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동향] "수출 대금 밀려든다"… 5대 은행 기업 달러예금 1년 새 44% 급증 '960조원' 돌파
반도체 수출 호조로 기업 여유 자금 크게 증가
[CBC뉴스] 국내 은행의 10억원 초과 고액 예금 잔액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960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전체 저축성 예금에서 고액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4년 만에 50%를 다시 상회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저축성예금 계좌는 올해 6월 말 10만2천좌에 달해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작년 말 10만좌에서 2천좌가 늘어난 수치다. 이들 고액 예금의 잔액은 960조1천150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말(868조4천800억원)과 비교하면 91조6천350억원(10.6%) 증가했고, 지난해 6월 말(821조4천130억원) 대비로는 138조7천20억원(16.9%) 늘었다. 10억원 초과 고액 예금은 2021년 6월 말 7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4년 말 800조원을 넘었고, 올해 들어 900조원대를 기록하며 1천조원에 근접했다. 반기 기준 증가액 역시 사상 최대치였다. 작년 하반기 증가율(5.7%)과 비교해도 증가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
예금 종류별로는, 10억원 이상 정기예금 잔액이 666조1천620억원으로 집계돼, 작년 말에 비해 58조9천870억원(9.7%) 늘었다. 기업자유예금의 경우 278조780억원으로 30조4천690억원(12.3%) 증가해, 작년 상반기 2.4% 감소했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0억원 초과 고액 계좌 대부분이 법인 명의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상반기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예금 잔액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고액 계좌의 증가 폭이 예년보다 컸으며, 잔액 비중이 50%를 넘긴 반면 가계 예금은 오히려 줄었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여유 자금 확대는 한은의 자금순환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2분기 비금융 법인기업 순자금 운용액은 67조1천억원으로, 1분기(20조8천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기업의 금융기관 예치금 운용액도 1분기 17조8천억원에서 2분기 84조3천억원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반도체 등 주력산업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 이익 증가가 배경이라고 밝혔다.
수출대금 관련 거래 내역을 보면, 올해 들어 주요 시중은행을 통한 기업의 외화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1∼10월 타발송금 취급액은 6천217억9천만달러로, 전년 동기(4천779억9천만달러) 대비 30.1% 늘었다. 같은 기간 매입외환(네고) 취급액도 1천407억2천만달러로 31.5% 증가했다. 10월 한 달간 네고 취급액은 202억4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2%, 전월 대비 47.1% 급증했다. 타발송금은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된 송금을, 네고는 기업이 수출대금으로 받을 외화채권을 은행에 넘기고 대금을 먼저 받는 거래를 의미한다. 올해 상반기 타발송금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17.6%였으나, 7∼10월에는 48.2%로 높아져 하반기 외화 유입이 더욱 활발해졌다.
5대 은행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올해 10월 말 645억5천만달러로, 1년 전(448억2천만달러)보다 44.0% 증가했다. 작년 말(532억743만달러)과 비교해도 21.3% 늘었다. 전체 달러예금 잔액 증가분 중 기업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9.3%에 달했다. 기업 달러예금은 올해 6월 말 530억7천만달러에서 9월 말 699억달러로 석 달 만에 31.7% 뛰었고, 10월 말에는 전월보다 7.7% 줄었으나 6월 말 대비로는 21.6% 많은 수준이다. 엔화예금 등을 포함한 기업 외화예수금 잔액도 올해 10월 말 768억8천만달러로, 전년 동월(539억4천만달러) 대비 42.5%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대기업의 수출대금 유입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 유입된 달러를 즉시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환율 변동을 지켜보며 환전 시점을 조정하거나, 해외 원자재 구매 및 수입대금 결제, 해외투자 등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수요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반도체 등 주력산업의 수출 호조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은행에 맡기는 기업 여유자금과 고액 예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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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