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투자 성과…솔리다임 상장 논의에 남긴 시사점
[CBC뉴스]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반도체 투자 성과가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본 키옥시아(Kioxia) 투자에서 발생한 가치 상승이 주주환원 재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논란이 됐던 솔리다임(Solidigm)의 미국 증시 상장 문제도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핵심은 해외 반도체 자산의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실현하고, 그 성과를 모회사와 주주들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경쟁이 이어지는 만큼 자회사의 자금 조달 전략과 주주가치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통해 일본 키옥시아의 전신인 도시바 메모리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펀드 출자와 전환사채 등을 통해 투입한 자금은 3조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후 키옥시아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SK하이닉스의 투자 성과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가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투자 자산의 가치 상승이 실제 수익으로 실현되고, 이를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과 연계할 수 있다면 기업의 투자 성과가 주주들에게도 돌아가는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이는 반도체 기업의 가치 창출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기존 사업의 영업이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글로벌 기업 인수와 전략적 지분 투자 역시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투자 자산의 평가이익과 실제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투자 성과가 어느 정도 규모의 주주환원으로 이어질지는 지분 처분 시점과 재무 전략, 이사회 결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에서 다시 주목되는 사례가 솔리다임이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미국 반도체 기업이다.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와 함께 관련 사업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구상은 해외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평가받고, 확보한 자금을 사업 확장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에서 중복상장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솔리다임 상장 문제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중복상장 논란의 핵심은 모회사 주주들이 보유한 기업가치가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희석되거나, 핵심 사업의 가치가 별도로 평가되면서 모회사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솔리다임은 기존 SK하이닉스의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해 신설한 회사가 아니라, 해외 기업의 사업부를 인수해 출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사업 형성 과정과 자금 조달 목적 등을 고려할 때 모든 자회사 상장을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개별 기업의 특성과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솔리다임 상장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분석도 있다.
마사히로 와카스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선임 산업 애널리스트는 언론 인터뷰에서 중복상장에 대한 지나치게 엄격한 제한보다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솔리다임이 인텔로부터 인수한 미국 사업을 기반으로 독립적인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경우 eSSD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으며, 모회사인 SK하이닉스 역시 직접적인 투자 부담을 줄이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분야에 자원을 집중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솔리다임 지분 일부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더라도 SK하이닉스의 주당순이익(EPS)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이러한 관점은 자회사 상장이 반드시 모회사 주주에게 불리한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상장 이후 자회사의 성장 성과가 모회사 주주들에게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는지, 지분율 변화에 따른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키옥시아와 솔리다임은 투자 구조와 사업적 성격에서 차이가 있다. 키옥시아는 전략적 지분 투자에 해당하는 반면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사업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자회사다.
따라서 키옥시아 투자 성과가 곧바로 솔리다임 상장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두 사례는 글로벌 반도체 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키옥시아 투자가 장기적인 자산 가치 상승과 투자 성과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면, 솔리다임 상장 구상은 해외 자회사의 성장 자금을 확보하고 모회사의 투자 부담을 조정하는 전략적 선택지로 볼 수 있다.
특히 AI 산업 확대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자본시장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식은 앞으로도 중요한 경영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전략적 자율성과 기존 주주의 권익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솔리다임 미국 상장 논란은 기업의 자금 조달 전략과 주주가치 보호라는 두 가지 과제가 맞닿아 있는 사안이다.
자회사 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해외에서 인수한 사업의 성장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적 선택까지 일률적인 중복상장 문제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선행투자와 기술 경쟁력이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를 좌우하는 분야다. 자본 조달 방식에 대한 판단 역시 단기적인 주가 영향뿐 아니라 투자 효율성과 사업 성장 가능성, 장기 주주가치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키옥시아 투자 성과가 주주환원 논의로 이어지는 상황은 글로벌 투자 자산의 가치 실현이 갖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솔리다임 역시 향후 기업가치와 자금 조달 전략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관점이 참고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장 여부 자체보다 해당 전략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그 성과를 기존 주주들과 합리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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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권오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