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 (사진 출처: 금융위원회 홈페이지)
[CBC뉴스|CBC NEWS]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 관련 "시장과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연착륙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흘 전 국회에서 "시장에서 지나치게 강하다고 할 정도의 대책을 발표하겠다"던 기세와는 완전히 바뀐 모습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긍융권 안팎에서는 정부 부처간 가계부채 대책 논의과정에서 조율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최근 가계부채 문제로 "밤잠이 오지 않는다"며 심각성을 토로하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김 위원장을 반박하는 발언들을 했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날 "가계부채는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힌 대목은, 과거 자신의 발언을 뒤엎은 것은 물론 정치적인 논리에 자신의 관점을 양보하고 자신을 힐난했던 박재완 장관의 입장을 추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금융위가 마련할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강도는 기존의 예상보다 크게 약화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금융 전문가 집단은 당장 대책의 강도를 예상하긴 어렵지만, 가계부채 문제를 단계적으로 낮춰가면서 저소득자나 자영업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문가들의 분석 중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경기에 미칠 부작용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라는 관점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부처간 협의과정에서 부동산 경기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오락가락 행보를 지켜본 금융위 관계자는 "한 조직의 책임자가 직접 발언한 것을 거둬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굉장히 유연하고 개방된 사고 방식을 가졌다"고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최근 금융권 안팎에선 `김석동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까지 나돌고 있다. `김석동 신드롬`이란 의욕을 앞세워 감당하기 힘든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렸다가, 문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오락가락 행보를 하는 사이 금융위 조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금융위의 존재감만으로 시장 질서와 기강을 바로세울 것`이라는 김석동 위원장의 취임일성은 빈말이 되기 십상"이라며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문제를 바로 해결하지 않으려는 것은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라며, 지금은 어떻게든 넘기고 다음 정권에 부담 지우려는 무책임하고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CBCi CBC뉴스 정승국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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