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혁신 발목 잡나
[CBC뉴스]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정부안 발의를 앞두고 가상자산거래소 지배구조 규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간 대주주 1인의 지분율을 20% 수준으로 묶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감독당국의 규제 설계 취지는 명확하다. 수많은 투자자의 자산과 주문 흐름을 중개하는 거래소가 자본시장 인프라에 준하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특정 1인의 독점적 지배로 인한 사익 편취나 코인 상장 뒷거래, 불공정거래 개입 등 구조적 이해상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일률적인 지분 상한선을 획정하는 방식이 대두된 것이다. 다만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올 것 같다. 오랜 자본 축적을 거치며 지분이 자연스럽게 분산된 전통 금융사와 달리, 국내 거래소는 창업자의 위험 부담과 혁신 기술 투자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플랫폼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기술 벤처의 성장 궤적을 밟아온 시장에 전통 금융권의 엄격한 금산분리 잣대를 기계적으로 덧씌우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업력의 저간을 사려깊게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특징이나 업무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획일적인 규제는 어떤 방식이든 속죄양을 낳기 마련이다.
20%라는 수치가 지닌 실효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주식 보유 비중을 낮춘다고 해서 경영 투명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며, 지분 분산 규제가 오히려 우호 지분 결탁이나 계약을 통한 음성적 지배력 행사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기설립 사업자에 대한 소급 적용 문제는 시장 왜곡과 법적 분쟁을 야기할 소지도 있다. 보유 주식을 강제로 시장에 쏟아내야 할 경우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생명인 가상자산 시장에서 책임경영의 구심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킹 위협과 전산 장애 대응, 대규모 보안 인프라 투자 및 글로벌 영토 확장은 장기적 안목과 신속한 결단이 필수적이다. 주주 구성의 인위적 파편화가 복잡한 지배구조를 낳고 혁신 동력을 떨어뜨린다면, 국경 없는 시장에서 국내 사업자의 경쟁력만 갉아먹는 역차별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형식적인 지분 쪼개기보다 실질적인 행위 규제와 책임 추궁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상시화하고, 이해관계자 간 부당 내부거래 차단 및 고객 자산 분리 보관 의무 위반에 대해 징벌적 책임을 물리는 방식이 보다 직접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이사회의 감시 기능과 내부통제 기준을 선진화하는 제도적 보완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이용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정책 방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다만 시장의 태동 배경과 치열한 글로벌 환경을 간과한 기계적 규제는 본래 취지를 퇴색시키고 산업 기반을 흔드는 수가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도식적인 지분율 제한이 아니라 권한에 상응하는 엄격한 책임을 묻는 정교한 규율 체계다.
★ 네티즌 어워즈 투표하러 가기 ▶
★ 전 세계 팬덤의 결집, cbcglobe.com ▶
★ 돈돈돈, 남몰래 혼자 보는 – 돈 되는 뉴스 ▶
▮ CBC뉴스ㅣCBCNEWS 권오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