤을 형성하느냐가 신인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처럼 받아들여졌다. 처음부터 강하게 등장하는 팀이 시장의 관심을 가져갔고, 출발이 늦은 팀에는 그만큼 다음 기회를 기다릴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리센느(RESCENE)는 이 익숙한 시간표와 다른 길을 걸었다.

2024년 8월 27일 공개된 ‘LOVE ATTACK’은 미니 1집 ‘SCENEDROME’에 담긴 곡이다. 그러나 이 노래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은 발매 직후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곡을 새롭게 발견하는 청자가 생겼고, 반응은 한 번에 폭발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커졌다. 마침내 2026년 7월 8일 멜론 톱100 1위에 올랐다. 발매 후 약 1년 11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9월 들어서도 ‘LOVE ATTACK’은 멜론 TOP100 정상에 자리하고 있다. 리메이크 싱글로 발표한 ‘Pretty Girl’ 역시 상위권에 올라 있다. 한때 오래된 신곡이었던 노래가 시간이 흐른 뒤 오히려 현재의 히트곡이 된 셈이다.

리센느의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순히 ‘역주행에 성공했다’는 결과만이 아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음악의 가치가 시장에서 발견되는 시점이다. 지금의 K팝은 매우 빠른 산업이다. 음원이 공개되는 순간 순위가 나오고 영상 조회수가 집계된다. SNS에서는 반응이 실시간으로 확산된다. 과거라면 며칠이나 몇 주가 필요했던 평가가 이제는 몇 시간 만에도 만들어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데뷔와 동시에 성공하지 못한 팀이 마치 경쟁에서 뒤처진 것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리센느의 ‘LOVE ATTACK’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발매 직후의 숫자가 그 노래의 최종적인 가치인가. 리센느의 경우 답은 아니었다. 이 노래가 정상에 도달하는 데는 거의 2년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발매 첫날의 순위나 첫 주의 성적만으로 콘텐츠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방식 역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리센느.

여기에서 최근 K팝의 변화가 보인다. 과거의 K팝에서는 기획사가 만들어내는 시스템 자체가 강력한 경쟁력이었다. 연습생을 선발하고 훈련시키고 음악과 안무를 만들고 방송과 공연을 통해 스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하나의 거대한 제작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그 시스템은 지금도 중요하다. 그러나 음악이 소비되는 환경은 달라졌다. 유튜브와 숏폼, 스트리밍과 SNS를 통해 과거의 콘텐츠가 언제든 다시 현재로 돌아올 수 있다. 신곡이 아니어도 새로운 영상이나 무대, 팬들의 콘텐츠를 통해 다시 발견될 수 있다. 발매일이 음악의 수명을 결정하던 경계가 흐려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K팝에서 중요한 것은 첫 번째 폭발만이 아니다. 계속 발견될 수 있는가가 중요해졌다.

이 지점에서 ‘서사’가 등장한다. 서사는 거창한 세계관만을 뜻하지 않는다. 어느 팀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떤 음악을 내놓았으며, 그 음악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팬덤과 함께 어디까지 이동했는지에 관한 시간의 축적 역시 서사가 된다. 리센느에게는 ‘LOVE ATTACK’ 자체가 그런 서사가 됐다. 발표와 동시에 정상에 올라간 노래였다면 지금과 같은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 시장에 남아 있다가 조금씩 청자를 넓히고 결국 정상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노래의 성과와 그룹의 성장 과정이 하나로 겹쳐졌다. 2026년 7월 공개한 리메이크 싱글 ‘Pretty Girl’도 이 흐름과 연결된다. 새로운 무대를 통해 리센느를 처음 접한 사람이 ‘LOVE ATTACK’을 찾아갈 수도 있고, ‘LOVE ATTACK’을 통해 팀을 알게 된 사람이 다른 곡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노래 하나의 성공이 다른 노래를 발견하게 하고, 다시 그 음악들이 그룹 전체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바로 여기에서 K팝의 다음 경쟁 방식이 보인다. 이 글에서 이를 ‘K팝 3.0’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는 학계나 산업계에서 정립된 공식적인 시대 구분이 아니다. 지금 나타나는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관점이다. K팝의 첫 번째 경쟁력이 스타를 만들어내는 제작 시스템이었다면 이후에는 그 시스템을 세계로 연결하는 글로벌 플랫폼과 팬덤이 중요해졌다. 이제는 그 위에서 얼마나 오래 소비되고 다시 발견될 수 있는 IP를 만들 수 있는지가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고 자본의 중요성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좋은 음악이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때까지 활동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음악을 만들고 무대를 이어가며 팬과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결국 돈이 필요하다. 다만 질문이 달라졌다. 얼마나 많은 돈을 한꺼번에 투입했느냐보다 그 자본으로 콘텐츠가 성장할 시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리센느의 사례를 ‘작은 자본이 큰 자본을 이겼다’는 식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리센느가 보여준 것은 시간의 가치다.

2024년 8월 공개된 노래가 2026년 여름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9월에도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발매 당시의 성적만으로 모든 판단이 끝났다면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장면이다. K팝 산업에서 가장 비싼 자원이 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리센느를 보면 또 하나의 자원이 보인다. 시간이다. 좋은 콘텐츠가 시장에서 발견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 팬덤이 만들어질 시간, 한 곡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시간이다.

그래서 K팝 3.0을 단순히 ‘자본보다 서사가 중요한 시대’라고 정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자본이 서사를 만들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시대에 가깝다. 리센느의 ‘LOVE ATTACK’은 이 변화를 설명하기에 흥미로운 사례다. 처음부터 정상에 있었던 노래가 아니다. 정상까지 올라오는 과정이 있었고 그 과정 자체가 이제 리센느라는 그룹을 설명하는 이야기가 됐다. 데뷔 초의 반응만으로 재단됐다면 지금의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곡이, 오히려 가장 늦게 발견된 순간 가장 크게 인정받은 셈이다.

앞으로 K팝에서 이런 사례가 계속 등장한다면 성공의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데뷔 첫날 얼마나 크게 시작했느냐만큼이나 얼마나 오래 살아남고, 얼마나 여러 번 다시 발견되느냐가 중요해질 수 있다. 그때 기획사의 역할 역시 달라진다. 스타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능력뿐 아니라 아직 발견되지 않은 콘텐츠에 시간을 허락하는 능력이 경쟁력이 된다. 리센느가 던지는 질문도 결국 여기에 닿는다. 좋은 음악이 늦게 발견될 수도 있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는가. ‘LOVE ATTACK’이 보여준 거의 2년의 시간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그리고 그 답은 하나의 팀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의 신인 그룹이 발표한 노래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채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K팝의 다음 시대는 가장 빨리 성공한 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시간이 올 때까지 살아남은 팀들의 이야기로도 쓰일 수 있다.

[해당 콘텐츠는 네티즌 어워즈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스타들을 조명한 기사입니다. 네티즌 어워즈는 투표권을 판매하지 않고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투표 기회를 제공하는 온라인 팬 투표 플랫폼입니다. 자본이 아닌 팬들의 자발적이고 꾸준한 참여로 순위가 결정되며, 누적 7700만표는 팬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쌓아 올린 순수 팬심의 기록입니다. AI가 일부 조력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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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심우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