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해킹 수사 핑퐁] "경찰서 넘겼더니 다시 경찰로"…금융권 해킹 '수사 불개시'에 핑퐁 우려 현실화
첫 시험대 피한 중수청…장비 미비·과장 공석 속 '사이버 수사 역량' 도마
[CBC뉴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범죄, 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 그리고 이들과 직접 관련된 범죄를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수청법에 따르면 경찰이 중대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중수청에 사건을 통보해야 하며, 중수청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이를 따르도록 규정돼 있다. 통보를 받은 중수청은 7일 이내에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이처럼 중수청과 경찰의 관할이 개별 죄명 중심으로 나열돼 있어 경계가 모호하다는 우려는 중수청 출범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사건에 여러 혐의가 섞이거나, 수사 도중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 관할이 중첩될 경우 어느 기관이 수사를 맡아야 하는지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 개시 기준 역시 중대성 등 추상적인 요소에 근거해 있어 갈등의 소지가 남아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출범 7년이 지나도록 관할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2월 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 간 이견을 조율하는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 설치를 규정하고 있으나, 그 전까지는 수사권 조정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중수청이 대형 사건을 수사할 인력과 장비, 시설을 아직 충분히 갖추지 못한 점이 이번 수사 불개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언급된다. 해킹의 원서버와 IP, 공격 경로 추적을 위해서는 중국 등과의 국제공조가 필수적이지만, 중수청의 관련 역량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서울중수청 사이버정보수사과장 자리가 비어 있고, 디지털 압수수색에 필요한 과학수사 장비 역시 공소청에서 사용 중이라 이관이 완료되지 않았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도 일부 기능만 작동돼 수사관들이 수기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김지용 중수청장은 지난 19일 도어스테핑에서 현재 인력으로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향후 많은 사건이 접수될 경우를 대비해 빠른 조직 안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수청이 경찰로부터 통보받은 금융기관 인공지능(AI) 해킹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지 않기로 하면서, 수사기관 간 사건 책임이 오가는 '사건 핑퐁'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지방중수청은 23일 해당 해킹 사건의 내용과 수사 경과를 검토한 결과, 경찰이 계속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수사 불개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중수청은 경찰이 이미 지난 1일 내사에 착수해 접속기록(로그) 확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의 공조 요청 등 실질적인 진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사 개시 여부는 사건의 중대성, 수사 진행 정도, 수사 기간, 공정성 논란, 공소시효 임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1일 해당 해킹 사건이 중수청법상 '중대 사이버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중수청에 통보했다. 경찰은 해킹 피해를 입은 금융기관 시스템이 '전자금융기반시설'일 수 있다는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을 근거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건이 중수청 통보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중수청 내부에서는 이 유권해석에 대한 이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사건 통보는 수사 권한과 기록을 넘기는 '이첩'과는 다르며, 통보에서 이첩까지의 초동수사가 불필요하게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금융권 해킹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중수청이 출범 이후 첫 대형 사건으로 존재 가치를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이번 '수사 불개시' 결정으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여러 수사기관이 관여하는 과정에서 '사건 핑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률 규정에 따라 중수청에 사건을 통보한 것일 뿐, 수사 책임을 미룬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수청 통보와 별개로 경찰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중수청 측도 경찰의 사건 통보와 상관없이 수사는 이어져야 하며, 금융권 해킹 사건에 대해 법정 시한보다 빠르게 '수사 불개시' 결정을 내린 것은 혹시 모를 누수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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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