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家] 고양이 곁에서, 나무 곁에서… 회복을 이야기하는 책 2
2026. 10. 13.
사람을 믿지 못한 작가와 고양이는 어떻게 서로의 집이 됐나
케일럽 카의 회고록 『친애하는 나의 괴물』, 상처 입은 두 존재가 17년간 쌓아온 돌봄과 신뢰
타인을 믿기 어려워진 사람은 어떻게 다시 누군가와 삶을 나눌 수 있을까. 상처를 설명하거나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하는 존재와도 깊은 신뢰를 맺을 수 있을까. 케일럽 카의 『친애하는 나의 괴물』은 인간을 경계하는 고양이와 인간에게 상처받은 작가가 함께 살아간 시간을 통해 이 질문에 다가간다. 관계의 출발점은 상대를 바꾸겠다는 기대가 아니라,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데에도 이유가 있으리라는 이해다. 책은 서로에게 다가가는 두 존재의 일상에서 돌봄의 의미를 길어 올린다.
다산책방이 10월 13일 출간한 이 책은 카가 구조묘 마샤와 미국 뉴욕주 미저리산에서 보낸 17년을 담은 회고록이다. 김명남이 옮겼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카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마샤 역시 과거의 학대로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며 보호소에서도 환대받지 못한다. 카는 마샤의 불안과 공격성을 함께 살아가며 이해해야 할 반응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이 상대에게 믿을 만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묻는 순간, 두 존재의 동거는 오랜 신뢰를 쌓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은 평온한 실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들이 사는 산에는 곰과 코요테 등 야생동물이 있고, 마샤는 위험 앞에서도 거친 본능을 드러낸다. 카는 고양이의 야생성을 존중하면서도 그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숲속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사건들 사이로 집필 중인 카 곁에 머물거나 음악에 반응하는 마샤의 모습이 겹쳐진다. 작가는 마샤를 관찰하고 그 행동의 뜻을 헤아리며, 한 생명의 고유한 성격을 세밀하게 기록한다. 마샤는 보호받는 대상인 동시에 카의 생활에 리듬과 목적을 만들어주는 동반자가 된다.
책에서 돌봄은 한쪽이 베풀고 다른 쪽이 받는 일로 고정되지 않는다. 카는 마샤의 털을 쓰다듬으며 위로를 건네는 동시에 자신도 위로받고, 두 존재는 각자의 질병을 겪으면서 상대의 상태에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과거의 상처를 모두 없앨 수는 없어도 오늘 곁을 지키는 일은 가능하다는 태도가 이들의 관계를 이끈다. 『친애하는 나의 괴물』은 사랑을 말보다 반복되는 행동과 책임 속에서 살핀다. 나와 다른 존재의 두려움과 욕구를 얼마나 오래 이해하려 애쓸 수 있는지, 그 노력이 서로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묻는다.
2026. 10. 14.
범죄소설가 케일럽 카가 마지막에 쓰기로 한 이야기
차기작을 미루고 기록한 고양이와의 삶… 『친애하는 나의 괴물』 한국어판 출간
타인을 믿기 어려워진 사람은 어떻게 다시 누군가와 삶을 나눌 수 있을까. 상처를 설명하거나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하는 존재와도 깊은 신뢰를 맺을 수 있을까. 케일럽 카의 『친애하는 나의 괴물』은 인간을 경계하는 고양이와 인간에게 상처받은 작가가 함께 살아간 시간을 통해 이 질문에 다가간다. 관계의 출발점은 상대를 바꾸겠다는 기대가 아니라,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데에도 이유가 있으리라는 이해다. 책은 서로에게 다가가는 두 존재의 일상에서 돌봄의 의미를 길어 올린다.
다산책방이 10월 13일 출간한 이 책은 카가 구조묘 마샤와 미국 뉴욕주 미저리산에서 보낸 17년을 담은 회고록이다. 김명남이 옮겼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카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마샤 역시 과거의 학대로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며 보호소에서도 환대받지 못한다. 카는 마샤의 불안과 공격성을 함께 살아가며 이해해야 할 반응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이 상대에게 믿을 만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묻는 순간, 두 존재의 동거는 오랜 신뢰를 쌓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은 평온한 실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들이 사는 산에는 곰과 코요테 등 야생동물이 있고, 마샤는 위험 앞에서도 거친 본능을 드러낸다. 카는 고양이의 야생성을 존중하면서도 그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숲속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사건들 사이로 집필 중인 카 곁에 머물거나 음악에 반응하는 마샤의 모습이 겹쳐진다. 작가는 마샤를 관찰하고 그 행동의 뜻을 헤아리며, 한 생명의 고유한 성격을 세밀하게 기록한다. 마샤는 보호받는 대상인 동시에 카의 생활에 리듬과 목적을 만들어주는 동반자가 된다.
책에서 돌봄은 한쪽이 베풀고 다른 쪽이 받는 일로 고정되지 않는다. 카는 마샤의 털을 쓰다듬으며 위로를 건네는 동시에 자신도 위로받고, 두 존재는 각자의 질병을 겪으면서 상대의 상태에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과거의 상처를 모두 없앨 수는 없어도 오늘 곁을 지키는 일은 가능하다는 태도가 이들의 관계를 이끈다. 『친애하는 나의 괴물』은 사랑을 말보다 반복되는 행동과 책임 속에서 살핀다. 나와 다른 존재의 두려움과 욕구를 얼마나 오래 이해하려 애쓸 수 있는지, 그 노력이 서로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묻는다.
2026. 10. 15.
쉬어도 집중이 안 된다면, 머무는 풍경을 돌아볼 때
『뇌는 자연을 원한다』, ‘주의 피로’의 원인과 자연이 만드는 회복의 조건을 탐구하다
충분히 쉰 것 같은데도 책 몇 쪽에 집중하기 어렵고, 일을 시작하면 곧 다른 화면을 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의지가 약해졌다고 생각하지만, 하루 동안 무엇을 보고 듣는지는 잘 돌아보지 않는다.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과 주변 소음, 시선을 붙드는 광고 사이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무시할지 결정하는 일에도 힘이 든다. 『뇌는 자연을 원한다』는 지친 뇌의 문제를 개인의 습관과 함께 주변 환경에서 살피자고 제안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회복의 조건은 일상 가까이에 있는 자연이다.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마크 버먼이 쓰고 김미선이 옮긴 이 책은 10월 7일 다산초당에서 출간됐다. 버먼은 환경이 인간의 뇌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환경신경과학자다. 책은 의식적으로 집중하고 불필요한 자극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주의력이 소모되는 ‘주의 피로’를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연은 도시의 여러 자극과 다른 방식으로 관심을 붙든다. 흔들리는 나뭇잎과 움직이는 구름을 바라보는 동안에는 즉각적인 판단과 대응의 부담이 줄어들고, 지친 주의력이 회복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버먼은 자연을 접한 뒤의 변화를 기분이 좋아졌다는 느낌에만 맡기지 않고 기억력과 주의력을 측정하는 실험으로 살핀다. 자연과 도심을 걸은 참가자들의 인지 수행을 비교하고, 자연 사진과 도시 사진, 새소리와 도시 소음에 대한 반응도 탐구한다. 자연을 좋아하는 취향과 자연에서 얻는 인지적 혜택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연구는 특히 눈길을 끈다. 숲을 즐기는 사람에게만 유효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책은 자연의 효과를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고, 어떤 시각적·청각적 특징이 뇌에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따라간다.
독자는 각 장 끝의 ‘오늘의 환경 실험’을 통해 이런 질문을 자신의 생활로 가져올 수 있다. 나무나 물이 보이는 길을 걸어보고, 오래 머무는 공간에 식물을 들인 뒤 기분과 주의력의 변화를 관찰하는 식이다. 핵심은 큰 여행을 계획하는 데 앞서 매일 접하는 환경을 돌아보는 데 있다. 저자는 자연을 운동과 수면처럼 건강을 위해 살펴야 할 생활 조건으로 제시한다. 『뇌는 자연을 원한다』는 더 집중하라는 다짐에 앞서 어디에서 집중하고 어떻게 쉬고 있는지 묻는다. 회복을 위해 자신을 다그치던 독자에게 주변을 바꿔볼 가능성을 열어주는 책이다.
2026. 10. 16.
산책의 효과를 연구하던 과학자, 도시의 풍경을 묻다
마크 버먼의 첫 대중서 『뇌는 자연을 원한다』, 20여 년의 연구를 학교·직장·도시 설계의 질문으로
공원을 걸으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익숙한 경험을 연구의 질문으로 삼은 학자가 있다.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마크 버먼이다. 그는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20여 년간 탐구하며 심리학과 인지과학, 신경과학을 잇는 환경신경과학 분야를 개척해왔다. 10월 7일 다산초당에서 출간된 『뇌는 자연을 원한다』는 그 연구를 집대성한 첫 대중서다. 김미선이 옮겼다. 자연이 왜 필요한지를 묻는 데서 출발해, 그 답을 우리가 일하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간에 어떻게 반영할지 살핀다.
버먼은 자연의 효과를 막연한 선호나 감상에 맡겨두지 않았다. 실험실의 인지 과제와 뇌 영상, 생리적 측정, 실제 환경에서의 실험을 연결해 사람이 주변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추적했다. 자연과 도심을 걸은 뒤 주의력과 기억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핀 연구는 그 출발점 중 하나다. 신간은 이러한 연구가 개인의 산책 경험에서 학교와 병원, 직장과 도시의 환경을 검토하는 문제로 확장되는 과정을 담는다. 회복을 개인이 알아서 확보해야 할 휴식 시간에만 맡길 수 있는지 되묻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문제의식이다.
저자의 관심은 녹지가 있고 없다는 구분을 넘어 자연을 이루는 구체적인 특징으로 향한다. 나뭇가지와 해안선에 나타나는 반복적인 패턴인 프랙털, 곡선과 직선, 빛과 색채, 새소리와 도시 소음 등을 살피며 뇌가 반응하는 환경의 조건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자연을 하나의 풍경으로 설명하는 대신 여러 감각이 받아들이는 요소로 나누어 탐구한다. 동시에 연구팀은 도시에서 공원과 녹지가 얼마나 필요하고 어디에 배치되어야 하는지 연구한다. 자연과 뇌의 관계를 알아가는 일이 생활공간을 설계하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연을 접할 기회는 주말의 여가 선택을 넘어 일상의 환경을 만드는 문제가 된다. 창밖에 무엇이 보이는지, 학교와 직장 가까이에 걸을 만한 녹지가 있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서로 다른 조건에서 하루를 보낸다. 책은 개인에게 산책을 권하는 동시에 학교·의료·건축·도시 설계의 차원에서도 회복을 생각하게 한다. 각 장의 ‘오늘의 환경 실험’은 독자가 자신의 주변부터 관찰하도록 돕는다. 버먼의 첫 대중서는 오랜 연구를 생활의 언어로 옮기며, 인간의 뇌가 더 건강하게 기능하도록 우리가 함께 만들 환경은 무엇인지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