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家] 죽고 싶은 마음에서 다시 살아갈 용기까지, 서점가 화제의 소설 모음
2026. 09. 18
『비스킷』 『스티커』 김선미 작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시선을 돌린 성장소설 『요절 금지』 출간
김선미 작가가 『비스킷』과 『스티커』에 이어 새로운 청소년 성장소설 『요절 금지』를 선보인다. 2019년 『살인자에게』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선미 작가는 이후 『비스킷』 『스티커』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청소년의 마음과 관계,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해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우수상, 교보문고 서치-라이트 공모전 최우수상, 위즈덤하우스 어린이청소년 판타지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 세계를 넓혀온 작가가 이번에는 판타지적 설정 대신 한 아이의 일상과 내면에 집중한다.
『요절 금지』의 주인공 박지연은 열일곱 살의 평범한 모범생이다. 학교생활도 성실하게 하고 성적도 좋은 데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연애도 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마음속에는 외로움과 불안, 자기 검열이 쌓여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겉도는 것 같을 때마다 자신의 문제를 찾고, 성적표에서 만점보다 부족한 점수가 먼저 보일 때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붙인다. 사랑받기 위해 밝은 모습을 연기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힘들다는 말은 꺼내지 못한다. 지연은 그렇게 ‘괜찮은 아이’로 살아가는 동안 조금씩 자신에게서 멀어진다.
김선미 작가는 『비스킷』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아이들을, 『스티커』에서 타인을 향한 악의와 그로 인한 위기를 이야기했다면 『요절 금지』에서는 시선을 한 사람의 가장 가까운 곳으로 돌린다. 세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이 사라지지 않게 붙잡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이번 작품에서 지연을 구하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나 거대한 사건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상담과 운동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가며, 가까운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아주 현실적인 과정이다.
지연은 어느 날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익명의 블로그에 쓰기 시작한다. ‘요절 희망자의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하며 시작한 글쓰기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감정들을 하나씩 드러내는 통로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 이름을 ‘요절 금지’로 바꾸는 순간, 지연은 완벽하게 행복해진 사람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를 선택한 사람이 된다. 김선미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그려낸 것은 거창한 성공담이 아닌,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한 소녀의 성장이다.
2026. 09. 17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열일곱 살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쌓여 있을까, 『요절 금지』
열일곱 살 박지연은 누가 봐도 성실한 학생이다. 학교에 빠지지도 않고 공부도 곧잘 한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도 한다. 하지만 혼자 있는 순간이면 전혀 다른 얼굴이 나타난다. 친구 관계에서 겉도는 것 같은 외로움, 성적과 외모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마음, 사랑받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불안이 쌓여가고 있다. 『요절 금지』는 이렇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지만 내면에서는 무너지고 있는 한 청소년의 마음을 따라가는 성장소설이다.
지연은 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하며 익명의 블로그 ‘요절 희망자의 기록’을 만든다. “10년 뒤에 내가 뭘 해 먹고 살지는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데” 자신의 장례식장은 선명하게 그려진다고 말하는 지연의 글에는 죽음에 대한 생각과 함께 학교와 가족, 친구에게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감정이 쌓여간다. 현실에서는 힘들다는 말을 삼키고 웃는 얼굴을 만들어내지만, 아무도 자신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블로그에서는 비로소 솔직해진다. 능청스럽고 재치 있는 문장 뒤에 숨은 지연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괜찮아 보이는 아이’의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감정이 숨어 있는지 마주하게 된다.
특히 작품은 지연이 겪는 어려움을 특별히 불행한 사건 하나로 설명하지 않는다. 만점을 받아도 부족한 점을 먼저 지적받는 순간,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을 맡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는 꺼내지 못하는 순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면 버림받을 것 같아 웃어버리는 순간처럼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들이 조금씩 쌓인다. 작품 속 지연은 자신의 우울을 정확히 설명하지도 못한 채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절 금지』가 보여주는 마음의 위기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소설은 지연을 끝내 무너진 아이로 남겨두지 않는다. 상담을 받고, 운동을 하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다시 바라보면서 지연은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는 법을 조금씩 배운다. 좋아졌다가 다시 가라앉기도 하고, 상처받고 또 화해하기도 하면서 마침내 자신의 블로그 이름에서 ‘희망자’를 지운다. ‘요절 희망자의 기록’에서 ‘요절 금지’로. 『요절 금지』가 말하는 회복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좋아지는 일이 아니다. 오늘도 버텨낸 자신을 돌아보고, 내일을 한 번 더 선택하는 것. 김선미 작가는 그 작고 현실적인 선택을 통해 한 사람이 다시 자기 자신을 구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2026. 09. 17
혼불문학상 최초의 SF 수상작 『에케 호모』, 문명이 사라진 뒤에도 인간다움을 묻다
인류의 99퍼센트가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오수완의 『에케 호모』는 이 질문에서 출발해 문명이 무너진 이후의 세계를 그린다. 초월적 존재 ‘프라임’에 의해 인류가 거의 사라진 뒤, 중년 남자 노먼과 말이 거의 없는 소녀 서브는 자전거를 타고 지텍이라는 도시를 향해 나아간다. 그곳에서는 사라진 인류를 다시 일으키기 위한 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폐허가 된 세계에서 두 사람이 마주하는 것은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문명을 만들었고, 문명이 사라진 뒤에도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묻는다. 작품은 인간의 사랑과 책임, 선과 악, 인간다움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재난 이후의 세계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아본다. 인류의 종말을 상상하면서 오히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것이다.
작품의 출발점에는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가 인간을 바라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작가의 사유가 있다. 인간이 다른 생물종과 생태계에 가해온 폭력을 거꾸로 바라보면서, 인간 역시 더 거대한 존재에게 같은 방식으로 심판받을 수 있다는 상상이다. 이 때문에 『에케 호모』의 재난은 단순한 사건이라기보다 인간이라는 종을 관찰하기 위한 장치가 된다. 문명이 무너진 자리에서 노먼과 서브가 만나는 사람들과 풍경은 인간이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에케 호모』는 제16회 혼불문학상에서 341편의 작품 가운데 선정된 작품으로, SF로서는 처음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오수완은 수상 이후 16년 동안 글쓰기를 포기할 뻔한 순간이 있었다며 이번 수상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는 응원”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며 소설을 써온 작가의 질문은 인류가 사라진 미래를 지나 다시 지금의 우리에게 돌아온다.
2026. 09. 16
혼불문학상 최초의 SF 수상작 『에케 호모』, 문명이 사라진 뒤에도 인간다움을 묻다
낮에는 한의사로 환자를 만나고, 밤에는 소설을 써온 작가 오수완이 인간과 문명의 끝을 그린 『에케 호모』로 제16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341편의 작품이 경합한 가운데 SF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혼불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2010년 장편소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로 등단한 오수완은 2020년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로 세계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 수상으로 다시 한번 작품 세계를 주목받게 됐다.
『에케 호모』는 어느 날 초월적 존재 ‘프라임’의 등장과 함께 인류의 99퍼센트가 사라진 세계에서 시작한다. 살아남은 중년 남자 노먼과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소녀 서브는 자전거를 타고 ‘지텍’이라는 도시를 향해 길을 떠난다. 그곳에서는 인류를 다시 일으키기 위한 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문명이 무너진 뒤에도 인간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지키며,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를 두 사람의 여정을 통해 묻는다.
오수완은 이 이야기를 구상하며 ‘사이코패스적인 슈퍼맨’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생태계를 파괴해온 인간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존재가 나타난다면 인류 역시 멸종에 가까운 일을 겪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에케 호모』는 단순한 재난 이후의 생존담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종이 문명을 만들고 동시에 스스로를 위협해온 과정을 돌아보며, 인간다움과 사랑, 책임과 선악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변 소설’이자 하나의 사회적 실험에 가깝다.
16년 동안 글쓰기를 이어온 작가는 이번 수상소감에서 “글쓰기를 포기하지 말라고 하는 응원”으로 받아들이겠다며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쓰겠다”고 말했다. 낮에는 한의사로, 밤에는 작가로 살아온 오수완에게 이번 수상은 그가 오래 붙잡아온 소설이라는 세계를 계속 이어갈 이유가 됐다.
2026. 09. 16
일본에 나미야 잡화점이 있다면 영국에는 『디어 윌버 문구점』이 있다
서른여덟 살 조 소스비의 인생은 어느 순간 한꺼번에 무너졌다. 6년간 함께한 연인에게서 버림받고 직장까지 잃은 그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도 잊은 채 런던의 작은 문구점으로 도망친다. 치매로 요양하게 된 삼촌을 대신해 52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가게를 맡게 된 것. 그리고 그곳에서 조는 저마다의 상처를 품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문구점에는 매주 새 노트를 사면서도 첫 문장을 쓰지 못하는 일흔 살 맬컴, 갑자기 교구를 떠난 사제 루스처럼 각자의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조 역시 처음에는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온 ‘어중간한 사람’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를 하나씩 가게에 들여놓고, 손님들과 펜과 편지, 노트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면서 잊고 있던 취향과 활기를 되찾는다. 낡은 문구점이 조다운 공간으로 변해가는 만큼 그의 삶도 조금씩 다시 쓰이기 시작한다.
이들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대도, 살아온 과정도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비밀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친구가 되고, 지금의 모습 그대로 곁에 있어도 된다는 확신을 건넨다. “글을 쓸 때는 서두르지 말고, 좀 쉬기도 하면서”라는 조의 말처럼, 삶 역시 지나치게 힘을 주지 않고 천천히 써 내려갈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가 문구점 곳곳에 스며 있다.
『디어 윌버 문구점』은 결국 다시 시작하는 데 특별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다시 발견하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곁에 두고, 내 삶에서 내가 원하는 자리를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로 영국에서 5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샐리 페이지는 자신이 사랑하는 문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데 엮어, 무기력한 마음에 다시 움직일 용기를 건넨다.
2026. 09. 15
사랑보다 먼저 필요한 관계가 있다, 『디어 윌버 문구점』
우리는 흔히 인생의 중요한 관계를 사랑에서 찾는다. 하지만 『디어 윌버 문구점』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건넨다. “어떻게 우정이 없는 곳에 사랑이 있을 수 있다고 믿었을까?”라는 질문처럼, 때로 삶을 다시 일으키는 것은 운명적인 사랑보다 아무 조건 없이 곁을 내어주는 우정일 수 있다고 말한다. 런던의 오래된 문구점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조심스럽게 스며드는 과정을 통해서다.
주인공 조는 오랫동안 연인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다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인물이다. 연애와 직장을 동시에 잃은 뒤 삼촌의 문구점을 맡게 된 그는 그곳에서 문구를 사랑하는 자신의 취향을 되찾는다. 그리고 맬컴과 루스 등 가게를 찾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만의 속도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간다. 이들에게 문구점은 물건을 사고파는 가게를 넘어 마음이 힘들 때 잠시 숨어들 수 있는 안전한 은신처가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무언가를 잃어버렸거나,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 자신의 꿈을 접어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해답을 주려 하지 않는다. 때로는 편지를 쓰고, 문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필요한 위로가 되어준다. 특히 오래된 친구를 떠나보낸 루스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우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랑처럼 우정에도 저마다의 시간이 있고, 어떤 관계는 한 사람의 삶을 오래도록 지탱하는 힘이 된다.
샐리 페이지는 광고업계와 플로리스트를 거쳐 자신이 원하는 만년필을 직접 만들기 위해 문구 브랜드까지 설립한 작가다. 그래서 『디어 윌버 문구점』의 문구들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를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4만 5천 건이 넘는 아마존·굿리즈 평점과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 소설은 묻는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